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순 칼럼] 농업의 미래, 기후변화 대응에 달려 있다
[이종순 칼럼] 농업의 미래, 기후변화 대응에 달려 있다
  • 이종순 논설실장·언론학박사 js@newsfarm.co.kr
  • 승인 2021.06.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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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품종과 기술 개발 확대를

어느새 봄날은 가고 여름이 왔다. 기후변화에 따라 계절의 길이가 변화하면서 여름 시작일도 빨라졌다. 기상청이 우리나라 과거 109년(1912∼2020년)의 기후변화 추세를 분석한 결과, 최근 30년(1991∼2020년)의 여름 시작일이 5월 31일로 앞당겨졌다. 이는 과거 30년(1912∼1940년)의 여름 시작일인 6월 11일에 비해 11일이나 빠른 것이다.

기후변화는 계절 길이의 변화로 이어진다.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의 여름은 20일이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이에 따라 여름은 118일로 가장 긴 계절이 됐고, 가을은 69일로 가장 짧은 계절로 바뀌었다.

기후를 표현하는 24절기의 변화도 나타났다. 가장 추운 절기인 대한(大寒)과 소한(小寒)에서도 영상 기온을 보이고 있고,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과 여름 시작을 나타내는 입하(立夏)의 과거 기온이 나타나는 시기가 각각 13일, 8일 앞당겨졌다. 계절별로는 여름철 강수량이 매우 증가했고, 폭염·열대야 일수 등 더위관련 지수의 증가가 뚜렷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극심한 더위뿐만 아니라 집중호우 등 막대한 피해를 주는 극한기후현상이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나타나는 추세다. 기후변화는 이런 추세를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여름철이 평년에 비해 긴 장마와 3번의 태풍으로 농업분야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던 것도 기후변화 탓이 크다.

‘농사는 하늘과 동업’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농업은 기상 조건에 민감한 산업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재해는 점차 다양해지고 대형화되는 추세다. 농업 생태계는 물론 기반시설 등 농업사회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상기후는 쌀 생산 위험을 더욱 증가시킨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재해는 극복하기도 어렵고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농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책 수립과 집행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농민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기상청 등 관계기관이 자료를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기후변화의 농업분야 파급영향 등을 정확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품종과 기술의 개발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내재해성 등 기후변화 대응 품종 육성은 물론 기후변화 영향으로 새로 유입된 병해충 방제체계도 갖춰야 한다.

농민들이 원하는 기후변화 정보를 정확히 반영해 이상기후 관련 정보의 현장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지역이나 품목별로 맞춤형 농업기상정보를 제공해 농가들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과 기상청,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관련기관에서 생산되는 기후변화 관련정보를 집적하고 가공해 농가에 보급하는 ‘농업부분 기후변화 대응 빅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전문가의 제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잦아진 태풍·집중호우·가뭄 등에 철저히 대비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 재해 예방 관련 예산을 늘려 저수지 등 수리시설의 보수·점검과 확충에 힘쓰고 내재해형 생산시설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피해농가에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도록 농작물재해보험 대상품목과 보장범위도 보강할 부분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국제적인 협력과 연대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 '2021 피포지(P4G)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지난 5월 30∼31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렸다. P4G는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의 약자이다. 회의 기간 중 농식품부 주관의 ‘식량·농업 세션’도 진행됐다. 식량·농업 부문은 2015년 유엔에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피포지(P4G)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5개 분야(식량·농업, 물, 에너지, 순환경제, 도시) 중 한가지이다.

농민 스스로도 철저한 사전 대비로 기후변화 피해를 최소화해 나가야 한다. 민·관·연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기후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우리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도전에 농업계가 어떻게 응전하는가에 따라 우리 농업의 미래가 달려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