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상장예외품목 확대...일자리 논쟁 점화
가락시장 상장예외품목 확대...일자리 논쟁 점화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1.0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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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농수산식품公, 경매 않는 수산부류 크게 늘려
경매 농산물 실어 나르는 하역 노동자들 반발
도매시장 활성화와 실업문제 절충안 마련 절실

2021년부터 218개 중 상장예외를 201개로 대폭 확대

직거래 농산물 확대하면 운반.배달 노동자들 일거리 줄어

서울시.서울시의회 재검토 요구, 농안법도 '극히 예외적 경우'로 한정

생산자.소비자 혜택주는 직거래 늘려 도매시장 활성화 나선 공사

가락시장 관리기관 역할에 충실...생계 문제 부딪히자 '무분별 정책'으로 '모순'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서울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가 올해 가락시장 상장예외품목을 확대한 것과 관련, 일자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유통단계를 줄인 농산물 품목을 확대한 것이지만 기존 구조에서 밥을 먹고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상장예외품목은 경매에 부치지 않고 직거래가 허용되는 농산물로 생산자에겐 수취가를 높여주고 소비자에겐 저렴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농산물을 경매에 부쳐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이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홍성룡 서울시의원(도시안전건설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송파 제3선거구)은 8일 "하역노동자를 사지로 몰아넣는 상장예외품목 확대를 즉시 철회하라"고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 촉구했다. 

공사는 지난해 12월 17일 제4차 가락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2021년 수산부류 거래방법 지정안'을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218개 품목 중 상장품목이 17개, 상장예외품목이 201개다. 2020년엔 238개 품목 중 상장이 163개, 상장예외가 75개였다. 올해는 예외품목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산지에서 가락시장에 출하된 양배추를 하역노동자가 지게차로 트럭에서 끌어내려 운반하고 있다. 직거래 농산물인 상장예외품목이 많아질수록 이들의 일거리가 줄어들어 생계를 위협받는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산지에서 가락시장에 출하된 양배추를 하역노동자가 지게차로 트럭에서 끌어내려 운반하고 있다. 직거래 농산물인 상장예외품목이 많아질수록 이들의 일거리가 줄어들어 생계를 위협받는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 출하되는 농산물은 경매제에 의해 유통되고 있다. 도매시장법인이 전국 산지의 농산물을 수집해 경매에 부치면 다수의 중도매인이 참여해 낙찰받는데, 이 낙찰가격이 그날 해당 농산물의 거래 기준가격이 된다. 

하역노동자는 산지의 생산.출하자가 농산물을 가락시장에 보내면 트럭에서 농산물을 끌어내려 경매장에 갖다놓고, 경매가 끝난 후 낙찰된 농산물을 해당 중도매인의 점포에 운반하는 일을 한다. 따라서 상장예외품목이 많아질수록 일거리가 줄어든다. 

반면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된 농산물은 생산.출하자가 직접 중도매인 또는 직판상인에게 판매할 수 있다.

직판상인은 가락시장 내 가락몰에서 소비자를 대면하는 소비지 유통인들이다. 도매시장법인 및 중도매인을 거치면서 이들의 마진(수수료)이 붙은 가격에 농산물을 사 판매할 때보다 출하자로부터 직접 살 수 있는 상장예외품목이 저렴해 공급가격도 낮출 수 있다. 당연히 상장예외품목 확대를 환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온라인 직거래와 산지 직거래가 대세가 된 현 상황에서 도매시장이 유통단계가 많은 경매제를 주요 거래제도로 유지하는 한 경쟁에서 밀려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거래제도가 ‘시장도매인제’다. 공사는 벌써 20년 전에 국회에서 입법한 이 제도를 공영도매시장에 도입하려고 시도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시장도매인제는 법률용어가 ‘시장도매인’으로 정해진 도매상이 산지에서 물건을 떼 도매시장에 가져와 소비지에 파는 것으로 도매시장법인이 경매에 올려 가져가는 상장수수료(가락시장 4%) 및 중도매인 수수료가 붙지 않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이득을 주는 제도다.

출하 농산물은 무조건 경매에 부쳤던 가락시장에 상장예외품목이 생겨난 것은 경매제에 속한 유통인들이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타협한 결과로 보인다.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도 일자리 문제를 고려한 때문인지 제3조 및 시행규칙 제27조에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상장예외품목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홍 의원은 “공사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무분별하게 상장예외품목을 늘려 예외품목이 상장품목보다 월등하게 많아졌다”고 질타했다.

특히 서울시는 이같은 공사의 수산부류 거래방법 지정안이 문제가 있다며 재심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공사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직거래 품목 확대에 나선 것은 도매시장 경쟁력 강화 차원의 대책으로 풀이된다. 슬럼화, 공동화 현상이 도매시장의 문제로 대두된 것은 최근이 아니다.

하지만 일자리와 생계 문제도 중요한 만큼 이해관계자 간 적절한 타협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와 함께 시장 개설자인 서울시는 상장예외품목을 확대한 공사에 제동을 거는 일이 가락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타당한지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