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업통계: 현장과 대안] 인터뷰 박광은 회장. 양동산 회장
[기획-농업통계: 현장과 대안] 인터뷰 박광은 회장. 양동산 회장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11.2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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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5% 감소 정부발표 믿을 수 없다”

박광은 (사)한국쌀전업농전남도연합회장

농부 체감량은 △30%…콤바인 도는 횟수로 알아

통계 부정확성은 물가인상 우려·탁상행정 탓 두 가지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전남지역은 올해 수확기 세 번의 태풍이 정통으로 강타한 지역 중 하나다. 그만큼 태풍으로 인한 벼 쓰러짐 피해와 이후 흑·백수 등 병해충 피해가 심각했다. 수확기(10~12월)의 마무리 즈음에 있는 지금이지만 사실상 벼 수확은 11월중에 거의 완료된다. 이와 때를 맞춰 통계청은 지난 12일 ‘2020 쌀 생산량’을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전년보다 6.4% 생산량이 감소했고 전남지역은 5.1% 줄었다는 게 통계상 수치다.

박광은 한국쌀전업농전남도연합회장은 “물가 인상 등 국가로서 책임 져야 할 여러 가지 이유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농업에서는 통계가 정확해야 대책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가 안 좋아 올해 수확량에 모두 관심이 컸다.

아직은 수확중이라 지난 12일자 통계청 쌀 생산량 발표를 보면 현장과 괴리감이 크다. 직접 추수하는 입장에서는 정부 발표 5% 감소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전남지역 쌀 생산농가들 대부분 평년보다 30% 줄었다고 한다. 농부로서 감소폭을 더 크게 느끼는 ‘체감도’를 고려해도 최소 20%는 줄었다고 봐야 한다. 강원도 지역은 정부 발표에서도 15% 감소로 잡혔으니 실제 감소폭은 30%가 넘을 것이다.

-수확량이 얼마나 줄었나.

농부들은 벼 수확할 때 콤바인 도는 횟수로 수확량을 가늠한다. 예년에는 한 바퀴 돌면 끝나는 것을 올해는 6조 콤바인이 서너 바퀴 더 돌아야 곡물탱크가 겨우 찬다.

1200평에서 벼 80개(40kg)가 나왔는데 올해는 59개에서 많으면 62개가 나온다. 20포대가 덜 나온다. 200평에서 13개 14개 나오던 것이 올해는 8~9개 나온다.

논 속에 들어가 보면 벼 한 대에 낱알이 120개, 130개 달려 모가지가 수그러져야 하는데 모가지가 서 있는 게 많다. 알곡이 적어지니 곡물탱크 채우느라 콤바인이 더 돌아야 하고.

-콤바인에 관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고.

수확량이 줄어서 농가와 콤바인 작업자 간에 다툼이 빈번하게 일었다. 900평 논도 한 바퀴 반이면 곡물탱크가 차 센서가 울리는데, 올해는 네 바퀴를 돌아도 안 울렸다. 작업자는 콤바인을 계속 돌릴 수 없으니까 어느 정도 찼다 싶을 때 탱크 속 벼를 자루에 부었는데, 농가는 예년처럼 콤바인이 두 번 푸면 자루가 다 찬 걸로 오인해서 항의를 한다. “나락이 왜 이것밖에 안 나왔냐”는 농가와 사정을 설명하는 콤바인 작업자 간 트러블이 흔했다. 올해 전남지역 수확기는 살벌했다.

-통계청의 전남 쌀 5% 감소는 납득하기 어렵겠다.

국가가 그걸 모를까 싶다. 과잉생산 됐을 때는 제대로 얘기할 것 같다. 예를 들어 홍수 피해 통계는 정확히 나온다. 그래서 도복(벼 쓰러짐) 피해로 못 먹는 쌀은 국가가 별도 수매하고.

국가가 물가 오르는 걸 방치하는 것도 직무유기다. 그런 면에서 쌀값 폭등을 막기 위한 조치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편으론 든다. 가장 크게는 ‘탁상행정’의 결과일 수도 있다. 현장을 보지 않고 앉아서 대충 계산 것 같다. 일단 통계가 정확히 나와줘야 대책도 바로 세울 수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애 타는 현장을 우선시해서 통계를 바로잡아주길 바란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농업기술센터가 쌀 생산량 조사해야”

양동산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

농촌현장 직접 맞닿은 기관…현장 가장 잘 알아

전국 각 시.군 5점 이상 표본으로, 식량부족 대비해야

농업통계에 대한 불신이 지적돼 온지 오래다. 해마다 가을이면 쌀 수확량 통계청 발표를 두고 맞냐 안 맞냐 논란이 일었다. 양동산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이번에야말로 농업통계 업무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수석부회장은 “풍년에도 농업통계는 틀린 적이 많다”며 “다른 기관으로 업무를 이관하거나 협업해 조사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맡아 각 지자체마다 있는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표본조사를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장을 잘 아는 기술센터를 통해 1개 군 내 절반 이상의 면단위를 표본조사하면 정확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통계청 통계가 틀린다는 말이 많다.

일단 10월 예상량 발표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나. 10월에 발표한 통계청 쌀 예상 생산량은 전년(374만7000톤) 대비 11만3000톤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생산량 발표에서는 23만7000톤이 줄었다고 했다. 전망치와 실측량이 두 배나 차이 나는 것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적인 예다.

전남지역만 봐도 전년 72만5000톤에서 올해 68만8000톤으로 5.1% 감소했다고 나왔는데, 현장과 차이가 커도 너무 크다. 농민들은 최소 30% 감소로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 6000개가 넘는 표본구역을 설정해 계산한다는데.

정확성을 높이기엔 부족하다. 통계청은 전국 농경지 중 6300여 표본구역을 설정해서 3㎡ 면적의 벼를 베어 탈곡하고 건조해 현미로 깎아 무게를 재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산출한다. 이 정도로는 통계의 정확성을 높일 수 없다. 평야와 산간벽지, 간척지 등 농지 형태에 따라 생육여건이 다르고 지역별 기후여건이 다른 것도 감안해야 한다.

-대안이 있다면.

통계청뿐 아니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함께 해서 정확한 쪽으로 발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농식품부가 직접 통계를 내는 것이다. 전국 각 시.군에서 5점 이상씩 균일하게 샘플 조사를 해야 한다. 군 단위 기초지자체 한 곳에 10개 면이 있으면 절반인 5개면은 봄부터 현장점검을 병행하며 표본조사를 해야 한다. 해당 농촌의 사정을 잘 아는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조사하면 번거롭지 않고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농촌현장에서 농민과 직접 접촉하며 농업기술과 정보를 알려주지 않나. 설립 취지도 농민생활 향상에 있는 만큼, 현장에 맞는 정책을 세우려면 현장을 잘 아는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쌀 생산량 통계를 내게 할 필요가 있다.

-농업통계가 틀리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나왔었는데.

정부 기관의 업무를 바꾸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도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을 테고. 하지만 계속 쌀 생산량이 줄어드는 현실에선 쌀 생산량 통계업무를 다른 기관과 협업하거나 이관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식량부족을 겪게 될 거라는 전망이 세계에서 나오고 있다. 각국이 곡물 수출을 제한하면 수입할 길도 없어진다. 제대로 된 식량자급대책을 세우려면 통계의 정확성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