‘K-농업’ 세계화, 농어촌공사 해외사업이 이끈다
‘K-농업’ 세계화, 농어촌공사 해외사업이 이끈다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10.0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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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법 개정…한국형 농업기반기술 해외 진출 성과
민간기업 해외진출 지원으로 식량자원 확보·경쟁력 강화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이에 따라 국경폐쇄, 수출제한 등 각국의 자국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곡물자급률 하락과 코로나19로 인한 ‘식량안보’의 중요성도 부각되는 상황이다. 한편,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서는 한국의 농업발전 사례 벤치마킹을 위해 관련 기술 도입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데, 한국농어촌공사가 길잡이 역할을 하며 농업분야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공사법 개정으로 장애 요인 상당 부분 해소
지난달 23일 농어촌공사는 농업전문지 기자간담회를 갖고 해외사업의 현황과 성과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병수 농어촌공사 기반조성이사는 “우리나라의 농업·농촌개발 기술력에 대한 개도국 등의 해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술 전수 뿐만 아니라 농업에 대한 기초 인프라 시설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수 농어촌공사 기반조성이사
김병수 농어촌공사 기반조성이사

공사는 1967년 베트남에 ‘주월한국농업사절단’ 파견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35개국에서 159개의 해외기술용역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정부의 정책지원과 민간의 해외농업 진출 지원을 위한 농식품산업 해외진출지원사업(‘09~)과 개발도상국의 농업·농촌개발 지원을 위한 공적원조사업인 국제농업협력사업(‘11~)을 새롭게 시행하면서 공사의 해외사업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사업 또한 다변화되고 있다. 아시아 위주의 사업에서 아프리카·중남미까지, 관개개발 중심에서 기후변화대응·농촌개발·간척·지하수개발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3월 김인식 사장 취임 후 한국형 농업기반기술의 해외 진출이 큰 성과를 내게 된 것은 그간 걸림돌이 됐던 법률과 제도, 계약조건 등의 장애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 시행 전에는 실제 참여할 수 있는 사업 범위가 ‘해외농업개발 및 기술용역사업’으로 한정돼 있었지만, 공사법(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개정안이 지난 1월 국회 통과하면서 공사가 국내에서 시행하는 모든 사업을 해외에서도 시행이 가능해졌고 이는 해외사업 확대로 이어졌다.

이에 어촌·항만개발, 수질·토양개선, 재생에너지, 안전진단 등 폭넓은 분야의 해외 진출 범위가 확대됐고, 농공기술 수출을 통한 한국형 농업 인프라 보급, 연관사업 참여기회가 확보됐다.

여기에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높은 대형사업 중심의 선별적 참여와 해외기술용역 수주 시 적정 인건비 확보로 경영수지 개선 결과가 나타났다.

해외 곳곳 농업분야 개발사업 수주 ‘성공’
김인식 사장은 특히 ‘K-농업’ 세계화를 위해 수주활동 강화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말라위, 미얀마 등에 개발사업을 수주하면서 오랜 기간 축적된 농업·농촌개발 기술력을 해외로 수출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해안방조제 건설사업은 지반침하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기술지원 요청으로 ‘자카르타 대방조제’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형 간척기술의 첫 해외수출 사례로 꼽힌다. 지난 7월 기본계획 마무리됐고 연말까지 최종보고서 제출할 계획이다. 이 사업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의 방조제 건설 확정 시, 약 20조원에 달하는 방조제 건설공사의 국내 건설사 수주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말라위 쉬레밸리 관개개발사업은 2031년까지 여의도 면적의 150배에 달하는 4만3400ha에 취수구조물·저류지·수로·배수로·제방·도로 등을 건설하게 되는데, 지난 8월 말라위 농업분야 최대 국책사업(2800억원)을 수주한 것이다. 이 사업은 유럽의 유명기업들과의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이룬 성과로 향후 인근 국가의 대규모 인프라사업에 추가 참여가 전망되고 있다.

미얀마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은 빈곤극복이 최우선 과제인 미얀마에 한국의 새마을운동 접목시킨 사업으로, 농촌개발 마스터플랜 수립·시범마을 110개 생활환경개선·주민 역량강화·소득증대, 한국초청 연수·영농기술 전수 등을 하는 사업이다. 특히, 대통령이 지난해 국빈방문 시 공식의제로 선정될 정도로 성공모델로 높이 평가돼 의미가 깊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해안방조제 건설사업 조감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해안방조제 건설사업 조감도(사진=농어촌공사)

쌀 산업 기술 수출 확대 전망
김인식 사장은 취임 이후 민간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으로 식량자원 확보 및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우선, 러시아 연해주 영농지원센터 운영을 통한 맞춤형 현장 지원을 통해 러시아 정부에 대한 교섭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극동영농지원센터’를 설치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사업단계별 컨설팅, 농업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 농수산물 도매시장 조성사업에 민간진출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 농업정책의 최대 관심사인 ‘하노이 농산물 도매시장’에 ‘서울 가락동 농산물 도매시장’을 벤치마킹하도록 공사가 선제적으로 도매시장 인프라시설 설계·시공·감리를 수행해 민간기업 해외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했다.

중동지역(UAE)에는 사막형 쌀 농업 기술 전수가 진행되고 있는데, 농진청과 공동으로 사막형 우리쌀 재배기술 현지화, 공사-농업기반시설, 농진청-재배기술로 UAE 식량자급 지원에 나서 중동국가에 스마트농업 수출모델을 확산할 계획이다.

이밖에 아시아, 아프리카 개도국의 쌀 소비가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식량부족 해소를 위해 우리나라의 선진화된 쌀 산업 기술 보급과 수출이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의 쌀 소비는 1973년 2억100만톤에서 2013년4억1900만톤으로, 아프리카는 1973년 500만톤에서 2800만톤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저수지·용배수로·경지정리·기계화 같은 생산기반정비와 재배기술, 품종개발 등 쌀 산업 기술 수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 주민 요구 최대한 반영하는 맞춤사업 실시할 것”

농어촌공사는 개도국 농업 농촌개발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시행·관리기관으로 지정돼 2011년부터 16개국 45개 사업을 추진해 28개 사업을 완료했고, 올해 현재 9개국에서 17개 사업을 추진중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농업의 생산성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국가발전 견인과 식량안보 향상을 위해 우리나라의 선진 농업기술 전수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금까지 ▲카메룬 벼농사 기계화단지 조성사업(‘11~‘14, 23억) ▲인도네시아 벼농사 기계화단지 조성사업(‘12~‘14, 17억) ▲캄보디아 쌀 산업 발전을 위한 건조저장시설구축사업(‘15~‘18, 30억) 등이 진행됐다. 사업은 쌀 산업 발전계획 수립 및 컨설팅과 쌀가공시설(RPC) 건설 및 건조·가공·유통·운영·모니터링 등 수확 후 처리기술 지원, 경지정리·경작로·용배수로·농기계보관소 등 조성을 통한 농업기계화기반 구축, 기자재 지원·전문가 파견·초청연수 등 내용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미곡종합처리장 건설 및 운영기술 전수를 통한 쌀산업 자립발전 지원, 쌀 산업의 일관 체계 구축으로 개발도상국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 개발도상국에 곡물가공, 농업기계화 등의 선진 농업기술 전수 등의 성과가 나타났다.

공사는 앞으로도 기본적인 인프라 조성후 민간에서 후속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외시장진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공사와 민간(RPC·비료·종자·농기계 등)이 공동추진하는 방식으로 라오스나 베트남에 쌀 농업 종합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현지에서 요청하는 방향에 맞게, 주민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맞춤형 사업으로의 발전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