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이상기후와 병해충 : ‘대응’에서 ‘적응’의 시대로
[전문가칼럼] 이상기후와 병해충 : ‘대응’에서 ‘적응’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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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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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춘 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 박사
이봉춘 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 박사
이봉춘 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 박사

최근의 대규모 기후변화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농업의 피해가 문제되고 있으며 이는 곧 식량위기와도 직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온난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상이변이 빈발하게 되어, 기후변화가 농업생산성 저하는 물론 병해충 발생 양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 국제교역의 증가와 영농 환경변화 등 다양한 요인도 얽혀 속속 새로운 병해충의 발생 대응에 쫓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여름 긴 장마로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농업부문에서도 벼의 수량 감소 등으로 직접적인 농가 피해를 유발하기도 하였다. 특히 최근 심각한 수준의 폭염, 태풍, 장마 등의 기상이변으로 농업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8년에는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강한 한파로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최저 기온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 폭염과 함께 일 최고기온을 경신하는 등 극한 기온변화를 나타내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농업에서는 4월 초의 이상저온으로 과수 개화기 냉해(50.466ha) 등으로 가을철 수확이 급감하여 사과, 배 등의 과일 가격이 급등하기도 하였다.

올해 여름 장마는 6월 10일에서 7월 28일까지 49일로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되었고,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86.9㎜로 1973년 이후 2위를 기록하였다. 농업에서는 4∼5월의 저온과 6∼8월의 긴 장마로 벼의 수량 감소가 나타났으며, 벼 재배생리적인 요인과 더불어 수량에 영향을 미치는 병의 발생이 많았던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여름철 긴 장마의 영향으로 병원균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인 습도가 높아 지금까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벼도열병, 벼이삭도열병, 잎집무늬마름병, 이삭누룩병이 돌발적으로 발생하여 수확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상기후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은 지속적인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이다. IPCC 5차 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33년간(1880년∼2012년) 지구 평균기온은 0.85℃ 상승하였고 상승추세는 지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의 발생빈도, 강도, 지속기간, 발생지역의 분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진행형이다. 이제는 기후변화를 최대한 막기 위한 노력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변화에 대해 ‘적응’하여 가는 것도 필요하다. 인간의 건강에 비유한다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응’ 즉 개인위생 등을 준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기에 걸리면 증상을 완화하거나 병원균을 없애기 위한 약 처방 등의 적절한 조치 즉 ‘적응’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교토의정서」, 「파리협정」에 따른 대응방안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수행 중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방안 노력에도 불구하고 향후 어느 정도의 기온상승은 불가피하다. 지속적인 대응과 더불어 이미 나타나고 있는 온난화의 영향과 눈앞에 임박한 위기에 적절히 적응해 나가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농업도 기후변화의 현실에 어떻게 마주해 나갈 것인지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감기의 종류나 사람의 건강상태에 따라 처방약이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역과 작물이 받고 있는 피해에 따라 요구되는 방안도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벼농사의 경우 육종, 재배, 병해충 방제 등 모든 면이 시스템화 되어 있어 어느 정도의 기상변화에는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후변화 등에 따른 이상고온, 연속강우, 태풍 등에 적응을 위한 벼 육종·재배·병해충분야의 연구가 충분하지만은 않다. 육종 분야에서는 등숙기 고온적응 또는 전 생육기에 걸쳐 열대지방에 적응하는 벼 품종 개발 등의 연구, 재배 분야에서는 파종 및 이앙시기 조절 등을 통하여 고온에도 등숙이 양호한 재배법 개발이 필요하다. 한편 병해충 분야에서는 기후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배경과 요인 변화가 병해충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측하고 피해가 예측되는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 품종을 개발하는 등의 적응 연구가 필요하다.

농업 부문에서는 대응과 적응을 연결하는 이러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성과들 또한 도출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피해는 지역 및 작물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좀 더 면밀하게 접근하는 방법이 요구된다. 이상기후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체계적인 다방면의 연구로서 병해충뿐 아니라 우리 농업 전반에서 진행 중인 기후변화에 슬기롭게 적응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