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순 칼럼] 농지는 농민에게, 농산물은 소비자에게
[이종순 칼럼] 농지는 농민에게, 농산물은 소비자에게
  • 이종순 논설실장·언론학박사 js@newsfarm.co.kr
  • 승인 2021.04.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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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순 논설실장·언론학박사

최근 주요 미디어들의 농지 관련 보도가 쏟아 지고 있다. 농지에 대해 이처럼 보도량이 많은 경우는 보기 드물다. 보도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비농업인의 농지 투기를 비판하며 근절을 촉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농지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이다. 
물론 둘 다 중요하다. 농지를 투기의 대상에서 구하고, 헌법에 보장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 우선 현실부터 들여다 보자. 우리나라 농지제도는 1950년 농지개혁 이후 경자유전의 원칙과 자작농 체제를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농지 소유 예외 규정이 만들어졌다. 농지법에서 허용되는 예외적 농지 소유는 상속농지, 주말농장 등 무려 16가지에 달한다. 
이에 따라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 2015년 전체 경지면적 167만9,000㏊ 가운데 농업인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는 94만4000㏊로 56.2% 수준에 불과했다. 지금은 농업인의 농지 소유 비율은 이보다 낮아졌을 것이다. 또 관외 거주자의 농지 소유 비율도 높아지면서 2019년 시·군·구내에 농지 소유자 거주 비율은 2019년 60.4%로 낮아졌다. 이는 농지 취득 시 20㎞의 통작 거리 제한 등 농지소재지 거주요건이 폐지된 영향이 크다. 

또 임대차 농지 비율이 늘고 있다. 1960년 13.5% 수준이던 임대차 농지 비율은 2017년은 51.4% 수준에 달한다. 농지의 호적이라 할 수 있는 농지원부 등록률도 70% 수준에 머물려 정확한 농지 소유 및 이용 실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연령별로는 경영주 연령이 70세 이상인 농가가 소유면적의 45.1%를 차지한다.

농지처분명령제도가 실효성이 낮은 것도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면적이 증가하는 데 일조했다, 여기에다 농업법인으로 등록한 후 농사를 짓지 않고 비목적사업을 하다 적발된 법인마저 있다. 농지가 생산수단이 아닌 자산 수단을 목적으로 하는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확대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농업인이 농업소득으로 농지를 매입하기 어려워지면서 농지 임대차를 불러왔다. 

농지전용도 문제다. 본지 <뉴스팜리포트> 보도에 따르면, 2015년 농지전용 허가 건수는 7만5472건에 1만2303㏊에서 2019년은 신청 건수 7만8796건에 총면적 1만6467㏊가 농사를 짓기 위해서가 아닌 기타 용도로 활용됐다. 이에 따라 경지면적도 줄고 있다. 2012년 173만㏊에 달했으나, 2020년은 156만5000㏊로 감소했다. 

헌법상의 경자유전의 원칙을 실현 시켜야 한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3월 29일 농지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창농·귀농, 건전한 체험 영농 목적의 농지 취득은 저해하지 않되, 취득 심사 및 사후점검을 강화하고, 부당이득 환수 등으로 농지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농지 취득자격 신청시 정보제공의무를 부과하고, 농지위원회를 설치해 농지 취득 자격을 심의하도록 했다.

투기우려지역 및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취득관리를 강화하고, 지자체의 농지 이용 실태조사도 체계화한다. 특히 농지 강제처분 신속 절차를 신설하고, 강제처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행강제금도 강화한다. 농지투기행위에 따른 부당이득을 환수 할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농지 관련 정보를 종합적·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농지원부를 농지 대장으로 전면개편한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진일보한 개선방안이다. 하지만 그동안 농지제도 관련 전문가 토론회 등에서 제기된 임차농 보호를 위한 장치와 1996년에 폐지된 농지소재지와 거주지 간의 통작 거리의 복원 및 강화 등은 포함돼 있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논의를 더 진전시켜 정확한 농지 실태조사를 실시해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와 연계한 적정 농지면적을 산출해 유지·보전·이용하는 쪽으로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 19’ 후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식량안보를 위한 농지를 지금 지켜내지 못하면 나중에 후회해도 때가 늦다.

농업인들이 생산 농지를 구하지 못해 영농을 할 수 없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농지 관련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농업, 농촌, 농민은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농지가 농업생산요소로 본래의 기능을 되찾아 국민 식량 주권 확립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