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기자수첩 米적米적]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02.1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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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에서는 의무자조금 단체를 중심으로 농산물의 선제적 수급조절 기능을 제도화해 자조금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무자조금 단체의 회원인 생산자가 재배면적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경작신고제를 도입, 공급 과잉과 같은 수급불안이 예상되면 재배면적을 조절하는 조치를 취해 미리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생산단계에서부터 농산물 수급조절 기능을 부여해 가격 안정화를 도모함으로써 농가 수취가 보장과 농가소득 보전 효과가 기대된다. 

자조금 단체의 수급조절 기능이 절실하게 필요한 품목에는 마늘과 양파가 대표적이다. 마늘과 양파는 매해 가격 급등락이 번갈아 나타나는 농산물이다. 이로 인한 농가의 피해는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가격이 고점과 저점을 반복하는 이유는 수급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생산자들이 가격의 급등락을 최대한 막고, 안정적인 가격을 형성하기 위해서 스스로 수급조절의 주체가 되겠다는 뜻이 담긴 게 바로 경작신고제다. 의무자조금의 대표적 기능 중 하나인 생산자의 자율적 수급조절 기능이 이렇게 빛을 발휘하게 되는 셈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라 자조금의 역할이 늘어난 것은 환영하지만 그간의 성과를 폄훼해선 안 된다. 

그간 농산물의 소비촉진·홍보, 품질향상을 통한 품목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자조금의 핵심 기능이었다. 이 기능은 마늘·양파처럼 대부분 음식의 재료로 사용되는 양념채소와 달리 철저히 기호식품인 과수나 특용작물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가령 세계적으로 효능을 인정받은 특용작물인 인삼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체질에 따라 복용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고, 여전히 ‘인삼은 열이 많은 사람에게 해롭다’는 낭설도 남아 있어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는 필수다. 

기호식품인 사과, 배 같은 과수는 맛이 없으면 외면받기 더 쉽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과일은 소비자 관심을 잃는 순간 언제든지 다른 식품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의무자조금이 조성된 품목은 14개이며, 그중 절반 정도는 이러한 기호 식품들이다. 

농산물 품목별로 특성이 모두 다르듯, 제도 또한 그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새로운 시도와 세계시장에서 우리 농산물을 지켜온 의무자조금 단체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자조금의 역할이 품목의 특성에 맞게 운영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