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백신·살처분 정책 ‘병행’ 해야
고병원성 AI 백신·살처분 정책 ‘병행’ 해야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05.1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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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AI 방역대책 개선 토론회 개최
“백신, 금기된 성역…이제 결론 내야”

(한국농업신문=이은혜 기자)현재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고병원성 AI로 인해 가금농가는 물론, 산업 전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방역정책을 재검토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이제는 백신과 살처분 정책을 병행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대한양계협회(회장 이홍재)와 더불어민주당 농어민위원회가 공동주최하고, (사)대한양계협회 채란위원회(위원장 안두영)가 주관한 지난 7일 산림비전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고병원성AI 방역대책 개선 토론회’를 열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백신 접종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이홍재 양계협회장은 ‘고병원성 AI 백신접종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조속한 백신 도입을 주장했다. 이 회장은 “현재의 방역대책으로는 양계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은 불가능하다”며 “AI 발생주기와 입식·생산주기의 맞물림으로 인한 살처분 농가의 부담은 가중되고, 지역별로도 농가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규제는 쏟아져나오고 그 행정명령이 곧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며 “AI 잡으려다 산란계 다 잡아먹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김종훈 경기도 동물방역과장은 “지난 겨울 고병원성 AI로 경기도에서만 1500만여수가 살처분됐고, 이 중에 산란계는 1100만여수에 달한다”면서 “살처분 숫자가 너무 많아 버틸 수가 없을 정도다. 재정 부담도 심각해 산업 기반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과도한 살처분 정책의 부작용으로 백신을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2017년 민관합동TF를 구성해 AI 백신 항원뱅크를 확보하기로 결정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았다. 백신을 사용하면 우리나라는 청정국의 지위를 잃게 돼 수출이 불가능해지고, 변이가 빨라져 인체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창선 건국대 교수는 “중국은 다양한 AI 바이러스가 있다. 이는 백신으로 인한 것이 아닌 오리 등 미접종 가금에서 여러 바이러스가 혼합돼 만들어 진 것”이라며 백신접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김재홍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장도 현재의 규제일변도 정책만으로는 양계산업의 피해가 크다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변이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보다 백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장은 백신과 살처분을 병행하는 정책을 고려하는 게 더 나은 방향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윤 회장은 백신을 맞으면 퍼뜨리는 바이러스 양이 100분의 1로 줄어든다며 “축종을 구분해 살처분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축종에는 먼저 도입하는 것이 지금의 정책보다는 효용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에도 불구하고 방역당국은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홍기성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은 “살처분 정책을 유지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부분을 유지하고 백신 접종은 매우 신중해야 하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백신이 도입되면 농가의 차단방역이 소홀해질 수 있고,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농가가 조기에 신고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홍기성 과장은 다만,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백신 접종하는 방안을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