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값 올라 RPC 자금난 ”산물벼 인수대금 탄력적 운용을”
벼값 올라 RPC 자금난 ”산물벼 인수대금 탄력적 운용을”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1.03 0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양곡 방출 첫 단계 '산물벼 인수도' 이달 예견
벼값 전년比 15% 인상에 쌀 판매도 저조...자금 압박
분할상환 또는 상환유예로 인수자금 마련 기회 줘야
15일 정부양곡 20만톤 방출...1단계 공매 예정

농협 및 민간 RPC, 매해 10만톤 공공비축미 산물벼 수매

올해 쌀 공급량 부족으로 정부가 RPC에 팔기로 결정

51년만의 최저 생산량...벼값 높아 매입지원자금 '바닥'

산물벼 가격 7만원선 결정시 인수포기 RPC 속출 전망

외상 줘도 산물벼는 RPC 창고에 있어 공매 효과는 동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정부양곡 방출의 첫 단계로 추진되는 산물벼 인수도가 이달 예견되는 가운데, 전국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은 산물벼 인수 가격의 상환 방식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신축년 첫날인 1일 서울 한 대형 유통매장에서 시민이 쌀 진열대를 지나가고 있다. 12월 25일자 통계청 산지쌀값은 20kg 한 포대에 5만4455원(80kg당 21만7820원)으로 10일 전보다 36원 올랐다.
신축년 첫날인 1일 서울 한 대형 유통매장에서 시민이 쌀 진열대를 지나가고 있다. 12월 25일자 통계청 산지쌀값은 20kg 한 포대에 5만4455원(80kg당 21만7820원)으로 10일 전보다 36원(144원) 올랐다.

1일 산지 쌀 유통의 구심체 RPC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정부의 공매 발표 이후에도 물량 확보는 여전히 어려우며, 벼값이 예년보다 큰 폭으로 올라 벼 매입자금에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2020년 신곡 생산량(350만7000톤)은 전년(374만4000톤)보다 6.4% 줄었지만 5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산지 벼값은 2019년보다 15% 올라 RPC들은 전년 6만원에 사들였던 벼를 6만9000~7만2000원을 주고 사들이고 있다. 때문에 RPC업체당 평균 20~30억원의 벼 매입자금 대출 지원을 받았어도 의무매입 물량을 사기에도 모자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RPC는 수확기(10~12월) 홍수출하되는 벼를 농가로부터 사들여 산지쌀값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침에 따라 수확기 동안 벼 매입지원자금의 1.5배를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

정부는 2020년 신곡 생산량이 50년만의 최저치인데다 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심리로 산지에서 물량 확보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의무매입물량을 1.2배로 완화하고 매입 기간도 올해 2월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벼가 시원시원하게 나오지 않아 농가들이 벼 출하처로 선호하는 농협마저 재고물량이 전년보다 17만톤 정도 적다. 게다가 공공비축미곡 벼 매입가격이 1등급 기준 7만5140원(40kg)으로 정해지면서 자금압박의 강도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비축미 가격은 통계청 가격을 가지고 환산을 하기 때문에 실제 산지 가격과 괴리가 있다”며 “가격이 높은 강원도, 경기도를 포함한 가격이라 7만원을 넘지 않는 아랫지방은 상대적으로 RPC들이 피해를 보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비축미 결정 가격이 산지 벼값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제 산지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기대하는 출하자와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고, 또 일정부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물벼 인수도 가격이 7만원 선에서 결정되면 인수를 포기하는 RPC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정부양곡 방출 목적인 쌀값 안정도 엇나가게 된다.

RPC들이 해마다 정부를 대신해 건조하지 않은 물벼 형태로 사들이는 공공비축미곡은 농협과 민간을 합쳐 약 10만톤 정도다. 이를 각 창고에 저장해 뒀다가 정부가 시장상황을 봐 가져가거나 RPC에 판다. 올해는 쌀 공급량이 부족해 RPC에 팔기로 결정한 것이다.

RPC 관계자는 “당장 인수도 참여할 자금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유가 없는 RPC는 3개월간 분할 상환토록 한다거나 3월에 100%를 내게 한다든지 탄력적으로 운용해 줬음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어차피 산물벼는 RPC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인수도 대금을 분할 상환해도 시장에 물량이 풀린 것과 효과는 동일하다.

이 관계자는 “쌀 판매도 저조해 자금 회수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신곡 판매가 더딘 이유는 쌀값이 큰 폭으로 올라 용량을 줄여 소비하는 현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RPC들의 대규모 납품처인 외식업체 수요가 대폭 준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한편 정부는 오는 15일 20만톤 정부양곡을 방출하는 1단계 공매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