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숙소 규제 강화 규탄”…전면 재검토 촉구
“외국인근로자 숙소 규제 강화 규탄”…전면 재검토 촉구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04.23 1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설건축물 신고필증 제출 등 논란
“농촌 현실 무시한 탁상행정” 비판
민·관협의체 구성 현장 의견 반영 촉구
농축산연합회 등 농민공동행동 기자회견 개최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농업인단체들은 23일 농민공동행동을 구성하고, 고용노동부 앞에서 '외국인근로자 농촌 주거 환경 강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농촌 외국인근로자 숙소 문제를 두고 정부 조치에 대한 현장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농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농업계는 정부 방안을 농축산 현장과 협의를 통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농민의길, 한국농업인단체연합,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의 4개 단체는 23일 농민공동행동을 구성하고 고용노동부 앞에서 ‘외국인근로자 농촌 주거환경 강화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단체들은 농촌 현실을 무시한 고용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 주거 환경 강화 행정 예고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의 기숙사 정보 제공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주(농축산어업인)는 외국인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개정된 ‘외국인 기숙사 시설표’와 ‘기숙사 시각 자료(사진, 영상 등)’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 기숙사 시설표에는 가설 건축물(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사업장 건물, 기타 주거시설의 경우 ‘가설 건축물 축조 신고필증’ 및 ‘건축물 대장상 주거시설’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토록 명시하고 있다. 

단체들은 이 부분이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농민공동행동은 “실제 신고필증 발급은 농지가 아닌 대지를 전제로 하며, 건축물 축조 전 사전 신고를 해야 하므로 기존 미허가 가설 건축물은 활용이 불가능하다”면서 “신고필증을 받지 못한 농가는 대체 부지(대지)를 마련해 숙소를 신축해야 하므로 행정적 절차의 불편함은 물론 재정적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정안이 당초 중점 개선 방향인 주거를 위한 필수시설 설치와 개선보다는 숙소(가설 건축물, 관리사)의 인허가 여부에만 중점을 두고 있어 농촌의 현실과 동떨어진 과잉규제·부작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농민공동행동은 축사 관리사, 버섯재배사, 유리온실 등 동식물 관련 시설은 건축법에 따라 허가받은 적법한 건축물이지만, 건축물 대장상 용도를 주거시설로 변경할 수 없어 숙소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도 제기했다. 이는 정부가 외국인 기숙사 시설표를 개정하면서까지 관리사를 주거시설로 불허함으로써 일부 시설을 활용한 해결방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농민공동행동은 “이번 행정예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이미 서면으로 제출했지만, 고용노동부는 기자회견 당일까지도 농업계와 협의를 진행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호소했다. 

이은만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국인근로자 주거 환경 규제 강화에 대한 농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발언하고 있다.

이은만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우리 농축산업인들도 외국인근로자의 주거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는 충분히 동의한다”면서 “개선방안을 민·관이 함께 고민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게 당연한 전제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현장의 사업주와 외국인 근로자와는 어떠한 논의조차 없고 현장 상황을 고려한 영향평가도 일절 없었다”고 제언했다. 또한, 정부의 일방적인 외국인근로자 주거 환경 개선방안을 즉시 중지하고, 농업계와 협의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 1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허가 신청 시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등을 숙소로 제공할 경우 고용허가를 불허한다는 내용의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해 농업계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농촌의 사정을 무시한 일방적인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농민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업장 건물, 기타 주거시설은 건축물 대장상 용도가 주거시설로 인정받은 경우’의 강화된 규정 삭제 ▲필수시설 구비한 미허가 가설 건축물의 유예기간 1년 이상 적용 ▲외국인근로자 주거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편성 등 정부의 실질적 대책 수립 ▲농촌 외국인근로자 거주시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해 현장 의견 반영 등을 촉구했다.

농민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목욕·화장실, 침실 등 필수시설을 구비한 미허가 가설 건축물의 경우,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 개선방안의 이행을 위해 유예기간을 1년 이상으로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