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AI 잡았다는 정부 웃고, 가금농가 울리는 방역 대책 괜찮을까 
[기자수첩 米적米적] AI 잡았다는 정부 웃고, 가금농가 울리는 방역 대책 괜찮을까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21.02.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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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병든 닭도 아닌데 왜 자꾸 죽이라고 하는지, 자식마냥 키운 것들 병들어 죽어도 마음이 아픈데 멀쩡한 놈들을 왜 다 죽이라고 하는지.” 기온이 내려가는 시기가 되면 가금농가의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것이 바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다.

한동안 뜸했던 AI가 확산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살처분 정책이다. 이는 농가의 생존권과도 직결된 문제이며, 크게는 산업계 전체의 문제로도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기준 살처분 현황을 살펴보면, 산란계 1339만4000마리, 육계 632만9000마리, 육용오리 173만5000마리, 종계 122만4000마리 등 대략 셈을 해봐도 2000만마리가 훌쩍 넘는 숫자가 땅에 묻혔다. 이중 실제 AI 발생으로 살처분 처리된 것은 얼마나 될까. 

정부가 발표하는 AI 관련 자료를 살펴봐도 예방 살처분 포함 살처분 마리 수는 한눈에 알 수 있지만 발생 농장의 발생 수는 하나하나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가금농가들 사이에서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려는 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AI로 인해 살처분되는 닭‧오리 보다 예방적 살처분으로 죽어나가는 것이 더 많다는 것으로 정부의 AI 방역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발생 농장 반경 3km 내 축종 불문 모든 가금류 살처분 조치는 가금농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그저 AI 방역만을 위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금농가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지금까지의 방역 정책보다는 낮은 수준의 방역 정책을 내밀었다. 그것도 2주 한시적으로 말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문제 시 되고 있는 예방 살처분 대상을 3km에서 1km로 줄이고, 축종도 동일 축종에 해당해서만 살처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새로운 정책에도 불구하고 성난 가금농가의 마음을 달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이미 살처분으로 너무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발생 농가 수가 과거에 비해 대폭 줄었다는 것을 내세워 결국 정부가 진행한 살처분이 마치 AI를 효과적으로 막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역시나 보여주기식 행정일뿐 긴 시간 정부 정책에 맞춰 어려운 가운데서도 AI 방역에 힘을 보텐 가금농가들에 대한 보상이나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괘씸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로 가금농가와 정부 간의 골만 깊어져 가고 있는 상황.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정책이 아닌 농업 현장과 함께 호흡하고 진행하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