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수입쌀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기자수첩 米적米적] 수입쌀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03.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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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고 난 후, 기자는 한창 여행에 빠졌었다. 다니면서 여행이 점점 더 좋아졌고, 그 중에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겐 큰 매력이었다. 여행은 어디를, 누구와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음식의 기억은 보통그 여행의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쌀밥을 좋아했던 나에게 해외에서의 쌀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탈리아에서의 리조또는 촉촉했고, 베트남에서의 볶음밥은 입에서 뭉쳐졌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동안은 그 기억을 떠올리며 해외 음식을 그리워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클릭 한 번이면 내가 원하는 나라의 쌀이 배달돼 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산 쌀을 구매해봤는데, 배송도 2~3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고 가격도 10kg 기준 1만9000원 정도였다. 꼭 필요해서가 아닌, 개인적인 이유로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 현실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개인의 필요와 취향으로 들어오는 수입쌀의 수요는 분명히 있지만 부정 유통으로 쌀 시장에 혼란을 주는 우려 섞인 시선 또한 존재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수입쌀 부정유통 적발 현황’을 보면 2017년 23건에서 2018년 58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019년 상반기만 해도 총 64건이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국내산 쌀과 수입쌀을 혼합해 적발돼 형사 입건된 건수도 꾸준히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양곡 원산지 미표시로 인한 과태료도 2017년 1708만원에서 2018년 2151만원, 2019년 상반기는 1432만원이 부과됐다.

이 같은 우려는 곧 건전한 쌀 유통시장 확립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들어오는 수입쌀을 무작정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국내산과 섞이지 않도록, 우리 쌀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내 자녀, 내 가족이 아닌 전 국민의 식량을 위해 오늘도 영농 준비에 힘을 쏟는 농민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