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야심찬 행보 '삐걱'...야권 시장 견제하는 여권 의회
오세훈 시장 야심찬 행보 '삐걱'...야권 시장 견제하는 여권 의회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4.09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인호 의장 "기존 사업들 흔들림 없이 진행해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불통과 아집은 넣어두고 협력을"
광화문광장 공사중단 명령 내릴까...김 의장 "반대" 입장 표명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10년만에 서울시로 돌아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소신껏 시정(市政)을 펼치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8일 김인호 서울시의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8일 김인호 서울시의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인 표 차이로 누르고 서울시장 자리를 10년만에 탈환, 8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오 시장은 온국민의 관심사인 부동산 정책 개혁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웠었다. 그러나 개혁안의 핵심인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지방세(재산세) 감면 모두 서울시 의회의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야당 시장이 여당이 장악한 의회를 설득하기 쉽지 않은데다 남은 임기가 1년 2개월 뿐이라는데서 오 시장 혼자서 고군분투하다 임기가 끝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의회는 야권 시장을 견제하는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 

오 시장 취임 첫날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시청 직원들에게 전체 메일을 보내 삼권분립 침해 논란이 일었다. 

김 의장은 메일에서 “서울의 기존 사업들이 흔들림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집행부는 과도한 인사 단행이나 조직개편 보다 조직의 안정성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입법 기능을 담당하는 서울시의회 수장이 행정 기능을 담당하는 시청 직원들에게 행정 방향을 지시하는 메시지로 해석되며 권한 침해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김 의장의 메일은 행정부 권한 침해보다 사실상 오 시장의 행보를 겨냥한 것으로 야당에서 나온 신임 시장이 기존 서울시 사업들의 방향을 전면 수정하거나 뒤틀까봐 기선제압용으로 보낸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 의장은 9일 ”진의가 어긋났다“며 ”고생 끝에 새로운 시장이 오셨으니 시정을 함께 잘 펼쳐달라는 뜻으로 의회 대표로서 당부와 격려를 담아 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야권 시장에 대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에는 변함 없어 보인다.

김 의장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검토를 고민 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공사 중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같은 날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 취임을 축하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날의 행정경험이 서울시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면서도 ”과거의 실패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 할 때 서울시가 진정한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간 보여왔던 불통과 아집은 넣어두고 시의회와의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동반자적 자세를 가지기를 바란다“며 신임 시장을 견제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 25개 모든 구에서 50% 이상 득표해 57.50%의 득표율을 거뒀다. 금천·관악·구로구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구도 예외가 없었다. 오 시장이 패배한 동은 서울시 전역을 통틀어 구로구 구로3동·항동, 마포구 성산1동, 강서구 화곡8동, 종로구 창신2동 등 5개 동뿐이었다.

승리는 압도적이었지만 정치적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오 시장이 그린 청사진이 서울시에 그대로 반영될지 1000만 시민의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