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다시 ‘공공비축미’를 부르다
[기자수첩 米적米적] 다시 ‘공공비축미’를 부르다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02.03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기자가 ‘본방사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대중들 사이에서도 장안의 화제인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확실히 여타 프로그램과는 다른 의미나 깊이가 느껴진다.

싱어게인은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 한 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잊힌 비운의 가수 등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신개념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다시 나를 부르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름을 잃어버린 가수에게 이름을 찾아주고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프로그램 특성상 이름 대신 30호, 63호와 같은 숫자로 불렸던 그들은 경연을 치르면서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찾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이름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오디션 당사자와 심사위원뿐만 아니라 시청자인 기자에게도 고스란히 그 감동이 전해졌다.

공공비축미 제도를 취재하면서 드는 생각은 프로그램을 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굵직한 이슈가 아니라서, 위험 상황에 대비하는 예방책과 같은 것이어서 등 이런저런 이유로 밀려나 있었던 공공비축미 제도의 진짜 이름을 찾아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공공비축미 제도는 양곡 부족으로 인한 수급 불안, 자연재해, 전쟁 등 식량 위기에 대비해 일정 물량의 식량을 비축하는 제도를 말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 상황의 대처 방법으로 이 제도가 만들어진 것인데, 요즘은 그저 불안한 상황에서 수급조절용으로 쓰일 뿐이니 본래의 목적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농민은 정부가 쌀을 풀 때 보면 국가위기 상황이 아닌 물가조절 시책에 맞춰서 푸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물가가 오르면 안정시킨다고 풀고, 쌀값 오를 것 같으니 풀면 공공비축미 제도가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수급조절에 해결이 되긴 하는 건지도 의문이 든다는 말을 들으니, 제도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살피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공공비축미 제도는 2004년까지 시행해왔던 추곡수매제가 본래의 기능을 점차 상실하자, 대안으로 도입된 제도다. 농가 소득안정기능, 식량안보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이 제도가 이름에 걸맞는 시행 방안으로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