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0년 쌀 수급대책①-“농가들, 홍수출하 자제하고 등외품 수매 적극 참여해야”
[기획]2020년 쌀 수급대책①-“농가들, 홍수출하 자제하고 등외품 수매 적극 참여해야”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0.10.1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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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물벼 인수, 공매와 똑같은 절차 밟아야…가격 하락 우려
이은만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인터뷰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지난 9일 농식품부의 쌀 수급대책 발표 이후 현장에서는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특히 쌀생산량에 대해 농가들이 체감하는 생산량 감소는 10%가 넘지만, 통계청의 발표는 3%여서 농가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쌀 수급 대책에 대해 쌀 농가들은 보다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쌀생산 농가들을 대표하고 있는 이은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생산량 통계가 현장과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농가들이 체감하는 생산량은 포기당 낟알 수, 낟알의 무게보다는 수확할 때 콤바인에 벼가 차는 속도, 수확한 논의 면적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작년에 콤바인 두 바퀴 돌리면 가득 차던 논이었는데 올해는 두 바퀴 반을 돌려야 콤바인에 벼가 찬다. 이런 실제적 체험으로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도 인정하듯이 등숙기에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아 쭉정이가 많으므로 도정했을 때 수율도 안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 통계청 생산량 발표는 아마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얼마나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는가

수십년 농사를 지은 농민들이 몸으로 느끼는 차이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몇 %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지역별로 편차가 심하다. 농식품부 발표 후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에 소속돼 있는 회원분들에게 계속 전화가 걸려온다. 많게는 30%까지 감소했다는 회원도 있고 적어도 10% 이상 줄었다는 회원도 있다.

수치상으로 얼마만큼 감소했다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느끼는 농가들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정부가 이해해야 한다. 쌀 감소분만큼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쌀값이 올라야 한다는 것이 쌀 생산농가들의 주장이다. 단순히 통계적 오차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농가들은 생산비를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쌀값을 받길 원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쌀 수급대책 문제점은 무엇인가?

농식품부가 이번에 발표한 쌀 수급대책을 보면 일단 쌀 생산량이 과잉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로 격리하는 물량은 없다. 지난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중 쌀 품위 유지를 위해 피해벼 매입하고 쌀값 등 시장 여건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산물벼 인수도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이은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이은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문제는 산물벼 인수도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RPC에서 농가의 편의를 위해 공공비축미를 산물벼 형태로 매입하는데 35만톤 중 10만톤이 해당한다. 지난해에는 민간RPC에서 약 8만톤의 산물벼를 수매해 보관하고 있다가 농가들의 반발로 인수하지 않고 정부양곡보관창고로 이송했다. 산물벼를 민간RPC에게 인수하게 되면 정부양곡을 방출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정부가 매입한 공공비축미 10만톤을 민간에게 판매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양곡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양곡관리법 시행령에 정해진 대로 3순기 연속으로 가격이 1% 이상 상승해야 한다. 이런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양곡관리법에 저촉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쌀값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쌀 생산농가에 당부의 말씀은

일단은 지난 태풍으로 발생한 흑수, 백수 벼 등 등외품은 반드시 수매해야 한다. 일부 산지유통인들이 등외품 수매가격보다 조금 높게 매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품위가 낮은 벼가 유통되면서 시장을 교란하게 된다.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이 쌀 시장을 교란할 수 있으니 눈앞의 이익보다는 전체 쌀농가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 쌀값이 지난해보다 오르고 있어 농가들이 홍수출하가 우려된다. 농가들이 지금 쌀을 출하하는 것보다는 향후 가격이 계속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어서 홍수 출하를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쌀농가들이 적극적으로 홍수출하를 자제하고 등외품 수매에 참여해야 쌀값 상승의 지속세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