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북한 식량 수급 현황] 대북제재·코로나·수해 ‘삼중고’…북한 식량난 가중
[기획-북한 식량 수급 현황] 대북제재·코로나·수해 ‘삼중고’…북한 식량난 가중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0.12.0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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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농자재 부족, 생산성 취약
국경봉쇄 비료 공급 차질
대북 쌀 지원, 북측 거부로 백지화
사진 출처=FAO
사진 출처=FAO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식량안보’, ‘식량위기’ 등은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이전부터 언급됐던 농업계 주요 이슈들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욱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더 두드러졌다. 

북한은 이전부터 기본적인 농업생산을 위한 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코로나19와 함께 설상가상으로 대북제제, 수해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현재 식량위기가 고조된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코로나19 사태와 북한 식량수급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는 북한 식량위기의 우려가 대두되면서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농업 기반 열악으로 만성 식량난

북한은 올해 같은 집단 전염병 사태 발생 이전에도 농업 기반 취약성이 두드러져 식량생산 절대량이 만성적으로 부족했다.

북한 인구에 필요한 칼로리를 적용해 산출한 필요 식량 규모는 한 해 약 550만톤으로 추정되는데, 기후조건이 양호한 해에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최고 480만톤가량에 머물러 약 70만톤이 모자랐다.

농촌진흥청에서 분석한 지난해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은 약 464만톤에 그쳤으며, 정부는 올해에도 예년과 비슷한 약 86만톤가량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전망했다. 

주식인 쌀의 경우 지난해 북한의 10a당 평균 수량은 392㎏이다. 이는 우리나라 수량이 평년 500㎏을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약 80%밖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은 농업생산의 취약성에 기인한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농업생산을 위한 농지가 필요 수준보다 절대적으로 적은데, 전체 국토의 15~17%만 농작물 경작이 적합하다. 특히 이중 논 비중은 약 30%에 불과해 주식인 쌀을 생산할 논 면적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농업생산 여건조차 불리한데, 이는 가뭄·홍수·태풍 등 자연재해가 빈발해 농업생산 기반이 크게 훼손되고 있으나 복구대책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북한은 가뭄이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관개·배수체계 등 기반 수리시설이 부족하다. 지난 2014년에는 18개월간의 장기 가뭄으로 인해 황해남도 논 면적의 80%, 황해북도 논 면적의 58%에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데는 농자재와 농기계에도 문제가 산적해 있다. 종자, 비료, 비닐 등 농자재와 장비·설비, 연료·전력 등 농업 투입재의 현장 공급량이 부족하고 질적인 면에서도 떨어진다. 또 농기계 보급도 지체되고 있는데, 과거에 지원받았거나 수입했던 농기계에 필요한 수리부품 공급이 경제제재의 영향으로 원활하지 않고, 같은 이유로 기계화 진척도 상당히 더디기 때문이다. 

2015~2019년 남북한 쌀 생산량 통계(단위: 만톤, 자료=북한정보포털)

코로나19 여파 식량위기 고조

북한은 그동안 식량부족분을 수입과 외부 인도적 지원에 의존했는데, 코로나19 사태는 외부 도입을 어렵게 만들고, 설상가상으로 농업생산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 1월 22일 실제로 선제적이고 전격적인 국경봉쇄조치를 단행했다. 

이 조치에 따라 중국 관광객 유치가 중단되고 대외 수출입이 크게 감소했는데, 올해 1~6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과 수입은 각각 2737만 달러, 3억8332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5.3%, 33.5%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는 부족분만큼의 식량을 외부로부터 도입해 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식량수입을 위한 재정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약화한 결과를 초래했고, 더불어 코로나19는 외부와의 인적·물적 교류까지 크게 제한했다.

최용호 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북한 내에서의 바이러스 확산 방지대책으로 인해 시장활동 등 일반 주민의 사경제 활동까지 크게 위축되면서 상당수 주민의 생계가 어려워졌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시장활동의 위축은 소득 감소에 기인한 구매력 저하로 연결되므로 많은 주민이 식량 부족의 고통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는 소비 측면에서 소득 감소에 따른 식량 사정과 더불어 공급 측면에서 공급망 위기 등 농업생산 활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내부 이동 제한 조치를 감행했는데, 이에 농업생산 현장에 노동력이 충분하게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기계화 수준이 낮아 토지·노동·자본의 기본생산 3요소 중 노동력을 집중 투입해 생산량을 높이는 구조여서 모내기철, 수확철과 같은 농번기에 상당한 노동력이 필요하다. 

예년에는 학생, 군인, 도시민, 공무원 등 거의 모든 주민이 총동원됐으나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노력 동원이 제한적이어서 농업 현장에 노동력 투입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의 농업생산 활동이 가장 크게 저해된 데에는 농업 투입재의 공급 부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특히 북한 식량 생산량을 크게 좌우하는 비료 공급 여건이 악화됐다.

이는 화학비료 생산공장들의 가동률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용호 박사는 “비료 공장의 가동을 위해서는 원료와 전력이 필요하다”며, “북한은 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으로 북한 내 비료 생산 기반이 더욱 나빠졌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북한은 지난 2018년 기준 총 비료 사용량 가운데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물량 비중이 41.5%에 달할 만큼 중국 비료 수입이 상당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어 비료 공급에 큰 차질이 되고 있다. 

대북제재·수해 엎친 데 덮친 격

코로나19와 더불어 지난 2017년 강화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매년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는 북한의 식량 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식량품목의 수입 의존이 높은 북한은 국제사회 경제제재로 인해 수입 여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북한 식량수입 재원이 될 수 있는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올해 8~9월에는 여러 차례 수해까지 발생했다. 북한 곡창지대로 일컬어지는 남서부지역(황해남북도, 개성시, 강원도)에는 늦게까지 이어진 장마와 태풍 등으로 약 3만9296㏊에 달하는 농경지 피해가 발생했다. 이어서 태풍 바비로 또다시 황해남북도, 남포, 평양, 평안남북도 등 북한 서부지역 대부분이 강풍과 폭우 피해를 면치 못했다.

최용호 박사는 “수해 피해가 발생한 이 지역은 비료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비료 공급이 집중된 북한 주요 쌀 생산지대여서 식량 생산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올가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예년보다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는 올해보다도 내년 식량 사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을 집계한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 관계자는 “올해는 8~9월 연이은 태풍과 수해 피해 등으로 기상환경이 악화돼 지난해보다 생산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북지원, 북측 설득 노력 필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제로헝거 혁신 정책회의’에서 “필요하다면 남북이 내년 봄이라도 식량·비료 등을 통해 적시에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해·코로나·제재라는 삼중고 속에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협력을 준비하기 위한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약 130억원을 들여 지난해 6월부터 추진한 대북 쌀 지원사업이 북측의 무응답으로 인해 진전되지 못하자, 사업관리비를 올해 안으로 환수한다고 밝혔다. 

최용호 박사는 “북한은 현재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남북한이 협력해야 하는 사업들을 매개로 북한과 실질적인 교류협력을 할 수 있는 지자체·민간단체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