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와 유통인이 소통…수확기 적정쌀값 교감해야”
“농가와 유통인이 소통…수확기 적정쌀값 교감해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12.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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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한국RPC협회 간담회
자주 만나 수확기 벼 매입 적정가격 논의하기로

RPC 업계 "수확기 사 두면 이듬해 값 떨어져 손실" 

쌀 농가 "그간 시장격리 대부분 수확기 이후, 농가 효과 없어"

생산비 건지고 유통 손해 안 보는 '쌀 산업 생태계' 만들기 협력키로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정부양곡 방출(공매)이 확정되면서 쌀 시장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일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고 최대 37만톤 안팎의 정부양곡을 수확기 이후에 조금씩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처럼 신곡 생산량이 모자라는 해이면 ‘공매’를 두고 유통인과 농가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진다. 시중쌀값을 떨어뜨리는 공매가 달갑지 않은 농가와 물량확보가 어렵다며 공매를 요청하는 산지 유통인 간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본지는 최근 이런 입장의 차이를 극복할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정부의 공매 방침이 확정된 이날 산지쌀 유통의 구심체인 RPC(미곡종합처리장)를 대표하는 (사)한국RPC협회 한정호 회장과 전국 쌀 유통량의 56%를 책임지는 쌀 농가의 대표조직인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이은만 회장이 만났다.

전국 쌀 유통물량의 56%를 책임지는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이은만 회장(왼쪽 두 번째)과 산지 쌀 도매상 RPC(미곡종합처리장)를 대표하는 (사)한국RPC협회 한정호 회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 20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만나 생산자와 유통인이 수확기 산지 쌀값의 적정선에 대해 소통하고 교감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맨 왼쪽은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총장, 맨 오른쪽은 서용류 한국RPC협회 전무.
전국 쌀 유통물량의 56%를 책임지는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이은만 회장(왼쪽 두 번째)과 산지 쌀 도매상 RPC(미곡종합처리장)를 대표하는 (사)한국RPC협회 한정호 회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 20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만나 생산자와 유통인이 수확기 산지 벼값의 적정선에 대해 소통하고 교감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맨 왼쪽은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총장, 맨 오른쪽은 서용류 한국RPC협회 전무.

“RPC는 농가들과 상생하고자 한다. 수확기 이전에 만나 예상 가격도 공유하고 적정 가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

한정호 한국RPC협회장은 이은만 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과의 면담을 반기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일 마련된 이번 소통의 자리는 수확기 맨 중간이라 사실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그간 업계의 관심사였던 정부의 공매 방침이 확정된 상징적인 날이기도 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는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50만톤 이상 모자라 산지 쌀 유통인들의 시장 예측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벼값은 일찍이 한 포대(40kg) 7만원으로 올라섰는데, 이는 작년 평균 거래가격인 6만4000원보다 훌쩍 뛴 값이다. 정부의 공매 방침이 확정되기 이전에는 벼값과 쌀값이 어느 선까지 인상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농가는 출하 적기를 고심하고 RPC는 벼를 사 뒀다가 쌀로 팔 때 이윤을 남길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이은만 회장도 “생산자와 가공.유통업자가 함께 모여야 답이 나온다. 자기들끼리만 얘기하는 건 답이 아니다”라며 농가와 RPC간 소통의 자리를 자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PC는 수확기(10~12월)에 정부로부터 대출 지원받은 벼 매입자금의 1.5배를 사들여야 한다. 따라서 올해는 생산량이 부족해 벼 확보가 어려우니 매입 기간을 내년 1월까지 늘리고 RPC가 정부 대신 매입한 공공비축벼부터 인도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해 왔다.

농가는 정부 발표 감소분 6.4%(전년比)보다 20~30% 높게 생산량 감소를 체감하고 있던 터라 벼가 부족하다는 것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수확기 공매는 쌀값을 떨어뜨리고, 공매 시기를 미리 발표하는 것도 산지에서 매수자가 사라지므로 반대해 왔다. 그렇다고 한정 없는 쌀값 인상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생산자도 무조건 높은 가격을 바라지 않는다”며 “생산비를 건질 수 있는 적정 가격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너무 올라가거나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둘 사이의 교감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각자의 고충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한정호 회장은 “수확기 평균 100원에 사서 그 다음 해에 110원, 105원이 돼 줘야 하는데 97원, 98원이 된다. 인건비도 못 건진다”며 수확기 때 한 해 팔 물량의 50~60%를 사뒀다가 다음해 쌀값이 떨어져 적자를 보는 RPC의 상황을 설명했다. RPC 업계는 최근 10년 동안 8년은 샀을 때 가격보다 팔 때 가격이 싸져 손실을 봤다.

이 회장도 “그간 시장 격리는 대부분 농가들이 벼를 다 판 수확기 이후에 이뤄져 격리로 인한 소득보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세와 목표가 차액의 80%를 지원해주는 변동직불제가 있었지만 100% 지원이 아니라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농가와 유통인이 신뢰를 쌓아 수확기 벼 매입가격의 적정선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쌀 시장 상황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수확기 때 벼값 논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들을 해 나가자”고 독려했다.

쌀전업농과 RPC협회는 수시로 면담을 갖고 쌀 시장 현안에 대해 서로 공감대를 넓혀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