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계호 지사장 “거래제도 다양화로 도매시장 활력 불어넣어야”
[인터뷰] 노계호 지사장 “거래제도 다양화로 도매시장 활력 불어넣어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10.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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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계호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장
시장도매인제 도입한 전국 유일 도매시장
16년 동안 168% 성장…골목상권 호평
산지 직거래 대형유통업체와 경쟁하려면
비용 적게 드는 구조로 도매시장 개선해야

전국 도매시장 23% 성장할 때 시장도매인은 68% 성장 

 

2019년 시장도매인 직거래 금액 1조3000억원

출하자 신뢰 입증...직거래 선호.증가 추세 반영

유통인 부가가치 창출 위해 도매시장 규제 풀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전국 유일하게 ‘시장도매인제’를 운영중인 서울 발산동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강서시장은 개장 이후 지난 16년 동안 시장도매인동에서만 168%의 성장을 기록했다. 마트 등 중간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앞으로도 ‘폭풍성장’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 각계에서 빗발치고 있다. 지난 19일 생산자와 소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가락시장 거래제도 다양화 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데 이어 21일엔 박주민 국회의원 주최로 ‘가락시장 공정경쟁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계호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장은 “과거와 다른 정보 보급화 시대를 맞아 농산물 거래 방식도 직거래를 선호하는 추세”라며 “코로나19로 온라인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폭증했다. 도매시장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런 추세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노계호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장
노계호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장

 

-강서시장 설립 배경과 지사장님의 당시 역할에 대해.

서울시는 시민에게 안정적인 농수산물 공급을 위해 3대권 도매시장 건립계획을 수립했다. 강서시장은 서남권지역을 담당하는 시장이다. 저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 서남권도매시장 건설기획단에서 강서시장 건설기본계획 수립 등 전반적인 지원업무를 수행했다.

서남권시장개설사무소장, 유통관리 총괄팀장으로 영등포상인의 원활한 이전과 시장개장, 강서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당시 건설기획단이 유통혁신을 반대하는 많은 민원으로 정책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유통개선위원회 운영, 이해관계자 교육 및 설득을 통해 강서시장 관리운영방안을 결정하고 2004년 우리나라 최초로 시장도매인 시장 도입에 성공했다.

-농산물 유통환경이 급변했다고 하는데.

유통산업은 시류산업이라 유행에 민감하고 경쟁도 심하다. 경쟁에서 밀리면 도태된다. 이젠 산지도 조직화되고 협상력을 발휘하는 곳이 많다. 산지유통센터, 농협연합사업단, 조합공동사업법인, 농업회사법인, 영농조합법인, 산지유통인 등 산지조직이 많이 생겼다. 경쟁력 있는 생산자와 산지 유통조직은 도매시장 외 거래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원가가 정해져 있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은 경매제에선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받지 못해 대형유통업체 등과 직거래를 선호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7년 자료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의 도매시장 구매비중은 4.7%에 불과하다.

대부분 공영도매시장은 경매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가격변동 폭의 심화, 구매자가 원하는 적시·적가·적량·적품 공급의 곤란, 거래속도 지연, 유통비용 증가 등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다. 생산자는 적정가격을 보장받지 못해 농업소득이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도매시장의 주 고객인 전통시장, 소규모 슈퍼마켓, 영세식당은 경쟁력 열세로 퇴조하고 있다. 반면 외식산업, 가정간편식 시장이 크게 서장중이고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장이 대폭 확대중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온라인 주문 및 배달 플랫폼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가능해졌다. 개인별 취향에 맞춰 농식품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도 도래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경직적인 경매제로는 이같은 변화에 대응할 수가 없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도매시장에 거래제도를 다양화해 경쟁을 촉진하고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지방도매시장은 슬럼화되고 소매시장화되고 있다. 반면 대형유통업체, 온라인 플랫폼 업체 등은 산지 생산의 수직계열화, 디지털 신기술로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와 유사한 영농.생산구조를 가진 일본도 2018년 도매시장법을 전면 개정했다. 올해부터 도매시장 거래제도를 다양화하고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직거래를 모두 허용했다.

‘동경도 중앙도매시장’홈페이지에 조례개정과 관련해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게시돼 있다. ‘도매시장법인 제3자판매(직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중도매인 직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라고. 현행 도매시장법인의 농산물 수집과 중도매인의 농산물 분산 제도를 운영하면서도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직접 경쟁을 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우리나라 도매시장도 일본을 따라가야 맞다고 본다.

2019년 생산.출하자가 가락.강서시장의 경매제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한 금액이 1조3000여억원이다. 출하자가 그만큼 시장도매인제를 선호하고 있다는 증거다. 직거래 선호 및 증가 추세에 맞춰 도매시장 유통인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

-출하자보호가 최우선 원칙이라던데.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생산자 보호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직거래 시장도매인 시장에 출하자신고제, 구매자등록제, 정산조직 운영, 표준송품장 사용, 유통정보 홈페이지 공개, 업무검사, 경영평가, 전자계산서 발행 등 각종 통제장치를 두었다. 전세계에서 도매시장을 이렇게 규제하는 나라도 없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성과는.

강서시장은 가락시장 다음으로 전국 제2의 시장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시장도매인 신규모집에 지역농협, 농업회사법인 등 생산자단체도 참여시키고 있다. 정산조합을 설립해 출하대금 안정성도 확보했다.

지난해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제 운영평가 연구용역 결과 시장도매인제는 경매제에 비해 거래시간이 단축되고 유통비용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하자 설문 결과 90% 이상이 출하선택권 확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수취가격 만족도는 80% 이상이 경매제보다 좋다고 응답했으며 대금결제 안정성은 90% 이상이 신뢰한다고 했다. 현재 온라인기반의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다양한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이 기존 오프라인 시장도매인과 협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중소상인 단체가 도매시장 거래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는데.

도매시장 주 고객은 골목상권이다. 대형유통업체는 대부분 산지와 직거래 한다. 대규모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유통 물류시스템 전반에 4차산업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 CJ와 네이버는 e커머스 혁신, e-풀필먼트(e-fulfillment, 물류 일괄대행 서비스) 사업을 공동추진하는 등 앞서나가고 있다. 그러나 중소마트, 전통시장은 산지와 직거래가 어려워 도매시장에서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밖에 없다.

경매제 하에선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2단계 구조로 인한 비용 증가와 가격 및 공급의 불안정성으로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도매시장을 안정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구조로 바꾸라는 것이다. 앞으로 중소상인의 생존권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산지여건뿐 아니라 구매자 요구에 따라서도 도매시장 운영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 발전에 공헌한 당사자로서 농민과 소비자, 유통에 대한 생각은.

그간 도매시장에 근무하며 상장경매제 추진, 양곡시장 운영, 영등포시장 이전, 시장도매인제 운영업무와 강서시장 건설 및 운영, 친환경유통센터 건설 및 가락시장 현대화 건설계획 수립 등에 참여했다.

농산물 유통 개선에 많은 노력을 했지만 농업인 소득이 늘지 않고, 안정적인 판매시스템이 부족해 안타깝다. 농산물 도매시장이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바뀌도록 시스템을 혁신하고 생산자와 도매시장 유통인, 중소상인 및 자영업자, 소비자가 상생 발전하는 유통 생태계를 만들겠다.

유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