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순 칼럼] 융합을 통한 농업의 외연 확장
[이종순 칼럼] 융합을 통한 농업의 외연 확장
  • 이종순 논설실장·언론학박사 js@newsfarm.co.kr
  • 승인 2021.05.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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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계에서 농업 홀대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농업분야 예산이 전체 예산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3% 이하로 하락한데다 농업·농촌에 대한 애착심도 낮아지고 있어서다.

국가 전체 예산 대비 농림축산식품부의 소관 예산은 2010년 5.01%에서 2020년 3.08%로 줄었다. 특히 올해는 2.92%에 불과해 사상 처음으로 2%대를 기록하게 됐다. 그동안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농민단체서 농업 예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해 왔지만,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도시민의 농업·농촌에 대한 애착심 정도를 조사한 결과, 애착심이 ‘많다’는 응답 비율이 2018년에는 52.2%에 달했으나 2020년은 31.4%로 감소했다.

따라서 농업 경시 풍조의 확산을 막고,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융합(融合)을 통한 농업의 외연 확장 전략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융합은 시장구조와 경쟁 수준을 변화시키고 상품과 서비스를 혁신한다. 기존 산업의 특장점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는 요소가 된다. 레드오션 시장에서도 블루오션을 창출하고 위기 때도 생존하는 동력이 된다. 기존 산업 내부뿐만 아니라 이종(異種) 산업에서도 가치창출이 가능하다.

이제 우리 농업·농촌의 강점(Strength)·약점(Weakness)·기회(Opportunity)·위협(Threat) 요인 등 스왓(SWOT)분석을 통해 강점으로 기회를 살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의 융합으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농업과 식품의 융합을 들 수 있다. 1인 가구와 고령인구 증가 등 농식품 소비 구조 변화에 대응해 건강·편의성 등 소비 트렌드에 맞춰 국내 농축산물을 활용한 식품 개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기술(ICT) 등과의 융합은 농업의 첨단화를 위해 중요하다. 스마트팜의 연착륙은 물론 농축산물의 온라인 판매, 드론을 활용한 영농 등이 그것이다.

농업 내에서도 융합을 통해 윈윈할 수 있다. 경종농가는 축산농가에게 국산 조사료를, 축산농가는 가축분뇨 퇴비화를 통해 유기질비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농업과 전통 및 문화의 융합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화된 사회 속에서 발효식품 등 농촌이 보유한 전통 자원을 잘 활용하면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 농식품의 해외수출 확대를 위해 한류(韓流)와의 융합도 필요하다.

농업·농촌의 자원을 이용해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과 융합해 국민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치유농업의 연구개발과 육성도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치유농업은 자연이 주는 백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상학과 융합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종을 육성하고, 재배 적지 분석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다른 산업에 잘 발달한 마케팅기법을 농축산물 판로 확대에 활용하고 품목별 수요예측 등을 위해 농업과 마케팅의 융합도 필요하다.

농업과 커뮤니케이션의 융합도 중요하다.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수입 농축산물과의 경쟁에서 우리 농축산물의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교육과의 융합도 농업의 외연 확장에 빼놓을 수 없다. 청소년들에게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리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농업과 정치와의 융합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쌀자조금 도입 등 농업 현안이 대선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은만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이 “이번만큼은 농축산업계의 요구가 대선공약부터 이후 국정과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총력을 펼칠 것”이라고 밝힌 데서도 알 수 있다.

이외도 K-뉴딜 정책과의 융합, 그린바이오산업과의 융합 등 외연 확장 분야는 수없이 많다.

물론 융합 때에도 농업의 기본정신을 유지하고, 다른 산업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시성이라 불리는 두보의 시 가운데 춘야희우(春夜喜雨)가 유명하다. ‘봄밤에 내리는 기쁜비’이다. 융합이 어려움에 처한 농업·농촌에 춘야희우가 될수 있도록 융합적 상상력을 키우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야 한다. 통(通)할수록 다(多)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