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벼룩의 간’을 내어먹던 도매시장법인들
[데스크칼럼] ‘벼룩의 간’을 내어먹던 도매시장법인들
  • 유은영 부국장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7.2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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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하역비 위탁수수료 포함시켜 농민에 전가

출하장려금.선도금은 유통인 통틀어 가장 '꼴찌'

해마다 농민 자살 소식 들려오지만 '사회적 약자' 돌아볼 줄 몰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2021년 7월 8일은 우리나라 농수산물 도매시장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다.

대법원은 가락시장 청과부류 경매회사인 도매시장법인이 농민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위탁수수료 한도를 제한한 서울시 조례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시는 도매시장법인의 과도한 수익이 유통비용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 위탁수수료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현행 법상 도매시장법인이 부담하도록 돼 있는 표준하역비를 위탁수수료에 포함시켜 암암리에 출하자에게 전가하는 관행을 뿌리뽑고자 했다.

그래서 전국 공영도매시장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가락시장 청과부류의 위탁수수료를 2016년 수준에서 더이상 인상할 수 없도록 ‘서울특별시 농수산물 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을 2017년에 개정했다.

그러자 가락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 4곳은 7%를 받는 강서시장보다 수수료 한도를 낮게 정한 서울시의 처사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1,2심 법원은 도매시장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만 위탁수수료 한도를 별도로 정한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도매시장의 규모나 현황, 거래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해 위탁수수료 한도를 차등해 적용할 수 있고, 특히 가락시장은 강서시장과 달리 도매시장법인이 출하자와의 거래를 독점하고 있어 하역비를 위탁수수료에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시 조례시행 규칙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에 따르면 이번 판결로 출하자가 덜게 될 위탁수수료는 연간 약 14억원 가량이다. 사실상 도매시장법인이 위탁수수료 명목으로 출하자에게 부담시켰던 표준하역비인 셈이다.

우리나라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자 쇠퇴하는 산업이기도 한 농업을 책임지는 농민은 사회적 약자로써 정책적 지원이 뒤따르고 있다. 도매시장 유통인에게 출하장려금과 출하선도금을 농민에게 주어 물량 유치 노력을 보이라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지금까지 쭉 그래왔지만 2020년 상반기만 보더라도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의 출하장려금 및 출하선도금 실적은 서울시 조례기준 뿐 아니라 상장예외품목거래 중도매인 및 강서 시장도매인에게도 훨씬 못 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총 178억원으로 전년대비 15%가량 증가했다. 이 수익엔 농민에게 전가시킨 하역비와 덜 준 출하선도금 및 장려금의 영향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애면글면 지은 농사이지만 생산비도 못 건져 목숨을 내던지는 농민에게서 ‘삥’을 뜯는 것과 다른 게 무엇인가. '벼룩의 간'을 내어 배당잔치를 벌였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도매시장법인과의 소송전에서 매번 패하던 공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공영도매시장 만들기에 더욱 과감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