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경자유전…훼손 심각하다
[기자수첩 米적米적] 경자유전…훼손 심각하다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03.0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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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고지영(根固枝榮)’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기초가 튼튼해야 그 결과가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단한 기반의 구축을 강조하는 의미로,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우리 격언과 의미가 통한다. 특히, 이 말은 새해를 맞이해 그간 마련해온 기반을 더욱 견고히 다져 더 큰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다짐할 때도 쓰인다.

농업정책에 있어서 이 표현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고, 이 표현처럼 뿌리를 튼튼하게 다져서 다시 한번 새롭게 성장하기 위한 분야가 있다면 단연 ‘농지’ 분야를 들 수 있다. 여기서 뿌리는 역시 ‘경자유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농지 제도는 1950년 농지개혁 이래로 경자유전의 원칙과 자작농 체제를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인 경자유전은 1987년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 제1항에서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라는 내용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농지 제도의 뿌리인 ‘경자유전’은 현재 상당히 퇴색되고 있다. 1996년 시행된 농지법이 해를 거듭할수록 경자유전의 원칙과는 달리 농민에게서 농지를 뺏어갈 수 있는 완화조건이 점차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뿌리가 점차 흔들리고 있으니, 부당하게 농지를 취득하거나 농민이 아닌 사람이 농지를 이용해 농업인의 소득보다도 훨씬 큰 이득을 취하고 있다. 가령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거짓으로 발급받아 부당한 이득을 취득한 농업법인 등이 최근에 밝혀지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경자유전을 훼손하는 이러한 행위들에 대한 ‘농지이용실태’가 여전히 정확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국민 식량생산의 기반인 농지를 지키기 위해 경자유전 외에도 새로운 뿌리가 뻗어 나가야 할 때다. 전수조사 등을 통해 마련된 체계적인 농지이용실태조사가 바로 새로운 뿌리이며, 이 뿌리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명확한 농지 관리라는 가지를 무성하게 자라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