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새해 농업인의 목소리Ⅰ] "농사 시작하고 가정도 꾸리고, 인생 2막 시작됐죠"
[신축년 새해 농업인의 목소리Ⅰ] "농사 시작하고 가정도 꾸리고, 인생 2막 시작됐죠"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01.06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우홍 (사)한국쌀전업농거창군연합회 사무국장
벼에서 찾은 성공비전, 농사결심
'밥맛이 거창합니다' 브랜드 쌀 생산
이우홍 (사)한국쌀전업농거창군연합회 사무국장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고 농사를 전업으로 삼은 지 벌써 7년이 훌쩍 지났네요. 돌이켜보면 농사를 짓고 나서부터 여러 가지 좋은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경남 거창군 가조면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우홍(44) 씨는 고향인 거창에서 본격적인 농사에 뛰어들었을 당시를 이같이 회상했다. (사)한국쌀전업농거창군연합회에서 올해로 6년째 사무국장을 맡은 그는 약 5만평 규모에 벼를 재배하고 있다. 

벼 수확이 다 끝나고 휴가를 즐기고 있는 이 씨는 요즘도 논에 종종 나가 보고 있다. 농한기라 농사일이라곤 올해 심을 종자를 계획하는 것 정도로 일거리가 적지만, 논두렁이 무너졌는지 확인하고 간간이 다섯 마리 남짓 키우는 소들도 살펴보고 있다. 

이 씨는 10년, 20년 동안 벼농사만 지어온 쌀전업농들 사이에서 다소 농사 경력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평생 농사를 지으신 부모님을 도와 때가 되면 일을 거들곤 했다. 이런 그는 7년 전 제대로 된 농사를 짓기로 결심했다.

이 씨는 농사일이 낯설지 않았지만,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농사보다는 다른 꿈을 갖고 있었다. “전공을 살려 직장 생활을 했었고, 일을 그만둔 뒤로는 의학전문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오래 했어요. 좋은 성과도 있었지만, 끝에 가서는 결국 잘 안되더라고요. 나이가 더 들수록, 결혼이나 취직 같은 고민이 많아지면서 많이 힘들었죠.”

힘든 시기를 보낸 이 씨는 눈을 떠서 농촌이 돌아가는 걸 보니 벼농사에서 비전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동안 부모님의 일을 거들어서 봤던 벼농사가 몸은 고되지만, 주식을 생산하는 값진 일이고 충분히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씨는 본래 활동적인 일을 좋아해서 운동을 자주 즐기는 만큼, 소위 몸 쓰는 일이 많은 농사가 제격이었다고 말했다. “삽질하면 알통이 생긴다고 생각하며 일을 해요. 처음에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개인적으로 몸 쓰는 걸 좋아하다 보니 농사가 힘들다고 못 느껴요(웃음).”

농사를 즐기고 있는 그도 4년 전 지역에 가뭄이 심하게 왔을 땐, 처음으로 농사가 힘들다는 경험을 했다. 지역에서 수력발전을 위한 테스트 사업을 벌인 탓에 저수지 물을 뺐는데 마침 그해 여름 비가 오지 않아 난리가 났었다고. 새벽에도 자다가 나가서 물을 봐야 하고, 비가 오는데도 물을 봐야 했기에 한 달을 꼬박 잠을 제대로 못 잤던 그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몸이 쑤신다고 말했다.

이 씨는 3월 말에서 4월 초면 모내기를 준비하기 시작하고, 매년 5월 20일경이 되면 모내기를 끝낸다. 이렇게 재배한 벼 중 일부는 경남도에서 진행한 ‘2020년 경남 최고품질 브랜드 쌀’에서 대상을 받은 ‘밥맛이 거창합니다’라는 브랜드 쌀에 들어간다. 지난해도 6000평 정도 브랜드 쌀을 재배한 이 씨는 거창군 가조면의 기후와 물이 밥맛이 좋은 쌀을 생산하는 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며 고품질 쌀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이 씨는 벼가 쓰러지지 않는 게 우수한 벼를 재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벼 포기를 적게 심고, 이앙 시기도 조절하며, 논에 물을 바짝 말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벼를 재배하며 실험해보고 있지만, 제일 핵심은 도복(쓰러짐)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아무리 좋은 종자를 심고, 잘 자란 벼도 쓰러지면 꽝이에요. 논에 누워버린 나락을 일주일이 지나도록 그대로 두면 제대로 된 쌀알이 반도 안 돼요. 벼농사 지으면서 쓰러진 벼를 세우는 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인 만큼 쓰러짐을 방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이 씨는 올해 육묘장을 작게나마 만들어서 농사 기반을 더욱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외래품종보다는 지역 기후에 맞는 대체 품종을 찾아 거창 쌀의 밥맛을 지금보다 더 거창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올해 벼농사에 대한 열정만큼 쌀전업농거창군연합회의 사무국장으로서 연합회 살림을 위해 힘을 쏟을 계획이다. 특히 연합회 발전을 위해서는 ‘단합’이 처음이자 끝이라며, 회원들이 자주 모여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했던 공부를 놓았을 땐 미련이 많이 남았지만, 지금의 농촌 생활이 너무나 만족스러워요. 농사를 시작하면서 지금의 아내와 16년 연애 끝에 결혼도 하고, 6살, 8살 아이들의 아빠까지 됐어요. 예전엔 벼를 키우는 게 그저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논에서 자라는 벼를 보고 있으면 애들이 커 가는 것처럼 느껴져요. 벼농사가 단순한 일거리가 아닌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