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쌀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
[전문가칼럼] 쌀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02.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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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
조준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 농업연구관
조준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 농업연구관

최근 논 타작물 재배 확대 등 쌀 생산을 줄이기 위하여 쌀에 편중된 직불제를 개편하고 농업 환경개선 등을 통한 다양한 식량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 증가로 가정간편식(HMR) 쌀 소비를 중심으로 기능성·가공용 쌀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가공 원료곡은 가격 차이를 이유로 대부분의 식품업체는 수입산을 선호하면서 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풀어야 할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가공 원료곡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초다수 쌀 품종 개발에 노력을 경주한 결과, 최근 일반 벼 대비 쌀수량이 40% 이상 획기적으로 증수되는 ‘금강1호’(817㎏/10a) 등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흑미 중심의 기능성 품종에서 벗어나 저항전분이 많은 다이어트용 및 향미 등 다양한 특수미 품종들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밥쌀용 중심의 재배 및 유통과 소비구조 등으로 특수미의 안정적 영농 및 쌀 가공산업 인프라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자 및 공급자 중심의 산업에서 소비자 중심의 가공품과 품질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반구축이 필요하다. 

우선 밥쌀용 소비중심에서 벗어나 시장의 다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다행히 쌀 가공품 분야에서 즉석밥, 컵밥 및 볶음밥 등 가정간편식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 되면서 떡이나 양조 등 대량소비를 이끌었던 전통가공에서 벗어나 고령친화식, 영유아친화식 및 아웃도어형 등 소비자가 요구하는 가공품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쌀 소비도 식품의 한계에서 벗어나 현재 옥수수 전분을 주로 이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활용품이나 3D프린팅 소재 등 새로운 대량소비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소재 분야에서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품종의 원료곡 생산과 공급으로 재배농가 및 관련 산업체가 연계된 원료곡 재배단지를 조성함으로써 계약된 가격으로 필요한 원료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절실하다. 산업용 특수미는 밥쌀용과 달리 산업체와 연계되어 있지 않으면 판로를 찾기 힘들다. 일부 농가가 소규모로 생산하더라도 산업체가 요구하는 생산량이나 품질을 충족하기에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하여 산업체가 필요한 종자를 보급하여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관련 기술의 이전을 통한 생산-기술-산업화의 일체형 산업모델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신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쌀 가공산업의 기반구축을 위해 정부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하여 관련된 농업인, 산업체 및 소비자 등이 모두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특수미들의 부가가치 향상 기술개발 및 안정적 종자 공급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보완함으로써, 밥쌀용 중심의 재배 및 유통·소비 구조 개선을 통한 농가, 소비자 및 산업체 모두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쌀 산업 기반조성이 필요하다. 

제2차 쌀 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촉진에 관한 5개년 기본계획이 2019년부터 시행되면서, 이미 위에서 살펴본 기본 방안들과 관련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과 함께 제도 등이 뒷받침 될때 쌀 산업은 밥쌀용 중심의 소비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농업기반 및 산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