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0년 쌀 수급대책②- 쌀 생산량, 정부와 현장 '극명한' 온도 차
[기획]2020년 쌀 수급대책②- 쌀 생산량, 정부와 현장 '극명한' 온도 차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10.14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계청 3%·농민 최소 15~20% 예상…농가 소득 악화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 감소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는 현장과 달라 농민들은 정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8일 ‘2020년 쌀 예상생산량 조사 결과’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이 363만1000톤으로 지난해보다 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통계청은 재배 면적이 줄어든 데다 장마와 태풍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72만6432ha로 지난해보다 0.5% 감소했고, 10a당 생산량은 500kg으로 지난해보다 2.5% 줄었다. 면적당 생산량이 줄어든 이유는 벼 낟알이 형성되는 시기(7~8월)에 긴 장마와 태풍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에 농민들은 3%는 말도 안 된다며 정부 통계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최소 15~20%, 피해가 심한 지역은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30% 넘게 줄어든 곳들도 많고, 그마저도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게 농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북도의 한 농민은 “아무래도 장마 기간이 너무 길어서 벼가 제대로 크지 못했다. 생육이 좋지 못한 점이 수확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농식품부의 이러한 발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수치다. 주변의 쌀 재배농가들과 얘기를 나눠봐도, 다들 말도 안 된다고 코웃음치더라”고 말했다.

전남의 한 농민은 도정 수율 감소를 걱정했다. 농민은 “1200평에 40kg(건조벼) 조곡 기준 10개~15개 줄었다. 원래는 70~75개 나오는데 50~55개로 감소한 것”이라며 “환산하면 엄청난 수치다. 수율이 60~65% 정도밖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벼 수매가격은 현재 6만원~7만원 사이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의 한 농민은 “평창의 경우 64000원에 추가, 횡성 62000원에 추가, 철원이 72000원에 추가금 정도로 논의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고, 경기도의 한 농민도 7만원에서 7만6000원 정도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확량 감소를 놓고 봤을 때 올해의 경우 더 적극적으로 매입가를 책정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장에서 수매가격보다 더 큰 문제는 수확량 자체가 줄었으니 수매가격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을 때 그만큼 농가소득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농민은 “수해 입은 지역은 아예 생산비도 못 건지는 가구들이 있다. 인건비, 자재비 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며 “올해 빚만 더 늘어날 것 같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년 대비 11만톤 생산 감소에도 수급 균형 범위라고 보는 근거에 대해 농식품부는 매년 쌀 소비량 감소 추세 등을 감안하면 예상 수요량 감소폭이 올해 생산량 감소폭과 비슷하기 때문에 수급 균형 범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0월말 기준 정부양곡 재고는 106만톤 수준으로, 2020년산 수확기 공공비축(35만톤, APTERR 포함)까지 감안할 경우 수급 불안 시 정부의 공급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