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락시장의 2020년 미스터리
[데스크칼럼] 가락시장의 2020년 미스터리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12.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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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 위한 경매제 라면서…농업소득은 20년째 1000만원

(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가락시장에 새로운 농산물 거래제도인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이 목소리는 도매시장의 주요 고객인 소비지 유통인단체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도매시장의 실사용자들이 이만큼 정책 당국자들을 질책하는 것은 가락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보인다.

지금의 유통환경은 ‘비대면·온라인화’가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신속성과 편리함을 무기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대형유통 및 온라인업체에 대항하기엔 시간과 물량, 가격, 공급안정성 등 어느 것 하나 지금의 도매시장 체제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건 나와 있는 사실이다.

가락시장을 비롯해 전국 32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에서 농산물은 주로 경매제에 의해 움직인다. 이 제도는 1985년 가락시장 개장과 함께 도입돼 35년 동안 농산물 거래제도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변했다. 도매시장법인 및 중도매인의 이중마진 구조와 경락가격의 극심한 편차, 출하물량의 불안정성 등 경매제의 단점을 개선하지 않고는 소비지 유통인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도매시장이 경쟁력을 가져야 도매시장의 주요고객인 마트·수퍼마켓·전통시장·자영업자들이 살아나고 골목상권이 활성화된다. 이것이 지역경제의 불씨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이 많아진 마트와 수퍼,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늘려 청년실업 해결의 통로가 되고 농촌에선 귀농인의 판로가 되어 고령화, 공동화로 소멸해가는 농촌을 부활시키게 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도매시장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시장도매인제'다. 도매상이 산지와 직거래해 유통단계를 줄여 공급원가를 낮추고 출하물량과 가격의 사전협상으로 안정적인 공급과 농가 생산비 보장이 가능해진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동과 경매동에서 2015~2018년 거래된 11개 품목을 비교했더니 9개 품목에서 시장도매인 쪽이 출하자 수취가가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생산자와 도매상이 수시로 소통하며 시장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도매인제의 큰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하반기부터 연달아 성명을 내고 있는 마트와 수퍼, 가락시장직판상인들은 “시간이 없다”고 동일하게 지적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온라인화’로 한층 급물살을 타는 유통환경에 대응하려면 도매시장 개혁을 서둘러야지 다 망해 버리고 난 다음 개혁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한다.

기득권인 경매제측 유통인들은 시장도매인제가 자칫 물건대금을 떼 먹힐 수 있는 위험한 제도라고 반대 이유를 댄다.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농수산식품공사가 시장사용료로 돈을 벌려는 속셈이라는 주장도 있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으로 출하된 농산물 대금은 송품장이 등록된 즉시 정산조합이 송금하고 있다. 또 현대화가 진행중인 가락시장은 현대화 완료 이후 수용할 수 있는 물량규모가 줄어 거래물량의 일정비율로 걷어 들이는 시장사용료가 더 늘어날 수 없다고 한다.

모든 주장에는 합당한 근거가 뒷받침돼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시장도매인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억지'에 가까워 옹색하기 그지없다. 시장도매인제 도입 의도가 진정 출하자와 소비자를 위한 것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다.

경매제가 그리 좋은 제도라면, 왜 농업소득은 20년째 1000만원인가?

시장도매인을 반대하는 이유, 그것이 2020년 가락시장에 남은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