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주년 특집 인터뷰-고문삼 한국농업인단체연합 상임대표] “농업인이 행복해야 국민이 건강할 수 있다”
[창간8주년 특집 인터뷰-고문삼 한국농업인단체연합 상임대표] “농업인이 행복해야 국민이 건강할 수 있다”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10.2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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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농정 속 농업인의 삶의 질 보호 목표
튼튼한 식량안보 체계 위해 쌀 중심 질서 확립 필수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

고문삼 한국농업인단체연합 대표

-7만 쌀전업농회원들에게 인사 말씀.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7만 회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쌀 농업의 보호와 발전, 나아가 식량안보 수호를 책임지고 계시는 쌀 전업농 여러분들의 노고에 대해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올해 봄철 이상저온으로 인한 냉해와 코로나19, 긴 장마와 폭우까지 더해지면서 농촌은 한 해 농사를 재해로 망쳤다.
봄철 냉해 피해와 긴 장마와 폭우, 2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까지 올해는 참 어려운 해입니다. 지난해 농가소득은 전년보다 2.1%, 특히 농업소득은 20.6%나 줄었습니다. 자연재해와 감염병 사태로 올해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습니다. ‘농업인 소득안전망의 촘촘한 확충’이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였음에도 농업인의 삶은 좀처럼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농업소득 안전망 구축이라는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실제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농업은 자연재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산업이므로 이에 따른 국가의 책임성도 강화돼야 할 것입니다.

-‘한국농업인단체연합’이 창립한 지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주로 어떤 활동들을 펼치고 있는지.
한국농업인단체연합은 농업단체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농정의 대안 마련과 공동과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농업단체가 함께 힘을 모아 공익직불제 시행을 위한 노력을 경주했고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지난 5월 1일 시행됐습니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두 함께 노력했지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의 대승적 노력이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익직불제 시행 이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회원단체와 뜻을 모아 개선 노력도 이어갈 것입니다. 또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촉구, 그린뉴딜정책에 농업부문 확대 건의, 농촌고령화에 따른 인력문제대책, 농업통계 정밀화와 농산물 가격안정대책 마련, 코로나19에 따른 추경요구, 국가예산에서 농업예산 비중 확대 등 정부와 국회에 정책 건의와 법률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습니다. 아울러, 농업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한 독자적 농업용수 운영관리 체계의 구축,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대책 마련, 국민 식생활 향상 및 국산 농산물 수요확대책 등 회원단체와 함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과제를 발굴하고 해결해 나가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침체된 농정 속에서 우리 농업인의 삶의 질과 권익을 적극 보호하고 국민들이 농업인과 함께 농업의 가치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6개 농업인단체의 수장으로서, 또는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평소 농업 철학이 궁금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진정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지역사회와 국가가 모두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농업인단체 활동이 이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인들이 함께 힘을 모아 농업·농촌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멀리 가는 길, 진정한 발전을 이루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식품 분야 내년도 예산이 올해보다 2.3% 늘어났다. 농촌 현장에서는 주요 정책 과제를 이행하기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후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앞서 말씀드렸던 다양한 농정현안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예산이 8.5% 증액되었음에도 농업예산은 2.3% 늘어나는 데 그쳤고 전체 예산 대비 농업예산 비중이 2.9%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농단연은 정부예산 대비 4% 이상을 농업분야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으나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전체예산 대비 3%의 비중도 무너진 것입니다. 정부안이 이렇게 마련됐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라도 증액될 수 있도록 모든 농업인단체가 한마음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고, 저 또한 회원단체의 뜻을 받아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지난 5월 공익직불제를 시행한 이후에도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한 법 개정이나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공동의 노력으로 공익직불제가 시행됐지만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농지 요건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공익직불제법에 따르면 2017∼2019년 중 기존 쌀·밭·조건불리 직불금을 한 번이라도 받지 않은 농지는 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직불금 수령액이 적고 신청절차가 복잡하다는 등의 이유로 직불금을 신청하지 않았던 농가들이 대상에서 배제되면서 민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법 개정과 함께 예산이 수반되어야만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농단연을 포함한 범 농업계는 현안 해결을 위해 공익직불제 예산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고 계속적으로 노력해 갈 것입니다. 

-쌀 산업에 대한 생각은.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습니다. 쌀을 중심으로 한 튼튼한 식량안보 체계의 확립이 매우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기후변화는 계속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식량문제에 매우 큰 충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쌀 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쌀 산업이 재고 누적과 소비 감소, 수입개방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쌀 품질의 개선과 소비촉진, 가공산업 확대 등 쌀 산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통해 더욱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쌀 산업 발전을 견인해 주리라 기대합니다.

-갈수록 식량안보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수입산 농산물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
정부는 스스로 세운 식량자급 목표치를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식량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지만, 국내 곡물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21%로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품질향상과 소비촉진, 소비자의 기호를 고려한 가공식품의 개발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쌀 외의 곡물자급률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수입농산물의 철저한 안전성 관리와 함께 수입쌀을 포함한 수입농산물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이 세상 누구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개인, 지역, 나라, 나아가 지구촌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필수 산업이 바로 농업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살리는 농업이 현재 중요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되고 홀대받고 있습니다. 농업의 가치는 우리 농업인들이 중심이 되어 전체 국민들과 함께 지켜가야 하며, 우리 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에까지 반드시 공유해야 할 가치입니다. 농업인이 행복해야 국민이 건강할 수 있다는 기본 명제를 우리 농업인단체가 힘을 합쳐 지켜가야 할 것이며 저도 제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