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 안타까움이 분노로 그리고 읍소로, 농협의 무기질 비료가격 조정
[특별칼럼] 안타까움이 분노로 그리고 읍소로, 농협의 무기질 비료가격 조정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21.06.01 18: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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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클라우드팜 연구소장 강창용 박사

"물론 농협의 정체성이 농민을 위한 집단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산업측면, 기업들의 사정이다. 국제 원자재가격의 변동 때마다 갈등을 빚는 구조적 문제를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더클라우드팜 연구소장 강창용 박사.
더클라우드팜 연구소장 강창용 박사.

제발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안타까움으로 변했다. 무기질 비료와 그 산업을 적대시하면 안된다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농업에 대한 과거 기여는 차치하고 미래 농업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적시하기도 했었다. 오해와 진실을 밝혔었고, 순환사회에서 무기질 비료는 유기질 비료와 같이 필요하다는 점도 호소했었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하였다. 그래서 항의도 하고 길거리에 나서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발 살려주세요” 하면서 읍소해야 할 판이다. 회사가 살아야하고, 직원들이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무기질 비료를 생산하고 있는 노동자, 기업인들의 이야기이다. 

적어도 1990년대 이래 무기질 비료는 강력한 두 축에 의해 압박을 받아왔다. 하나는 정책대상으로서, 다른 하나는 시장에서의 공급자로서 이다.

정책적으로 무기질 비료의 사용량 감소를 친환경농업의 성과지표로 잡으면서 무기질 비료를 생산, 공급하는 사람들은 무슨 죄인인 양 눈총을 받아왔다.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로부터 정책적으로 압박 아닌 압박을 받아오고 있다. 고품질 개발이나 수출이라는 업계에서의 담론은 사라진지 오래다. 살아남기 위한 가격인하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금비'라고 칭송받던 무기질 비료가 산업측면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모습이다.

무기질비료시장의 경쟁 운동장은 거의 수직적이다. 경쟁이라 함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공정한 상태로 시장에서 경쟁하고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수요자 독점도, 마찬가지로 공급자 독점도 배제하는 것이 그 속성이다. 그런데 지금 무기질 비료시장을 보자. 수요자 1인, 공급자 7개회사(한국비료협회 회원사)이다. 수요자인 농협중앙회(농협)의 시장지배력은 90%이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급자 가운데 남해화학은 농협의 자회사이다. 즉 독점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최대 공급자가 시장에 있으니 무슨 경쟁이 가당하겠는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협의 결정은 곧 시장의 결정인 바 다름 아니다. 무기질 비료회사들은 살기 위해서 농협의 결정을 따르든지, 아니면 공장의 문을 닫아야 한다. 상당부분 부당하다고 보여도 최종 조정과 수용의 권한은 농협에 있다. 농협은 시장상황 변동에 대한 대응의 의무가 없다. 불응해도 농협은 전혀 손해가 없다. 무기질 비료기업들만이 사정을 할 뿐이다. 무기질 비료기업들의 적자가 농협과 농민의 이익만으로 연계되는 이 상황이 국정운영의 시장가치 지향기준인 '공정성'에 적합한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물론 농협이 농민을 위한 집단이라는 정체성에 충실하기 위해 농가 경영비를 절감시키고자 농자재가격을 오르지 않게 묶어놓는다는 점은 이해한다.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산업측면, 기업들의 사정이다. 매번 반복되는 원료가격 상승과 이의 반영이라는 거래행위 앞에서 무기질 비료기업들은 무기력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켜보는 영농자재 이해당사자와 전문가들도 안타깝게 쳐다볼 수 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많은 매체에서 농협의 수요자 독점적인 가격결정과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무기질 비료회사들은 항의의 뜻으로 농협 앞에 현수막을 설치했다는 보도이다. 무기질 비료회사들의 대응은 그 정도이며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이다. 사실 '21년 무기질 비료(일반) 구매납품 계약서'의 제3조에 따르면 '국제 원자재가격 변동으로 인하여 계약단가가 ±3%이상 변동시 또는 분기 단위로 원/달러 환율이 기준환율 ±50원 이상 변동시' 농협과 회사는 상호 협의해서 계약단가를 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조정의 적용행위와 결과가 타당했던 적이 얼마나 될지.

남해화학에서 국내 전체 무기질 비료를 공급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농협은 적극적으로 비료가격 조정 협의에 나서고 무기질 비료업계의 합당한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 농민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농협에서 취하고 있는 입장과 행위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국제 원자재가격의 변동 때마다 갈등을 빚는 구조적 문제를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무기질 비료의 가격인하 내지는 인상 억제 정책의 결과로 이어져오고 있는 무기질 비료 기업들의 경영적자. 이것이 과연 '상생'의 시대에 합당한 것인지. 

주지하다시피 농자재 유통에서 농협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영농자재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 국제 원자재가격의 폭등과 이의 수용을 읍소하는 무기질 비료기업들을 보면서, 이러한 생각이 든다. 외형만 그럴싸하게 '시장'이라고 하지 말고, 차라리 1인 수요자 독점 농협과 그 자회사인 공급자 독점 남해화학 1개로 하는 무기질 비료공급구조를 검토하면 어떨까. "농자재시장에서 농협중앙회는 '상생'과 '공정성'을 준수하려는 조직일까" 하는 데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