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순 칼럼] 쌀 소비 촉진에 밥값을 하자
[이종순 칼럼] 쌀 소비 촉진에 밥값을 하자
  • 이종순 논설실장·언론학박사 js@newsfarm.co.kr
  • 승인 2021.05.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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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순 논설실장

쌀 소비 감소 추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결과, 2020년 한해 동안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7.7㎏으로 전년에 비해 2.5%나 감소했다. 쌀 소비량이 가장 많았던 1970년의 136.4㎏에 비하면 42%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17년의 경우 소비량 감소가 0.2%로 낮아져 감소추세가 멈추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높아지면서 감소율은 2018년 1.3%, 2019년 3%로 다시 확대됐다.

정부와 농협,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등 농업계의 쌀 소비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 감소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쌀 소비 감소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밥’ 중심의 문화가 옅어지고 있는 데다 아침밥을 먹지 않는 인구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쌀 소비를 둘러싼 트렌드를 파악해 이를 생산·유통·가공 현장에 반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1인 가구와 ‘혼밥족’ 증가와 연계해 편의성이 높고 영양을 간편하게 챙길 수 있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다. 즉석밥·컵밥 등이 대표적이다.

영양학적 홍보를 통해 쌀에 대한 오해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쌀의 영양학적 가치를 재조명해 알려 나가는 동시에 체계적인 식생활 교육도 펼쳐야 한다. 이를 통해 쌀과 쌀가공식품에 구매의도에 영향력이 큰 호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다양하고 고급화된 쌀 가공식품의 개발과 마케팅도 중요하다. 이른바 ‘쌀 가공식품 4종 세트(쌀빵·쌀국수·쌀라면·쌀술)’다.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식품으로 2000년대 초반 웰빙·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 받았던 쌀빵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전용품종 개발은 물론 제과·제빵 신기술과 레시피를 발굴해 나가야 한다. 쌀가루를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수입 밀가루 대신에 국산 쌀가루를 사용하는 곳에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밀가루 중 일부를 국산 쌀가루로 대체한다면 쌀 소비확대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산농가·가공업계·정부 간의 협업을 통해 쌀 가공식품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찾는 촉매제로 삼아야 한다.

쌀 소비 촉진 홍보의 전문화·세분화·맞춤화 등을 통해 효과를 높여 나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위해 데이마케팅을 활용하고, 캠페인도 지속 전개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쌀의 날(Rice day)’와 ‘가래떡데이’가 있다. 쌀을 생산하려면 여든여덟(八十八)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착안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이 쌀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 확산과 소비촉진을 위해 도입했다. 캠페인은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등이 ‘아침밥이 보약입니다’란 주제로 펼친 아침밥 먹기가 대표적이다. 결식율이 높은 아침 식사가 저녁에 비해 쌀 중심 식단 선호도가 높은 점에 착안한 것이다.

식량안보와도 연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식량안보가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더구나 기후변화로 세계 곡물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쌀 부족 위기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주식인 쌀은 조금만 부족해도 일상에서 느끼는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벼농사는 대기 정화 등 환경보전 기능이 우수하고, 농촌경관 유지 등 공익적 가치가 큰 만큼 쌀 산업의 유지를 위해 소비를 늘려나가야 한다는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쌀 소비 촉진 홍보 등을 위해 쌀 의무자조금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축산자조금이 TV광고와 방송 프로그램 제작, 간접광고(PPL) 등을 통해 축산물 소비 확대와 농가소득 증대라는 결실을 맺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수입쌀 부정유통도 강력히 단속해야 할 것이다.

올해 벼 재배의향이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벼 재배의향면적은 72만9000ha로 0.3% 증가했다. 쌀 수급불균형을 완화시킬 방안은 소비확대에서 찾아야 한다. 쌀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이자 생명줄이고 삶이다. 쌀 소비확대에 밥값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