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순 칼럼] 식량안보, 어떻게 지킬 것인가
[이종순 칼럼] 식량안보, 어떻게 지킬 것인가
  • 이종순 논설실장·언론학박사 js@newsfarm.co.kr
  • 승인 2021.07.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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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식량안보 중요성이 커졌다. 기후변화가 식량 생산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이후 국경문을 닫아거는 국가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이 식량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경우가 발생하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더구나 수출국들이 곡물 수출을 중단해도 세계무역기구(WTO)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같은 식량자급률이 낮은 국가는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데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진다.

특히 국제적인 곡물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애그플레이션’은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경제 용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7.1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4월에 비해 4.8%가 상승한 것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5월의 94.2 포인트에 비해 높은 수치다.

FAO 식량가격지수는 1990년 이후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해 5개 품목군(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별로 매월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2014∼2016년 평균치가 기준치(100포인트)다.

곡물은 4월보다 6% 상승한 133.1 포인트를 기록했다. 옥수수는 국제공급량이 충분치 않고 브라질의 생산 전망이 하향 조정된 가운데 수요가 높아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그렇다면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식량의 국내 생산량은 지속 감소한 반면 수입량은 증가하고 있어, 수입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식량안보는 모든 사람이 생산적이고 건강한 삶을 위해 그들의 식욕을 만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식량에 언제나 물리적이고 경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식량의 유용성·접근성·활용성으로 구성돼 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5.8%이고, 사료용 등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에 불과하다. 식량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급률은 그 나라의 식량안보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다. 쌀의 경우 92.1%로 완전 자급이 가능한 수준이나, 밀은 0.7%, 옥수수 3.5%, 콩 26.7%에 불과하다.

기후변화와 코로나 19 발생으로 먹거리 수급 안정대책이 중요해졌다. 우리나라 같은 식량 수입국 입장에서 식량안보는 지속 가능한 농업생산의 유지와 확대, 수입량 확보, 알맞은 재고량 유지 등에 바탕을 둔다.

우선 자급률 향상 등 지속 가능한 식량안보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생산, 무역, 비축 등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쌀은 국제 시장이 얇고 기상이변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비상시 식량공급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

또 식량자급률을 달성하기 위해 농지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체 농경지 가운데 농업진흥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을 식량자급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농업진흥지역의 농지를 소유한 농민에게 보상을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면서 식량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농어촌공사는 식량안보의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 단일작물 중심 농지에서 다품목 작물 생산이 가능하도록 농지 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스마트 생산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국제 시장에서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조달 능력을 높이고 식량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등 다양한 정책들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세계 식량가격에 영향을 주는 중요 변수에 대한 점검도 강화해야 한다. 미국 등 주산지 기상과 중국 곡물 수급 상황 등이 그것이다.

식량안보와 관련해 조직·기관 간 연계와 협력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식량계획을 수립하는 등 통합적 대응도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새만금에 식량 전용부두와 복합단지(콤비나트)를 만들어 동북아시아의 식량 중개무역 허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려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계획이 주목받는다. 이제 국내 생산기반 확보로 식량자급률을 높이면서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을 찾아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식량주권은 식량자급률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