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식품외식산업전망] 코로나가 바꾼 식생활, 비약한 HMR 시장
[기획-식품외식산업전망] 코로나가 바꾼 식생활, 비약한 HMR 시장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0.12.02 1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편·신선 모두 잡은 ‘밀키트’ 급성장
‘건강·면역’ 고려한 기능성식품 부각
집에서 먹는 1인 메뉴의 고급화
비대면 외식소비 위한 ‘푸드테크’ 인기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우리는 현재 코로나19와 함께 일상을 보내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일상에 녹아든 코로나는 식품외식업계의 기존 경향을 새롭게 변화·발전시켰다.

올해는 수차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끼니를 집 밖에서보다는 안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이전부터 성장해오던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고급화됐으며, 농축산물의 온라인 구매가 여느 때보다 인기를 끌었다. 식당에서는 직원과 대면하지 않고도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사용됐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와 성장을 거듭한 식품외식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2021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에서 살펴봤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달 26일 '2021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성장 날개 단 가정간편식 

현재까지도 확산세가 지속 중인 코로나19는 식품업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그중 가정 내 식사가 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에 기름을 부었다.

가정간편식은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대체식품으로 지난 2018년 이후 관심도가 꾸준히 증가할 만큼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식품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해 4조2000억원가량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 가정간편식은 국내에서 코로나가 퍼진 올해 3월 관심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가정간편식 제품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와 장기화 이후의 인기 품목들에 차이가 있다. 발생 초기에는 즉석밥, 냉동식품 등 간단하게 끼니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들이 인기를 끈 반면 장기화 이후에는 도시락, 즉석국·탕 등 건강까지 고려한 제대로 된 한 끼를 위한 제품에 관심이 높아졌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21년 식품소비행동을 전망한 문정훈 서울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주요 쟁점은 ‘간편식’의 소비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라며 “주요 간편식 생산 기업들은 코로나 이후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종류의 밀키트

올해는 가정간편식 중에서도 간편함에 신선함까지 더한 ‘밀키트(Meal Kit)’의 성장이 눈에 띈다.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이다. 

이미 조리돼 있어 데우기만 하는 일반적인 가정간편식과 달리 밀키트는 구매자가 직접 조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제품은 더 신선한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켰고, 재료 구입과 손질 시간이 절약된 제품 구성으로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로부터 특히 인기를 끌었다. 

문정훈 교수 연구팀에서 전수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국내 밀키트 제품 개수는 270개였으나, 코로나 이후 올해 5월 673개, 10월에는 1000개를 돌파했다. 

밀키트의 종류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셰프의 요리법으로 제공되는 밀키트와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이 밀키트 형태로 집까지 배달되는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도 더해지고 있는데, 문 교수는 “질적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게 바로 밀키트의 특징”이라며, “똑같은 밀키트 제품이라도 가격대가 다양해졌고, 차별화된 재료가 들어간 ‘프리미엄’ 제품까지 등장했다. 또, 1인용 밀키트, 캠핑용 밀키트 등 고객 입맛에 맞는 여러 형태의 제품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계 새 키워드 ‘면역·건강’

이용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2021 식품산업 전망’ 연구 발표에서 “코로나 시대 가정간편식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다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라 가정간편식은 ‘건강’ 요인과 연계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소비자가 가정간편식에 대해 중시하는 특성은 편의성, 품질, 다양성, 건강, 가격순이었다. 그러나 농경연의 뉴스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 확산으로 ‘건강’에 관심을 두는 비율이 75.7%나 증가했다. 여전히 가정간편식의 편의성과 품질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건강까지 챙기는 비율이 급증한 셈이다.

가정간편식과 별개로 ‘면역력’을 증진하는 건강기능식품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은 2조9508억원 규모로, 올해는 특히 코로나로 인해 식품 구입 시 가장 중시된 요인에 ‘건강’이 자주 거론됐다. 헬스·뷰티 스토어인 씨제이올리브영의 경우 올해 1~8월 건강기능식품 코너의 매출이 지난해 동기간보다 35% 성장하기도 했다.

이용선 박사는 “코로나19 감염병 발병 위험에 대비해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한 식품 수요가 많이 증가했는데, 홍삼 등 이전부터 사랑받던 제품과 함께 오메가3, 비타민D, 유산균 등 제품이 특히 주목받았다”면서 “앞으로는 건강을 고려한 가정간편식으로 차별화를 노리거나 면역력을 더 강조한 건강식품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당보단 집, 외식할 땐 ‘청결’ 중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집밥 비중이 늘어나 가정간편식이 성장하고, 식료품의 온라인 구매가 잦아졌다. 또 배달음식 업계는 여느 때보다 호황을 맞았다. 

한국외식정보㈜에서 조사한 올해 외식 소비행태 중 배달음식 부분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 2016~2019년까지 배달음식점에서 주로 이용한 배달음식은 치킨, 중식, 패스트푸드가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3위에 ‘한식’이 올라왔다. 코로나로 매장영업이 제한적이었던 한식당이 배달이나 포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외식할 때 음식점을 선택하는 중요 요인에는 매년 맛, 가격, 위치접근성 순으로 비중이 높았는데, 올해는 맛, 가격과 함께 청결도가 새로운 요인으로 떠올랐다. 이는 코로나로 인해 ‘안심식당, 청결식당’ 등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명 디저트 음식점에 있는 키오스크

떠오르는 ‘1인 메뉴’, 푸드테크 활성화

한국외식정보㈜는 ‘홀로만찬’, ‘안심 푸드테크’ 등을 2021년 부상할 외식 트렌드 키워드로 소개했다. 

‘홀로만찬’이란 1인 가구의 증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혼밥이 일상화되면서 한 끼 외식하더라도 여유롭고, 있어 보이게 즐기려는 소비성향을 말한다. 예컨대 1인 피자, 1인 삼겹살 등 다양한 1인분 음식 배달이 가능해졌고,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까지 밀키트 형태로 제공되는 RMR 제품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육주희 한국외식정보 국장은 “2016~2017년 혼자외식, 2019년 개인시대 등을 넘어 2020년에는 혼밥이 일상으로 정착했다”면서 “어쩔 수 없는 혼밥이 아닌 그 자체가 문화로 정착한 만큼 외식업체들은 이를 향후 지속적인 트렌드로서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심 푸드테크’는 코로나19로 위생과 안전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외식소비 방식도 비대면을 선호하면서 키오스크, 사전주문앱, 조리로봇, 배달로봇 등 다양한 푸드테크(Food-tech) 기술이 외식환경에 접목된 형태를 말한다. 

현재는 외식업 전 분야에서 푸드테크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요리, 서빙, 배달부터 예약, 주문, 결제까지 소비자의 푸드테크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이 도입된 무인결제 단말기로, 키오스크를 사용해본 대부분이 주문 결제가 편리하고, 직원과 대면하지 않는 점을 장점으로 손꼽았다.

육주희 국장은 “푸드테크는 비대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접촉위험을 줄이고, 외식업체는 사람 대신 기계를 사용해 비용절감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앞으로 더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외에도 ‘진화하는 그린슈머’, ‘취향소비’, ‘동네상권의 재발견’이 내년도 주요 외식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