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산업 현장을 가다] 정훈 (사)한국쌀전업농청주시연합회장
[쌀산업 현장을 가다] 정훈 (사)한국쌀전업농청주시연합회장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08.0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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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정성 들이는 만큼 결과 나오는 정직한 것”
사업·소비촉진 위한 쌀자조금 반드시 필요
읍면동 회장 협력…쌀전업농 단합 잘 되는 이유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대대로 농사를 짓고 방앗간을 하셨던 아버지를 따라 일찍이 진로를 정하게 됐다는 정훈 (사)한국쌀전업농청주시연합회장은 벼농사를 짓고 한우를 키우는 복합영농인이다. 수확을 기다리며 한숨 돌릴 시기지만, 정훈 회장은 기자를 만난 날도 창고와 퇴비사를 짓는 공사 작업을 진행하느라 하루종일 쉴 틈 없이 일했을 만큼 바쁘게 지낸다고 했다.

정훈 회장은 자연재해가 많지 않아 소위 ‘복 받은 동네’라고 불리는 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하지만, 지난해는 특히 힘들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정 회장은 “장마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등숙율이 3~40% 가량 줄었고, 수확량도 급감했다. 쌀값은 올랐지만 수확량 자체가 적다 보니 소득 보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정 회장은 쌀값 대비 생산비가 비싼 점을 지적했다. 농기계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 그는 “콤바인의 경우 1년에 20일 정도밖에 쓰지 않는데 1억이 넘고 이앙기도 어느덧 5000만원 시대에 진입하다보니 비효율적으로 비싸다”며 “가을에만 잠깐 쓰고 1년 내내 창고에 방치된다. 농기계 보조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훈 회장은 쌀전업농청주시가 단합이 잘 되는 이유에 대해 읍면동 회장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읍면동 회장님들이 도움을 많이 줘서 단합이 잘 된다. 어쨌든 많은 인원을 끌고 가려면 나 혼자서는 부족한데 읍면동 회장님들이 함께 나서 주시고, 연합회 일에 관심을 가지고 어느 곳과도 소통이 잘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인 만남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이사회도 거의 못하고 행사는 일절 못했다. 조금만 나아지면 해야지 했는데 워낙 상황이 심각하다보니. 도 대회를 위해서라도 이사회를 해야 의견을 공유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식량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며 대대로 지켜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쌀은 우리나라의 주식이다. 우리나라의 식문화, 밥문화는 절대로 버릴 수도 없고 버려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기본 중에 기본인데 정부 정책도 쌀을 버리고 다른 작물을 독려하고 수입 관세 등도 불리하게 적용하는 게 정말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쌀전업농중앙연합회에서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자조금 사업에 대해서도 찬성의 뜻을 밝히며 공감했다.
정훈 회장은 “다른 농산물을 위한 자조금은 다 있는데 벼만 없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자조금이 있으면 관련 사업과 소비홍보 등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벼에 대한 자조금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농민수당 또한 농민이 받을 수 있는 권리다. 충북도에서도 통과되길 기다리고 있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최근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으로는 역시나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꼽았다. 정훈 회장은 “사람 얻기가 너무 힘들다. 인력시장에서는 아예 구할 수도 없고 다행히 옆에 공군사관학교에서 대민 지원을 나와줘서 그런 방법으로 겨우 구할 정도”라며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앞으로도 일손이 가장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쌀전업농이 정부 정책에 밀리면서 혜택도 크게 줄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 회장은 “창업농이나 청년농에게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정부 보조도 줄었고, 농업인단체별로도 담당하는 부서가 다르다보니 행정적 혼란도 있다”며 “시 전체를 이끌고 가려면 정부 지원이 있어야 되는데 지원이 너무 미비하다. 가뭄은 가뭄대로, 농사가 안되서 생산량이 많으면 쌀값이 떨어지는 대로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훈 회장은 50대를 위한 정책도 따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0대지만 동네에서도 가장 막내다. 대부분 70대”라며, “급속한 고령화로 농촌에 젊은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현재 50대가 농업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는데 50대를 위한 정책은 없다. 정부가 미래를 고민하려면 지금의 50대를 튼튼히 세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훈 회장은 이렇듯 힘든 상황들과 어려운 농업 환경 속에서도 ‘농사는 재밌다’는 철학을 내세우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정 회장은 “농사라는 게 돈은 안되지만 재미는 있다. 작물을 심어놓으면 내 손이 간 만큼 잘 크니 이만큼 정직한 게 어디 있겠는가”라며 “내가 작물을 길러서 성취감을 갖고 사는 게 농민인 것 같다. 소득을 생각하고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다. 매일 논에 나가 작물을 지켜보고, 축사에 가서 매일 소를 쓰다듬고 하는 모든 행동들이 진심으로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