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전업농과 함께 ‘농정 1번지’ 일궈가는 장성군
쌀전업농과 함께 ‘농정 1번지’ 일궈가는 장성군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6.2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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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산업현장을 가다- 장성군편]
서동환 장성군연합회장-오혜림 농기센터 소장 대담
행정과 쌀전업농 유기적 협력체계 타 단체보다 돋보여
받기보다 주는 것도 잘 해야…“행정 할 일 대신 해 줘요”

가용지 30% 중 논 면적 4000ha 불과 척박한 환경

2018~19년 2년 연속 ‘전남 쌀 생산량 1위’ 차지

‘생산부터 가공까지 쌀 통합지원 시스템’ 구축이 비결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쌀전업농은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해 주시는 게 더 많아요. 내 형제자매 같은 분들이세요.”

대표적인 농도 전라남도의 장성군만큼 쌀전업농과 군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현장형 농업정책을 펼치는 곳은 전국적으로도 드물 것이다. 그 유대관계의 밑바닥에는 농민과 행정이 소통하는 ‘창구’가 있다. 창구는 열린 마음이다. 장성군농업기술센터(소장 오혜림)와 한국쌀전업농장성군연합회(회장 서동환)는 방어적인 태도가 아닌, 적극적인 자세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어제보다 나은 장성의 모습을 가꿔 왔다.

임야가 70%에 가용지가 겨우 30%에 불과하고 그 중 논 면적이 4000ha인 장성군이지만 그럼에도 쌀전업농이 잘 되는 이유에 대해 오혜림 장성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진 구성이 잘 돼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회원 여러분들이 다른 농민과 지역을 생각하는 봉사심으로 뭉쳐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 농민단체의 수장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오 소장은 이제 자신이 농정을 주관하는 사람이 되어 쌀전업농의 벗으로, 농촌의 일꾼으로 어엿히 섰다.

오혜림 장성농업기술센터 소장(왼쪽)과 서동환 한국쌀전업농장성군연합회장(오른쪽)이 대담을 가지고 있다.
오혜림 장성농업기술센터 소장(왼쪽)과 서동환 한국쌀전업농장성군연합회장(오른쪽)이 대담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농민단체 회장이셨다고.

오혜림 소장: 농촌지도자연합회 회장이셨다. 자라면서 농약줄도 잡고 밭도 매고 투묘도 하고 다 해봤다. 아무 때나 장화 신고 논두렁 들어가고 할 수 있는 게 아버지의 영향인 것 같다. 대학에서 식품학을 전공했는데 식생활분야 지도직 공채1기로 입사했다. 당시 농기센터 직원분들이 아버지에게 꼭 시험을 보게 하라고 권장하셨고, 제게도 찾아와서 시험 날짜를 알려주시며 꼭 보라고 말씀하셨다. 군수님께서 항상 그러신다. 너희 아버지는 정말 좋아하시겠다고. 저 또한 아버지 산소에 가면 지금까지 남아 소장이 됐다고 감사드린다. 후배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이왕 (농촌 기관)에 들어왔으니 월급받는 공무원이라는 생각보다 농민들에게 뭘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사명감을 가지면 좋겠다고. 그래야 농업 발전이 있지 않겠나.

오혜림 장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오혜림 장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쌀전업농과 센터가 끈끈한 것 같다.

오 소장: 어려운 점을 얘기하면 흔쾌히 도와주신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을 전업농이 해 주신 예가 아주 많다. 공공비축미매입품종이 올해 새청무로 바뀌어서 보급종 신청한 게 우리 군에 10톤밖에 안 와 난리가 났었다. 그때 전업농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새청무 재배 농가를 연결해 40kg 포대로 나눠 보급을 못 받은 농가들한테 일일이 나눠주셨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을 전업농이 해 주셨다. 너무나 감사하다.

서동환 쌀전업농장성군연합회장: 해남 가서 새청무를 싣고 왔다. 운임비며 경비며 생각지 말고 십시일반 돕자고 회원들끼리 마음을 모았다. 우리도 군민이니 혜택을 받으려고만 할 게 아니라 군에 뭐가 필요한지 살피고 봉사해야 한다. 그래야 장성군이 발전하고 발전의 한 축을 전업농이 이끌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협력사례를 더 이야기하자면.

오 소장: 올해 코로나로 인해 모든 행사가 비대면으로 진행되지 않나. 직접 보지 않고 말로만 들어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못자리 전에 종자소독 방법을 책자로, 전화로 어떻게 납득시킬까 우려했었다. 쌀전업농연합회가 면 단위를 돌며 인근 농가들을 모아 종자소독 시연회를 열었다. 직접 종자 소독하는 방법을 보여주니 쉽게 이해하셔서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벼 품종 육성 시험포장이 필요할 때도 흔쾌히 자신들의 논을 내어 주신다. ‘이런 어려움이 있어요’ 하면, 같이 풀어가자며 회원들 모두가 나와 함께 고민해 주신다.

