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순 칼럼] 농업예산 홀대 계속할 것인가
[이종순 칼럼] 농업예산 홀대 계속할 것인가
  • 이종순 논설실장·언론학박사 js@newsfarm.co.kr
  • 승인 2021.06.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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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농업예산 홀대가 재현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의 2022년도 예산 편성계획을 보면 농업 예산 홀대가 어김 없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가 6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2022년도 예산 요구현황’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은 22조9000억원으로 2021년 예산 22조7000억원 보다 0.9%(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 각 부처가 요구한 국가 전체예산이 2021년의 558조원 보다 6.3%나 증가한 593조2000억원에 달하는 점은 감안하면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 증가폭은 초라한 실정이다. 특히 17.1%로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한 환경 분야에 비하면 농림수산식품 분야의 증가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환경 분야는 전기·수소차 인프라, 온실가스 감축 설비 지원 등 그린 뉴딜 및 2050 탄소중립 이행 기반 투자 중심으로 증액을 요구했다.

기획재정부는 부처 요구안을 토대로 2022년도 정부 예산안을 마련해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요구안대로 예산이 확정된다면 내년도 국가 총예산 가운데 농업 예산의 비율이 3%는커녕 올해 2.9%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농업 예산이 국가 총예산의 4~5%대는 돼야 한다는 농업계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농축산업계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농축산연합회가 “전체 예산 증가율에 비해 턱없이 낮은 농림수산식품분야 0.9% 증가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배정 기준에 따른 것” 이라며 재정당국의 지속되는 농업 홀대 예산 수립 방침을 강력히 규탄한데서도 알 수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에 따르면, 농업분야 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3.6%, 2018년 3.4%, 2019년 3.1%에 이어 급기야 2021년은 2.9%로 3% 이하로 떨어졌다.

그래서 2022년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 증가율 0.9%는 해당 종사자 인건비 증가율 외에 별도 신규 사업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농업·농촌·농식품 분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을 지속하기 위한 주요 과제 추진을 위해서는 예산이 강력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대비 필요성 증대, 공익직불제와 농작물재해보험의 개선, 농산물 유통·판로 확보 지원 등은 물론 지속된 국제협상에 따른 농축산업 피해 지원을 위해서는 농업예산 확대가 절실하다.

여기에 국회 비준을 앞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한 농축산업 피해대책 수립 등에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다. RCEP은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중·일, 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는 발효에 필요한 절차를 연내에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인데, 아세안에서 생산된 키위는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등 곡물·과수·축산 등의 피해가 전방위로 나타날 수 있다.

또 ‘코로나 19’ 여파로 식량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확산된 만큼,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생산기반 확보를 위한 예산의 뒷받침이 중요한 시기다. 농촌인력부족 대책, 디지털농업 전환, 가축질병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충분한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하는 사항들이다.

그래서 미국 정부가 ‘코로나 19’로 타격을 입은 지역 농민에게 922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지방소멸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우리 농업·농촌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예산의 뒷받침이 중요하다. 예산은 시기를 놓치면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 지금이 예산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회복과 포용, 도약을 위한 확장적 재정 운영 기조에서 농업분야 예산 홀대는 농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줄 수 있다.

‘농자정본 식유민천(農者政本 食惟民天)’이라는 말이 있다. ‘농업은 정치의 기본이고, 먹는 것을 백성들은 하늘과 같이 여긴다’는 뜻이다. 재정당국은 국민에게 안정적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업·농촌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업 예산을 국가 예산증가율 수준으로 재편성해야 한다는 농축업산계의 염원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