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평가회] ‘영농형 태양광’…환경훼손 적어
[현장평가회] ‘영농형 태양광’…환경훼손 적어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11.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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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위 지붕형 태양광발전 설치로 농업 병행
설비 밑에서 농사짓고 농기계 작업도 가능
실험 현장평가회서 ‘환경보존·소득창출’ 강조

문병완 조합장·전남농기원, 벼 재배기술 현장평가회 개최
수량 80% 수준, 미질 5% 이내로 ↓, 발전소득 1277만원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태양광 설비는 올여름과 같은 긴 장마와 태풍 등 이상기후에 농업인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영농형 태양광’이 환경보존과 소득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농촌 태양광은 축사나 창고 지붕, 폐염전 등 유휴부지에 설치하는 것과 저수지, 산림, 농지에 설치하는 유형이 있다. 저수지와 산림형은 환경단체와 생태계 교란 논란을 이어가거나 집중호우 때 산사태의 주범으로 지적되곤 한다. 농지에 설치하는 농촌형 태양광은 설치면적만큼 작물 재배로 인한 소득을 포기해야 한다.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장)이 전남도농업기술원과 공동개최한 ‘영농형태양광 하부경지 벼 재배 현장평가회’에서 태양광발전설비 설치시 경제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장)이 전남도농업기술원과 공동개최한 ‘영농형태양광 하부경지 벼 재배 현장평가회’에서 태양광발전설비 설치시 경제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업 병행이 큰 장점
‘영농형 태양광’의 장점은 ▲농지 형상 유지와 ▲농기계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과 ▲사업기간 종료 후 원상회복이 용이하다는 점이 있다. 농사를 포기해야하는 농촌형 태양광과 달리 지붕 형태로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그 밑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농지 형상이 유지되며 농기계 조작도 할 수 있다. 농사와 발전을 병행하므로 ‘농업공존형 태양광’이라고도 불린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가지 않아 15~20년의 발전사업 기간 종료 후 설비 해체도 비교적 쉽다고 한다. 폐기물 처리 부담은 농업인이 태양광 설치를 꺼려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다만 태양광 설비로 인한 작물 재배소득의 감소폭이 얼마나 될지 실험을 거쳐 충분한 데이터를 내야 보급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콤바인을 조작하며 벼 수확 시연중인 김승남 국회의원.
콤바인을 조작하며 벼 수확 시연중인 김승남 국회의원. 김 의원은 "외지 자본이 농촌에 들어와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농촌을 황폐화 시켰다"며 "이를 돌파할 수 있는 게
영농형 태양광"이라고 강조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영농형 태양광은 환경보존과 소득창출, 두 가지 효과를 다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인 농가소득원"이라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영농형 태양광은 환경보존과 소득창출, 두 가지 효과를 다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인 농가소득원"이라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보성농협(조합장 문병완)과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은 최근 ‘영농형 태양광 벼 재배 현장평가회’를 개최했다. 문병완 조합장은 지난해 보성군 보성읍 옥암리 일대 2000㎡의 자신의 논 위에 지붕형태로 태양광 발전설비(99kW)를 설치하고 일평균 3.5시간을 가동했다.

전남농기원이 2019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해당 논의 벼 재배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1276만8000원의 발전수익과 106만8000원의 논벼 소득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합치면 농가소득은 총 1383만6000원이다. 수확량은 설치 이전보다 약 20% 줄어들었다. 시설물 면적만큼의 재배면적 감소와 차광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시험 벼 품종은 중만생종 일미와 조생종 조명1호다.
전남농기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영농형 태양광 설치에 따른 벼 생산성과 발전소득을 분석한다.

연구를 담당한 안규남 박사는 “작년 수확기 분석 결과 벼 생산성은 노지의 80% 정도이고 미질은 5% 이내로 떨어졌는데 올해도 비슷할 것 같다”며 “정확한 결과는 11월중 나온다”고 말했다. 소폭의 미질 저하는 태양광 판넬의 그림자로 인한 햇볕 쬐임의 감소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험재배에 참여한 문병완 조합장은 “농기원의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기 전이지만 작년 수확량이 태양광 설치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농촌 태양광은 10년째 1000만원 수준을 맴도는 농업소득 보완용으로 주목받은지 오래다. 무분별한 난개발에 따른 자연환경 파괴와 외지인의 투기로 지역사회 갈등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도 무시할 순 없다. 그런 점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안전한 소득창출원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김승남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고흥 보성 장흥 강진)은 “그간 신재생에너지가 자리잡고 난 다음 도시자본이 와서 농촌을 황폐화시켰다. 이를 돌파할 수 있는 게 영농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의 대중화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도 “농가소득이 도시가구 대비 60% 수준인 상황에서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며 “환경보전과 소득창출이라는 농업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민들 간에는 달가워하지 않는 의견도 많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최근 성명을 통해 태양광발전은 농업을 파괴하는 행위이고 후손에게 물려줄 식량주권의 물적 토대를 자본과 기업에 갖다 바치는 행위라며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