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슬기로운 우리 쌀 소비생활
[전문가칼럼] 슬기로운 우리 쌀 소비생활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04.0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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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연구사
김미정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연구사.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추세 확산과 온라인 쇼핑의 급증에 따라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도 변화하고 있다. 2020년 12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식료품 주 구입 장소로 온라인의 비중은 3.51%로 2019년 0.81%에 비해 4.3배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온라인 구입 경험이 있는 신선식품 중 곡류는 29.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다수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곡류를 판매하고 있으며 그 중 다양한 상표명의 쌀도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쌀 구입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은 맛과 품질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쌀 구입시 확인하는 정보는 생산지역, 원산지, 가격, 품종명, 도정 날짜 순이라고 조사된 바 있다. 쌀의 품질, 나아가 밥맛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품종명과 도정 날짜보다 유명하고 익숙한 지역의 상표를 우선시 하여 구입하는 것이다. 역시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쌀들을 살펴보니 생산 지역을 대표하는 상표명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개발되지 않은

외래 벼 품종명을 내세우며 ‘우리쌀’ 이름을 걸고 판매되는 상품도 꽤 있다. 아직도 소비자들에게 밥맛이 좋다고 막연히 인식되어 있는 외래 벼 품종이 대표 상표로 비싸게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벼 재배면적 가운데 ‘추청벼’, ‘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 ‘밀키퀸’ 등 외래품종 재배면적은 약 7.9%인 57천ha로 집계됐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16년부터 국내에서 재배되는 외래 벼 품종을 우리 품종으로 대체하기 위해 품종 개발단계부터 수요자가 참여하는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SPP)’를 추진 중이며, 마침내 2019년부터 외래 품종 ‘고시히카리’를 대체할 우리 품종 ‘해들’을 농가에 보급하였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외래 품종 ‘추청벼’를 대체할 우리 품종 ‘알찬미’를 보급하기 시작하였으며, 2024년까지 외래 벼 품종 재배면적을 1만ha 이내로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우리 품종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품질 좋은 우리 쌀을 제공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도 농업기술원 및 시·군 센터, 국립종자원,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등이 함께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쌀 구입시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품종인지를 확인해보면 어떨까? 또한 쌀 포장 품질표시사항인 품종명에 단일 품종명이 표기되어 있는 쌀이 혼합(2품종 이상을 혼합 또는 품종명을 모르는 경우)으로 표기된 것보다 품질이 더 고르고 우수하므로 확인 후 구입하는 것을 권장한다.

품종과 함께 쌀의 품질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도정 날짜이다. 쌀의 품질 유지기간은 연구결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여름철은 도정 후 2~4주, 겨울철은 7~8주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19년 식품소비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에서 쌀의 조달(직접 구입 또는 가족이나 친지가 보내줌) 빈도는 2~3개월에 1회가 60.2%로 가장 높았고, 1년에 2~3회가 23.9%, 1개월에 1~2회 이상은 4.6%뿐이었다. 이 결과로 쌀 구매(또는 받은) 후 소비하는 기간이 그만큼 길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또한 쌀을 직접 구입하는 가구의 쌀 포장 단위를 조사한 결과 20~30kg이 54.8%로 가장 높았고, 10~20kg은 35.3%, 10kg 미만은 8.0%였다. 포장 단위가 큰 만큼 쌀을 소비하는 기간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맛 좋은 밥을 먹기 위해서는 계절에 따라 쌀의 포장 단위를 달리하여 구매하고 품질 유지기간 내에 소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20년 우리나라 가구 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7.7㎏으로 전년보다 2.5% 감소했다고 한다. 하루 평균 쌀 소비량도 1인당 158g으로, 밥 한 공기가 100g 정도라고 하면 하루에 한 공기 반 정도를 먹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쌀은 우리 국민들의 주식으로 이용되고 있고, 소비자들이 쌀 구입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이 맛과 품질인 만큼 밥맛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쌀 품종명과 도정 날짜를 꼼꼼하게 살펴 적당량을 구입하고, 구입 후에는 품질 유지기간 내에 소비하는 것이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한 슬기로운 우리 쌀 소비생활의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