서 회장: 전업농과 센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농업정보와 농업기술의 모든 데이터를 갖고 있는 기관이다. 논의 토양이 농지마다 다르고 어떤 논은 한 농지에서도 각기 다르다. 정보와 기술을 알려주는 센터 덕분에 전업농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 하나는 같이 합심해서 농정을 변화시키고 개선하는 동반자 관계다. 받는 것보다 줄 것을 먼저 생각하니 부담이 없어 모이기가 쉽고, 그런 자리에서 새로운 안건들이 나오고 기존 사업들이 개선되기도 한다.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는 편한 자리가 결과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서동환 (사)한국쌀전업농장성군연합회장
서동환 (사)한국쌀전업농장성군연합회장

-군의 전업농 지원사례는.

오 소장: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니 저희도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려고 노력한다. 전남에선 과거 친환경농업이든 일반농업이든 왕우렁이 농법은 90% 보조를 해 줬다. 일부 지방에서 왕우렁이가 월동해 피해를 주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금년엔 친환경농업은 90%를 유지하고 일반농업은 50%로 줄이라고 도에서 공문이 왔다. 일반 농가는 경영비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군수님께 말씀드려 50%에서 75%로 보조율을 높였다. 또 어떻게 하면 전업농이 좀더 고소득을 올릴 수 있을지 항시 고민한다. 올해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벼 채종포 단지를 기존 5곳에서 한 곳 더 추가할 계획이다.

서 회장: ‘고품질 쌀 안정생산 통합지원 시스템’ 구축이 최고의 지원 사례다. 모내기부터 벼 수확 및 가공까지 일괄지원하는 것인데, 육묘기에 상토, 매트, 육묘상자처리제, 비료 등 농자재 지원(9개 사업 52억)부터 생육기 공동방제며 농작물안전재해보험 비용(14개 사업 45억), 그리고 수확기엔 생산장려금을 주고 건조.운반장비며 톤백저울이나 포장재, 운송료까지(14개 사업 19억) 모두 지원해 농가는 쌀 생산비를 대폭 낮출 수 있다. 2018, 2019년 연속 장성군이 도내에서 쌀 생산량 1위(491kg/10a)를 차지한 것도 이 시스템 덕분이다.

오 소장: 4~6월 육묘상자처리제와 7~8월 공동방제로 전면적 대상 체계적인 병해충 사전방제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구축했다. 병해충 피해율도 기존 12%에서 3%로 낮아졌다. 농자재 적기 공급으로 인한 농가 경영비 절감액이 10a당 4만5000원 정도로 추산된다.

 

-농촌 현실이 어렵지 않나.

오 소장: 쌀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사실 더 올라야 맞다. 다른 물가는 다 올랐는데 쌀값만 제자리다. 밥 한공기, 커피 한 잔과 비교해 봐라. 식탁의 물가를 이야기할 때 왜 꼭 쌀이 어떻고 배추가 어떻고 하는지 모르겠다. 100만원짜리 핸드폰 얘긴 안 하지 않나. 그래서 군은 농민소득을 위해 장성호 주말장터와 로컬푸드 직매장에 농산물을 출하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중소농가 1500호를 2022년까지 육성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유치한 국립아열대작물실증센터의 2023년 개관을 잘 추진하는 것과 쌀농업 발전, 이 세 가지를 축으로 어려운 현실을 풀어나가고자 한다.

-사회적 농업을 제시하던데.

오 소장: 시골의 가장 큰 문제는 인구소멸이다. 연세 드신 분들이 요양원 가는 것보다 젊은분들이 뜻을 합해 마을 어른들을 돌보는 사회적 농업 활성화가 농촌을 살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군내에도 한 농가가 활동하는데 학교 밖 아이들을 보살펴 준다. 농촌 아이들의 방과후수업에서 좀더 나아가 농촌의 미래상을 제시해 청소년들을 이끄는 사회적 농업이 되길 바란다.

-장성쌀전업농연합회 소개.

서 회장: 1997년 창립해 현재 12대에 이르렀다. 활동 회원 수는 약 180명이며 회장인 저를 비롯해 군임원 10명과 읍면 회장 11명이 주축이 되어 연합회를 이끌고 있다. 농업의 동향과 트렌드를 한국농업신문을 통해 얻어 주변 농가에 전파하고 있다. 전업농 회원들은 연합회 활동을 하지 않으면 정보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각종 지원에서도 소외되기 때문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년 1톤가량의 쌀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탁하고 서삼초등학교에 100만원 상당의 유과를 전달하는 등 지역사회 나눔 활동도 활발하다. 과거 수량중심에서 고품질쌀로 전환한 농업의 흐름에 맞춰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다양한 특수미, 가공용쌀을 비롯해 최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하겠다. 쌀전업농의 ‘벗’ 장성군과 함께 지역발전의 구심점이 되어 한국 쌀산업 발전을 이끌겠다.

오 소장: ‘한국인은 밥심, 마음의 바탕은 쌀’이라는 군수님의 평소 농정철학을 반영해 관내 모든 농업인이 잘 되는 ‘농정 1번지’로 꼽히도록 전업농과 발맞춰 나가겠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