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월농협 이준희 조합장
[인터뷰] 이월농협 이준희 조합장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8.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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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덜 들고 소득 좋은 작목 개발 매진할 것”
조합원 부름받은 공무원 출신...농업현장 통달
풍부한 경험과 추진력 이월농협 새 역사 써
하나로마트·장례식장…농업인 돈 벌어주는 행복 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이월농협 이준희 조합장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진천군 농정과장을 지낸 그가 농협 조합장에 도전한 건 공직을 퇴직한 지 3년째 되던 해인 지난 2015년이었다. 그해 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한 이 조합장은 공직에 몸담으며 겪었던 농업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나날이 발전하는 이월농협의 새 역사에 녹여내고 있다.

조합장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지하에 있던 하나로마트를 지상 1층으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2007년 12월 말일 오픈해 매년 적자를 내던 하나로마트는 2017년 지상 이전 후 지난해 82억 매출을 찍었고 올해 86억은 너끈할 거라고. 교통의 요지 진천군 이월면 사거리의 지리적 이점을 100% 활용해 인근 골프장에 모여든 타 지역의 손님들까지 불러들인 영향이다. 이 조합장은 마트를 지상으로 옮기기만 하면 매출이 쑥쑥 오를 것이란 걸 일찌감치 꿰뚫어보고 있었다.

모두가 탈락을 예견하던 이 조합장은 예상을 뒤엎고 당당히 초선 조합장에 올랐고 지난 2019년 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도 다시한번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예전엔 4000평 벼농사 져 자식 대학까지 다 가르쳤는데 지금은 두 식구 먹고사는 데도 빠듯하죠. 농민이 살 길은 경영비 덜 들고 소득 좋은 작목을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조합원들의 손발이 되어 충복(忠僕)처럼 일해 농촌의 행복을 열어가겠습니다.”

이준희 이월농협 조합장
이준희 이월농협 조합장

-장례식장 설립이 주요 업적으로 유명하던데.

장례비용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농협 장례식장 설립으로 그간의 시장가격이 동반 다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거품이 빠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하는 민원 때문에 1년만에 겨우 허가를 받아 준공해 운영을 시작한지 이제 2년째다. 진천 6개 농협이 모두 참여했다. 농협 장례식장이 전국에 30개 정도 될 것인데 충북 관내에선 우리하고 음성, 옥천 등 3곳이 있고, 진천에선 우리 하나뿐이다. 진천에서 1년에 약 500명이 유명을 달리하시는데, 800만원 정도 절감돼서 40억원을 아껴 드리는 셈이다. 조합원뿐 아니라 인근 지역민들까지 애용하니 보람이 크다.

-단기간에 수십억을 찍은 하나로마트 매출 신장도 놀랍다.

장사는 ‘목’이라고 하지 않는가. 지하에 있을 때는 접근성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걸 1층에 올려놓으니 바로 매출이 눈에 띄게 좋아지더라. 올해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2억 올랐다. 이대로 가면 연말까지는 4억 플러스 매출을 일으켜 86억 정도 될 거라 본다.

엊그제 종합감사에서 인구(6100명)대비 마트의 매출이 엄청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우고기 인기가 좋지만 다른 제품들의 품질도 좋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다른 지역에서도 오시고 인근 골프장 손님들도 많이 찾아주신다. 하나같이 싸고 맛이 좋다고 하신다.

하나로마트도, 장례식장도, 공약 이행과정의 하나다. 출마 당시 조합원의 행복이 시작되는 농협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영농 지원은 얼마나.

조합원들에게 농자재 구매할 때 보태라고 10만원짜리 농자재 이용권, 그리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10만원짜리 마트 이용권을 나눠 드렸다. 2021년 벼 재해보험료도 전액 농협이 부담해 드렸고 농업인안전보험료도 40% 보조했다. 여기에 농약대금 지원(1억7000만원) 등을 합해 영농자재 지원사업에는 연간 약 3억원이 투입된다.

