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토지개발조합장 배임.횡령 혐의로 경찰조사
인천 토지개발조합장 배임.횡령 혐의로 경찰조사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7.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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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비상대책위원회, "월권행위" 경찰에 고소
무자격자에 토지 주고 조합비 유용 혐의
“도로수용 보상금도 조합장이 받아가려 해”
외부감사·통제기준 없는 비영리조합 문제점 드러나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인천의 한 토지개발협동조합 조합장이 최근 횡령·배임, 사기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같은 혐의로 조합장을 고소한 조합원들은 한 인물이 조합장 자리를 20년 동안 장기 집권하면서 조합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조합 소유의 땅을 제3자에게 이전하는 등 월권 행위를 일삼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동조합 부지 내 한 건물 전경.
협동조합 부지 내 한 건물 전경.

12일 ●●협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사건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조합은 지난 2000년경 인천시 서구에 개발 바람이 불면서 결성됐다. 한 지역에 모인 작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자는 뜻으로 만든 친목단체가 조합의 전신이다.

당시 대부분 세입자였던 공장 운영주들은 부지를 비워줘야 할 상황에 놓이자 지금의 조합장 A씨의 제안에 따라 새로운 자리를 찾아 공동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새 지역의 토지 약 5만평을 매수 및 분할하기로 하고 일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A씨를 조합장으로 하는 비영리법인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생업에 바쁜 조합원들은 조합 구성 이전부터 믿고 따랐던 조합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고 한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2011년부터 조합원들이 지지부진한 부지 분할과 공장 허가 건을 문제삼아 줄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조합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 등 난관에 부딪쳤다. 이후 국세청에서 30~40억을 추징당한 조합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승소했고, 조합원들에 대한 부지 분할도 지금은 거의 종료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조합장 A씨의 불투명하고 독단적인 일처리 때문에 집행부와 조합원들 사이에 불신이 생겼다는 게 비대위 위원들의 주장이다. 최근 비대위는 A씨를 공무집행 방해와 횡령, 사기, 배임 등 혐의로 인천 계양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가 조합비 27억여원을 횡령했으며 그간 조합 차원에서 진행한 소송 비용을 조합원들에게 과다청구하고 조합원들 소유의 땅을 무단으로 팔았으며, 나아가 무자격자에게 조합 소유의 토지를 이전해 줬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이와 관련해 수시로 조합장에게 해명을 요구했지만 그 때마다 A씨는 석연치 않은 답변과 행정적인 빈틈을 이용해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조합 소유 토지 중 도로로 수용된 토지에 대한 수억원대 보상금을 A씨가 착복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 토지는 실제로는 조합원이 십시일반 모아 산 땅이지만 조합장 명의로 돼 있기 때문에 A씨가 받아가도 법적 하자가 없다. 

비대위는 2년 전 조합원 40명 동의를 받아 도로부지 보상금 지급정지가처분 소송을 내고 공탁을 걸어놓은 상태다. 하지만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시효기간이 만료되는 3년 후 A씨가 보상금을 찾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조합원들 동의를 얻어 정관 개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합이 비영리단체라 정관에 외부감사나 집행부 통제기준이 없다보니 조합장에게 이의제기를 할 근거가 없었던 점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그간 조합의 업무처리 내용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라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많았는데 정관에 규정이 없다보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이제라도 정관을 개정해 조합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본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혜'의 고혜련 대표변호사는 “비영리 사단법인의 정관에 대한 문제점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며 “유사사례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정관의 객관성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조사중인 사안이라 진행중인 내용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