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축산업 결산] ‘호황 맞은’ 한우, ‘근심 쌓인’ 한돈
[송년특집-축산업 결산] ‘호황 맞은’ 한우, ‘근심 쌓인’ 한돈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12.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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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금, AI 확산되며 직격타
예산 증액 무산되며 시름 깊어지는 낙농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

예상 못 한 한우 호황…미경산우 비육 지원사업 길 열리나
지난해 한우 사육두수가 300만을 넘으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한우 산업의 ‘마지노선’이라는 말이 나왔었다. 사육두수가 많아지는 것은 도축 두수 증가, 결국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3/4분기 기준 사육두수는 320만두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우 평균 가격은 kg당 2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가격 하락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지만, 코로나19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 변수는 한우 소비에도 영향을 끼쳐, 외식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정 소비가 늘어났고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더해져 오히려 소비가 급증했다. 가격도 지난해보다 더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호황에도 농가의 얼굴은 함박웃음이 아닌 근심이 드리워져 있는 상태다. 충북의 한 농가는 “올해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며 “수입산 쇠고기의 대량 물량 공세가 만만치 않아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우협회는 올해 가정간편식(HMR)인 ‘한우 한 마리 곰탕’을 출시하면서 변화한 소비트렌드 본격 대응에 나섰다. 집밥과 면역력 증진을 위한 간편 보양식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우 부산물의 연중소비에 큰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NS홈쇼핑과의 업무협약으로 홈쇼핑을 통해 약 7000여개 세트를 판매하면서 소비의 다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답보 상태에 빠졌던 미경산우 비육 지원사업과 관련해서도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와 세부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경산우 비육 지원사업은 저능력 미경산우(임신한 경험이 없는 암소)를 비육·도축하는 농가에 소 한 마리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사업으로, 사육 마릿수 조절을 위해 시행된다. 협회와 농식품부는 2023년까지 암소 2만마리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가닥을 잡았다. 해당 사업이 시행되면 신청 농가는 마리당 30만원의 지원을 받고, 자율적으로 한 마리를 추가 비육하는 ‘1+1’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ASF·후지적체…몸살 앓는 한돈 산업
한돈 산업은 그야말로 안개 속을 걷고 있다. 지난해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농가가 희생됐지만, 피해만 불어났을 뿐 재입식은 미뤄졌다. 희생 농가들은 계속해서 재입식을 촉구하며 지난 5월에는 총궐기대회, 기자회견, 천막농성 등 강력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10월 초 강원도 화천의 양돈농장에서 ASF가 추가 발생하며 재확산 우려가 커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추가 확산 없이 마무리됐고 재입식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달 24일 대한한돈협회 제1검정소 환적장을 통해 전국 종돈장의 후보돈 등을 별도의 운송 차량에 환적한 후 해당 농장으로 재입식이 이뤄지며 농가들은 꿈에 그리던 돼지들을 맞이했다.

한편, 악취방지법 개정안,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 같은 축산환경 규제와 관련된 각종 법안이 상정됐지만 결국 계류됐다. 한돈협회는 축산업에 대한 시각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적극 대응하는 등 능동적으로 현안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올해 내내 지속되면서 한돈 소비는 증가했지만, 부위별 소비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가정 내 소비 수요가 증가하면서 삼겹살과 목살 재고량은 감소했고, 식당과 학교급식에 주로 사용되는 갈비와 후지 재고량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 9월 기준 한돈 재고량은 7만1702톤이었는데, 이 중 후지가 4만2245톤으로 전체 재고량의 60%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재고가 갈수록 많이 쌓이면 선호 부위 가격은 계속 높아져 소비자가격도 피해를 보게 되고, 육가공업체는 경영난에 처하게 된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한돈협회는 뒷다릿살 소비 증대를 위한 육가공품 개발 등을 추진하고, 업체와의 MOU 체결, 소비 불균형 해소를 위한 캠페인 전개 등 다양한 노력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AI 전국적 확산…낙농 예산 정부 반대로 실패
지난달 26일 정읍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가금 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김현수 장관, 이하 ‘중수본’)는 발생 즉시 농장에 초동대응팀은 현장에 급파해 출입통제·역학조사를 실시하고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겨울철 야생조류의 이동이 지속되면서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오리협회는 “2017년 겨울철부터 매년 4년째 전국의 오리 농가가 사육제한에 참여하고 있다. AI는 방역 조치와 오리고기 소비감소 등 큰 피해를 준다”며 농가의 최선 방역과 농식품부의 책임감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한편, 낙농가들과 낙농육우협회가 지속적인 예산확충을 요구했지만 농식품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낙농 예산 증액안을 끝내 반대함으로써 무산됐다. 이승호 협회장은 “원유수급문제를 낙농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복지부동’한다면 낙농 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분개했다. 이밖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소비기한 도입, 군 우유 급식 감축과 같은 문제로 낙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