면적이 줄긴 했어도 진천은 수도작 중심 지역이다. 벼에는 규산염이 효과가 좋다는 말씀들을 하신다. 명전 바이오의 씨스타도 지원품목 중 하나인데 지난해 태풍이 세 차례 왔을 적에 씨스타를 세 번 뿌린 임충섭 농가는 수량이 전년과 같았다고 하고, 1회 정도 뿌린 농가는 수량이 20~30% 줄었다고 한다. 조합장이 되기 전 면장 할 때 주민 한 분이 저 멀리 타 지역까지 나가서 씨스타를 사 오는 것을 봤다. 효과가 좋다고들 하셔서 계속 지원품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준희 이월농협 조합장은 지난 6월 1일 전국 지역농협을 통틀어 단 3명이 수상한 ‘함께하는 조합장상’을 농협중앙회로부터 수상했다.
이준희 이월농협 조합장은 지난 6월 1일 전국 지역농협을 통틀어 단 3명이 수상한 ‘함께하는 조합장상’을 농협중앙회로부터 수상했다.

-이력이 다소 특이하다.

군청 농정과장을 끝으로 정년퇴임 후 쉬고 있었는데 조합원들이 권유해 출마했다. 욕심을 부린다는 소리도 들려왔고, 다들 내가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사실 처음엔 긴가민가하는 마음이 있었다. 선거운동을 다니는데 동네마다 아주머니들이 책 잘 봤다는 말씀들을 해 주셨다. 그때 느꼈다. ‘아, 내가 되겠구나’라고.

공무원 생활 퇴직하면서 낸 자서전 ‘아버지와의 두 번의 이별’이라는 책이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살아온 삶을 담담히 쓴 건데 감동을 줬던 것 같다. 책이 조합장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운도 분명 있었을 거다. 20대때 친구들 따라 점집에 갔었는데 장사 하면 크게 성공할 팔자라고 하더라. 집안 형편이 그래서 면서기 시험을 봐 공무원이 됐지만 지금 마트에서 이윤을 내고 있으니 점괘가 맞은 것 같다. 지금 직원들에게 ‘자동차 판매왕’처럼 일하라고 가르친다. 타성에 젖지 말라는 의미다.

-진천이 벼농사 지역이긴 한데.

예전엔 논이 많아 부자동네였는데 쌀값이 안 오르니 수박 토마토 대파 메론 등 시설하우스 쪽으로 많이들 빠졌다. 소득 되는 쪽으로 자꾸 옮겨가는 거다. 벼 재배면적도 80년대 1450ha에서 지금은 980ha로 적어졌다. 2008년 면장 했을 적에 농민들이 자주 놀러 나오질 못해 물어보니 쌀값이 20년 전과 똑같아서라고 하더라. 애들 교육도 못 시킨다고. 예전엔 4000평 농사져서 자식 교육까지 다 시켰는데 지금은 두 내외가 먹고 살 정도밖에 안 되지 않나. 농촌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물가에 비해 농작물 가격이 올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농촌이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농업 비용이 덜 들고 소득 좋은 작목을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다. 공무원이 되고 신입 교육을 갔는데 ‘주민의 종이 돼라’고 말씀하시더라. 이 얘기를 항상 가슴에 새기고 살아왔다. 조합장 하는 동안에는 조합원의 머슴이 되겠다. 농민이 잘 사는 방법을 부단히 고심하고 연구하겠다.

-최근 받기 힘든 상을 받았다.

6월 1일 농협중앙회에서 ‘함께하는 조합장상’을 받았다. 전국에서 3명이 받는데 그 안에 들었다. 하나로마트며 장례식장 운영 실적이 좋아서 받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조합원들을 위해 더욱 봉사하라는 의미로 알고 제 공약사항인 ‘조합원의 행복을 여는 농협’을 이루기 위해 한층 분발하겠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