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매’ 카드로 쌀 시장 불안 증폭
정부 ‘공매’ 카드로 쌀 시장 불안 증폭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10.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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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와 유통업체, 현장 고려한 양곡정책 촉구

생산비 건질 벼값 7만원…쌀값 22만원 유지시켜야

(한국농업신문= 유은영 기자) 신곡 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가 공공비축미를 방출할지 여부에 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27일 산지 쌀 유통업계와 생산농가에 따르면 올해 신곡 생산량은 통계청의 예상 수준을 훨씬 밑도는 상황이다. 통계청은 9월 15일 기준 2020년 쌀 생산량을 전년보다 11만톤 정도 감소한 363만1000톤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쌀 수확 및 벼 유통 현장에선 감소폭을 통계청 수준보다 넓게 잡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벼가 여물 때 찾아온 세 번의 태풍에다 사상 유례없이 긴 장마 등 기후여건이 좋지 않아 신곡 수확량의 감소가 이미 예상됐었다. 태풍에 쓰러져 수확할 수 없는 벼가 있는데다 도정해서 얻을 수 있는 완전미 비율도 예년보다 5% 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 생산량은 11월 중순경 확정된다.

정부는 쌀 공급부족을 대비해 ‘공매’를 염두에 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통계청과 함께 신곡 예상생산량을 발표하면서 “올해 10월말 기준 정부양곡 재고는 106만톤 수준이고 올해 공공비축미로 매입할 35만톤까지 감안하면 쌀 공급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는 시장에 물량이 부족해지면 공공비축미를 풀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생산농가와 유통업계는 공매가 있을지, 또 한다면 언제 할지 등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산지 쌀 도매업체인 RPC 등은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농가벼 매입이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도매유통업체 관계자는 “매입해야 할 벼 물량의 확보가 예년에 비해 잘 안 되는 상황이다”며 “시장 물량이 줄어든 걸 보면 쌀 생산량 감소가 체감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확기 의무매입물량이 정해진 RPC는 매입기간 연장(2021년 2월까지)과 매입물량의 완화(1.5배→1배)를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벼를 사뒀다가 공매로 물량이 풀리면 쌀값이 낮아지기 때문에 유통업체는 공매 여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장쌀값 하락에 민감한 건 쌀 생산농가도 다르지 않다. 수년 동안 하락을 지속한 쌀값이 이제 겨우 회복했는데 공매로 오름세를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쌀 농가들 의견을 종합하면 올해 생산비를 보장할 벼값은 최소 7만원이다. 이를 쌀값으로 환산하면 80kg 정곡으로 22~3만원 수준이다.

장성의 한 농가는 “쌀값이 소비자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매도되는데 밥 한 그릇 200원 받는 현실을 소비자가 알아줬으면 한다”며 “한 개 1000원 받는 라면은 수입 밀가루로 만든다. 우리 쌀이 밀가루보다 천대받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현장에 맞는 양곡정책을 세우려면 통계청 통계부터 정확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