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수수 품종개발 새로운 길을 가다
[전문가칼럼] 수수 품종개발 새로운 길을 가다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01.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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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과 농업연구관

수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잡곡 중 하나로 ‘고량진미(膏粱珍味; 기름진 고기와 좋은 곡식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로도 일컬어진다. 열대지역이 원산지이며 세계 5대 작물에 속하는 중요한 작물이다. 키가 1.5~3m까지 자라며 온도가 높고 햇볕이 강한 지역에서 잘 자라며 건조한 환경에도 강해 과거부터 우리나라 전국에 걸쳐 중요한 식량으로 재배되어왔다. 예부터 위장이 쇠약하거나 식은땀이 날 때 수수죽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하였고, 액운을 멀리하고 건강하게 자라달라는 의미로 돌상과 생일상에 떡으로 올라오곤 하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수는 90% 이상이 밥에 넣어 먹는 혼반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잡곡 중에서도 영양과 기능성이 매우 우수하다고 알려진 수수의 소비 촉진과 가공식품 원료로서의 이용성을 확대하기 위해 먼저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증대하기 위한 방법을 적용하였다. 단위면적당 수량 증가는 작물의 재배면적을 더 늘리기 어려운 현실에서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이며, 품종 육성의 주요 목표이기도 하다.
하이브리드 육종법으로도 알려진 ‘잡종강세 육종법’은 수량(생산량) 증가를 위해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육종방법으로 미국 등지에서는 실용화 되어 있는 육종법이다. 이 획기적인 수량 증가 육종법을 적용하여 우리나라에서 드디어 지난해 최초의 수수 하이브리드 품종인 ‘밀양15호’가 개발에 성공하게 되었다.

‘밀양15호’는 기계수확이 가능하고 수량이 484kg/10a로 기존에 많이 재배되고 있는 ‘소담찰’의 307kg/10a에 비해 58%나 수량성이 증가한 품종이다. 조만간 공식적인 품종 이름을 부여 받아 2022년부터는 농가에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영양성분과 건강 기능성이 강화된 품종 개발에 성공하였다. 우리 국민의 최고 관심이 다이어트와 비만이라는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칼로리 대비 영양소가 높을수록 많은 가공식품의 원료로 이용돼 자원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수수는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잡곡 중에 기능성의 왕이라고도 불릴 수 있을 정도로 항산화·항염·대사증후군 개선 등에 우수한 작물이다. 그러나 거친 식감으로 수수만을 가지고 밥이나 가공식품을 만들기에 다소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거친 식감을 어느 정도 해소한 품종이 2019년 개발된 ‘노을찰’이다. ‘노을찰’은 밀가루와 유사하게 노화가 지연되고 초기 소화율이 좋은 분말 특성을 보인다. 더불어 저항전분의 함량이 높아 건강에 도움이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노을찰’로 만든 수수빵을 이용한 장건강 개선(프리바이오틱스) 효과 분석에서 비만과 관련된 장내 미생물을 감소시키는 효능을 보여 비만조절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고, 장염과 과민성장 유발균의 성장 억제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우리는 급격한 기후변화와 농업환경 조건의 악화에 따른 식량안보 위기 등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불리한 농업여건에 대응하기 위해 수량 등 생산성이 높고 영양이 뛰어난 품종의 개발과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충분한 수량을 낼 수 있는 종자의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더불어 영양과 건강에 좋고 칼로리도 낮은 작물과 품종의 개발은 우리 국민의 주요 관심 대상이 되고 수수의 소비 촉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