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2020 결산] 쌀 생산량 51년만 최저…‘공매’ 갈등 극에 달해
[송년특집-2020 결산] 쌀 생산량 51년만 최저…‘공매’ 갈등 극에 달해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12.2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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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물량 부족한 RPC, 쌀값 하락 걱정하는 쌀 농가
쌀전업농-한국RPC협회, 생산·유통 선순환 협력키로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산지 쌀 유통의 구심체인 미곡종합처리장(RPC) 업계는 올해처럼 신곡 매입이 어려운 해도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공매’에 대한 생산자와 유통인의 갈등이 어느 해보다 높았다.

통계청은 지난달 12일 2020년 신곡 생산량을 350만7000톤으로 공식 확정했다. 지난해 생산량 374만4000톤보다 6.4% 감소한 물량이자 51년만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제의 한 미곡종합처리장이 2020년산 신곡을 매입하고 있다.
김제의 한 미곡종합처리장이 2020년산 신곡을 매입하고 있다.

산지 출하물량을 흡수하는 RPC는 시장 쌀값과 사후 정산되는 정부비축미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보니 쌀 수급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RPC 업계는 쌀 생산량 통계가 나오기 전인 수확기 초입(10월)부터 물량부족을 감지하고 정부에 공매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2020년 신곡은 통계상으로도 사상 최저를 기록한데다 현장 체감 생산량은 통계치의 20% 감소를 주장하는 형편이었다. 때문에 정부도, 농가도 물량부족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생산자와 유통인의 관계에선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생산자는 정부양곡 방출로 시장에 물량이 많아지면 쌀값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고 RPC는 벼 매입가격과 쌀 판매가격 사이에서 차익을 건져낼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수확기 쌀값이 강세를 띄긴 했지만 물량 자체가 부족해 공매에 대한 요구가 특히 높았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침에 따르면 RPC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벼 매입자금의 1.5배를 수확기에 매입하지 않으면 이듬해 평가에서 RPC에서 퇴출된다.

정부도 이런 유통업계의 어려움은 알고 있지만 농가의 반발을 고려해야 했다. 그러자 한정된 기간 내 의무매입 비율을 맞추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RPC들은 시장예측이 가능하도록 공매 시기와 물량을 미리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벼를 도정해 쌀로 팔아야 하는 RPC로선 쌀값이 어느 선까지 오를지 예측해야 운영 계획을 세울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것도 농가 입장에선 불리하다. 공매 계획이 발표되면 공매에 맞춰 벼를 사려고 한창 진행중이던 흥정이 끊기고 매입자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농가와 RPC 간 갈등은 생산자와 유통인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간극을 깨려는 시도가 수확기에 열려 의미 깊게 평가된다. 국내 쌀 생산 농가를 대표하는 조직인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회장 이은만)와 산지 쌀 유통업체를 대표하는 (사)한국RPC협회가 간담회를 갖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 두 조직은 자주 교류하며 생산현장과 유통현황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특히 수확기엔 쌀값에 대해 양측의 접점을 마련하는 등 생산과 유통이 선순환되도록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은만 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쌀 농가도 무작정 쌀값이 오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생산자와 유통인, 소비자가 다같이 상생하는 쌀 산업 생태계가 이뤄지도록 농가와 유통인이 자주 만나 서로의 입장에 대해 교감하고 논의해 적정 쌀값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호 한국RPC협회장은 “국민 쌀 소비량 감소에 맞춰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이 추진되는 것과 반대로 RPC에게 지워진 의무매입량은 오히려 더 늘어나는 등 유통업계의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며 “이런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농가 생산비를 찾을 수 있는 적정 쌀값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쌀 생산량은 지난 2015년 433만7000톤을 기록한 이래 5년 연속 감소세다. 2020년 쌀 생산량은 통계청이 쌀 생산량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5년(350만1000톤)과 1968년(319만5000톤)에 이어 역대 3번째 적은 규모이자 51년만에 최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