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코로나에 생명의 뿌리인 ‘벼농사’
[전문가칼럼] 코로나에 생명의 뿌리인 ‘벼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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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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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경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창립기념일인 80년 10월 16일을 세계 식량의 날로 지정했고, 2004년을 ‘세계 쌀의 해’로 정하면서 ‘쌀은 생명이다’로 정해졌다. 이는 식량 안보, 빈곤 완화,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쌀에 기반을 둔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강령을 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생명의 수단은 쌀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쌀을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은 밥, 떡, 술, 과자, 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그 종류가 많다. 이러한 음식들은 만드는 방법과 과정에 따라 맛도 다를 뿐만 아니라 넓게는 지방, 좁게는 가문에 따라 음식의 종류와 요리방법이 비법으로 전해질 정도로 독창성 있는 고유의 식문화로 발전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 식탁 위에 수저와 음식을 차리는 것을 밥상 차리기라 하는데 이 밥상이란 말에는 밥이 주인이란 뜻이 내포되어 있다. 밥상에는 밥과 국, 김치를 포함한 몇 가지 반찬, 수저 등이 질서 있게 배열되고 그 순서와 위치도 바뀌지 않으며 그릇의 모양과 크기도 고유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지구상에서 식사 때 수저를 모두 사용하는 곳이 과연 얼마나 있으며, 우리처럼 조화로운 식단을 갖춘 민족이 또 어디 있는가. 한국인의 손재주가 뛰어난 것은 수저의 사용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그리고 밥의 파트너로 김치, 된장, 젓갈류와 같은 우리 고유의 전통 식품들이 개발되었다. 쌀을 주식으로 하지 않았다면 김치와 같은 세계 최고의 전통 발효식품은 이 땅에서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쌀과 관련된 통계로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얘기하려고 한다. 그것은 올해 초에 지구상을 범유행으로 몰아간 코로나에 대한 불안과 의심을 잠식시키고 일상생활화하면서 우리의 생명이 과연 어디에 있는가를 확인하여야 한다. 쌀은 113개국에서 재배되고 있고, 세계인구 절반 이상이 주식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에서도 옥수수 대신 밥을 즐겨 먹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쌀은 식량 에너지 공급의 27%, 단백질 공급원의 20%를 차지한다. 우리는 또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 있다. 식물의 단백질이라고 하면 당연히 콩이라고 하고 있지만, 특별히 준비하지 않아도 자연히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에 벼에도 있다는 것을 매우 강조하고 싶다. 만성적인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 8억 4천만의 인구 중 50% 이상이 식량, 소득, 고용을 쌀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에 살고 있다. 또한, 이들은 대부 자국 내에서 생산하고 자국 내에서 소비된다는 것도 더욱 강조하고 싶다.

쌀은 생명의 뿌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볏짚이 만든 짚의 문화이다. 볏짚은 그 이용 목적에 따라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과 제사나 종교 행사 및 일반의례에 쓰인 용품으로 크게 구별될 수 있다. 각종 행사에 이용되어 우리의 공동체의식형성에 기본적인 도구로 이용되어왔고, 짚으로 만드는 생활용품들은 제작 방법이 복잡하지 않아 쉽게 보편화할 수 있었고 그 재료 또한 매년 공급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선조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짚은 일반적인 민구(民具)로서도 중요하지만, 각종 의례에 신구(神具)로서도 다양하게 이용됐다. 이외에도 메주나 청국장을 만들 때 짚을 사용하였는데 이때 짚은 메주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의 운반체가 된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코로나가 있는 이 시기에 이처럼 쌀은 우리 국가의 환경보전과 국민의 삶을 의존하고 있으며 의존하게 될 미래 세대들이 안전하고 더욱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려고 벼농사를 지켜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