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국민으로 대접받는 사회 되길”
“농민이 국민으로 대접받는 사회 되길”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2.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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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규석 (사)한국쌀전업농전북도연합회장 인터뷰
통합물관리 등 농업제도 결정에 농민 의견 배제
관습 따라 사용하는 농업용수, 허가권 전환 안돼
RCEP...쌀 예외, 약속 지켜질지 마음 놓을 수 없어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서규석 (사)한국쌀전업농전북도연합회장은 농사짓는 농부로서 논물에 특히 관심을 드러냈다.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던 농업용수를 수자원공사가 통합관리하는 건 농업용수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또 농민 삶과 직결되는 문제를 결정하면서도 농민 의견을 배제한 것에서 농민이 국민으로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토로했다. 물관리 대안으로는 용도에 따라 관리부처가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 회장은 RCEP, CPTPP 등 글로벌 협정에 따른 농업계 피해를 특히 걱정했다. 농업강국들과 경쟁에서 밀릴 것이 뻔하다는 이유다. 그는 “농업예산 비중 3% 이하 추락으로 농업계가 침울한데 새해엔 농민이 국민으로서 대접받는 좋은 징조들이 많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규석 (사)한국쌀전업농전북도연합회장
서규석 (사)한국쌀전업농전북도연합회장

-지난해 특히 기억나는 일은.

농민이 5000만 국민 먹여살리고 국가안보의 초석이 되는 식량을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국민다운 대접을 못 받고 있다. 도(道) 회장 하면서 느낀 점이 이것이다. 통합 물관리와 벼 시장자동격리제를 결정하는 과정에 당사자인 농민은 완전히 배제되고 정부 의지대로 끌고 갔다. 농민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국가물관리위원회 2기 때부터는 참여시킨다고 하지만 농민단체에서 자꾸 소리가 나오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것 같다.

-농업용수를 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한다고 해 논란이 컸다.

물은 정부나 수자원공사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게 아닌, 자연이 내려준 공공재다. 대법원에서 관습법을 법으로 인정한 판례가 있는데도 관습에 의해 사용하던 물을 허가권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한 마디로 농민들에게 물사용료를 내라는 얘기다. 수자원공사에서 물관리를 맡게 된 후인 지난해 여름 폭우 때 섬진강 둑이 터져 순창, 남원 등지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수공은 책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폭우로 수리권을 되찾아와 다행이다.

-물 문제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용도에 따라 관리부처가 달라져야 한다. 농업용수는 공업용, 생활용수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20회 이상은 재사용한다. 부안의 경우 섬진강댐에서 칠보로 떨어져 정읍 거쳐 부안까지 오면 양수해서 쓴다. 말단의 한 필지 논에 물 10톤을 대려면 100톤을 내려보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숫자만 가지고 농업용수를 5% 제한한다는 얘기가 나와 답답하다. 일단 농어촌공사에서 다시 관리한다고 했으니 지켜볼 계획이다.

-적정 쌀값에 대한 생각은.

80kg 한 가마에 최소한 21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 농사짓는 소득으로는 생활할 수 없으니 젊은이가 농촌에 안 오지 않나. 올해 쌀값은 공매도 했으니 떨어질 거라고 예측하는데 하락하진 않고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 같다. 정부가 갖고 있는 재고 37만톤이 많은 게 아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면 농업 피해는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11개 회원국 중 3개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보다 농업경쟁력이 강한 국가들이다.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역시 쌀은 예외로 했다지만 정부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새해 바라는 점.

코로나 종식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또 정부에서 쌀 시장에 너무 개입하지 않았으면 한다. 농업은 1%의 경제학이다. 1%가 증산되면 값이 폭락하고 1%가 감소하면 폭등한다. 작년 태풍으로 40%까지 수확량이 준 전업농 회원분들은 힘내시길 바란다. 식량안보의 파수꾼이라는 자부심을 잃지 말길 바란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