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씁쓸한 농업인의 날
[사설] 씁쓸한 농업인의 날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0.11.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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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지난 11일은 올해 스물다섯 번째를 맞는 농업인의날이자 가래떡 데이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농업인의날 행사를 즐겨야 하지만, 올해 농촌 현장 분위기는 씁쓸하기만 하다.

늘 이맘때면 예산안이 국회에 상정돼 심의를 거친다. 올해도 여지없이 농업예산은 농업홀대라는 비판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이지만 변함없이 농업예산은 국가 전체예산 상승률보다 낮다. 올해는 3%도 채 안 되는 2.9%이다. 현장에서는 다시 농업홀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정부가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4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됐지만, 농업농촌의 피해를 보조하는 추경은 있으나 마나였다. 농업 분야에서도 피해가 발생했지만, 소상공인에게 주는 재난지원금은 농업에서는 배제됐다.

여기에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컸다. 봄부터 냉해 피해가 발생하고 장마가 길어지더니 태풍도 자주 왔다. 이상기후로부터 농가 경영안정을 지원한다며 만든 농작물재해보험은 피해를 보장해주지 못했다. 약관 변경으로 인해 오히려 지난해보다 피해보장이 줄었다. 동해로 생산량이 줄었어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지경이지만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보험이 보험다워야 한다며 보장성 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농민들은 장관의 이런 모습에 절망을 느껴야 했다.

벼농사 역시 올해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생산량이 좋지 못하다.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현장에서 농가들은 10~30% 감소했다고 하지만 농식품부는 통계청 발표인 3% 감소만을 주장하면서 쌀값이 오르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농가들은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가격이 올라야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농식품부는 물가 안정이라는 명목하에 공공비축미 방출을 고민하고 있다. 농업인의날이 씁쓸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촌에서 여론이 나빠지면 대통령은 그해 가을 농업인의날 행사에 참여했다. 그렇지 않을 때는 국무총리가 대통령 축하를 대독하는 정도였고 간혹 영상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올해 농업인의날 행사는 청와대에서 치러진다고 한다. 농업인을 달래려는 대통령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농업인의날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과 기업 중심의 농업정책이 아니라 농민을 위한, 지속가능한 농업정책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