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좋은 쌀 맛난 밥, 최고품질 쌀
[전문가칼럼] 좋은 쌀 맛난 밥, 최고품질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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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1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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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영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농업연구관
정오영 농업연구관.
정오영 농업연구관.

‘MZ세대’에게 ‘리셀(re-sell)’은 문화로 불린다. 희소성 있는 물건을 선점하고 되팔면 웃돈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최신 트렌드와 색다른 경험을 즐기는 이들이 리셀 시장 확대를 주도하는 셈이다. 쓸만한 중고 물품을 거래하던 수준이 아니다. 투자 가치를 보기도 하고, 소장 가치에 의미를 두는 이도 많다. 수요자가 원하는 시장을 만들어 키워가는 사례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국제 사회를 중심으로 쌀 시장 개방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농촌진흥청도 ‘최고품질 쌀 개발 프로젝트’에 돌입하며 흐름에 합류했다. 낮은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외국산 쌀은 넘볼 수 없는 밥맛을 선보이겠다는 자신감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최고품질 벼’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평가 기준을 거쳐 선정한다. 쌀알이 맑고 균일하며, 재배 안전성과 도정수율이 높아 밥맛이 좋은 특성을 보인다. 품종을 개발할 때 밥맛과 외관 품질, 도정 특성, 병해충 저항성까지 정해진 4가지 평가 기준에 따라 육성한다.
기준을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밥맛은 국내에서 가장 맛있는 쌀로 꼽히는 ‘일품’보다 좋아야 한다. 다음은 외관 품질의 기준인 ‘심복백’이 깨끗해야 하는데, ‘추청’을 기준으로 더 나아야 한다. 또, 도정 특성은 왕겨 껍질이 얇고 쭉정이가 적어 도정수율이 75% 이상으로 높아야 좋다.

끝으로, 최소한의 농약으로 안전하게 재배할 수 있도록 병해충저항성 유전자를 최소한 2개 이상 가졌는지 판단한다.
농촌진흥청에서 지금까지 선보인 최고품질 쌀은 모두 20품종이다. 일찍 수확하는 조생종으로는 ‘해들’·‘진광’ 등 4품종, ‘알찬미’·‘해품’ 같은 중생종 6품종과 ‘삼광’·‘예찬’·‘안평’ 등 중만생종 10품종을 보급 중이다.

‘해들’과 ‘알찬미’는 국민이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의미가 더 크다. 농업인과 소비자, 미곡종합처리장(RPC), 지방자치단체 같은 수요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이 품종들은 재배면적을 확대해 가고 있다. 경기도는 ‘해들’과 ‘알찬미’가 재배안전성과 품질로 농업인에게 인정받으며 기존의 ‘고시히카리’, ‘추청’을 대체하며 대표 품종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현재 최고품질 벼 품종들은 지역별 대표브랜드 쌀로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충남지역의 삼광벼, 경상도 지역의 영호진미, 경기도 지역의 해들, 알찬미 등이 크게 느는 추세다. 이외에 예찬, 진수미, 수광, 미품, 현품 등이 각 지역에서 재배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품종들이다.

이 품종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재배되었던 외래벼 품종들의 밥맛 및 품질의 벽을 뛰어 넘었고, 내병충성 보완으로 재배 안정성 등에서 그 우수성이 입증되었다. 그 근거는 지난 10년간 우리 쌀과 경쟁하는 외국쌀을 대상으로 국내·외에서 실시한 밥맛 관능 검정 결과 우리 쌀이 더 우수하다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쌀 관세화를 위한 모든 절차가 끝났다. 미국·중국 등 5개 나라와 5년간 검증 협의를 거친 끝에 외국산 쌀을 들여올 때는 513%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수정 양허표를 WTO에 제출했다. 쌀 시장 개방 이후의 변화, 아쉬운 건, 우리 국민 한 사람은 갈수록 쌀을 더 적게 먹고 있는 현실이다. 2019년 기준, 1년간 59.2kg을 먹었다. 1970년대에는 한 사람이 136kg을 거뜬히 먹었다는데….

우리나라와 쌀은 중요한 때엔 늘 함께 한 소중한 인연이자 친구다. 배고픔을 겪던 위기를 해결했고, 그 힘으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쌀 시장 전면 개방을 앞둔 지금, 산업기반을 유지하고 국민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최고품질 쌀’은 또 한 번 대안이 되어줄 것이다.


쌀로 자란 우리, 쌀로 일어선 대한민국, 최고품질 쌀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