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유통혁신 '진통'...반쪽짜리 통합에 노조 반발
농협 유통혁신 '진통'...반쪽짜리 통합에 노조 반발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8.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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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유통 빠진 4곳 계열사 통합 “판매하청업체 전락” 규정
노조연대, 9월 총파업 강행 예고…‘무산’ 전례 밟을 수도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농협이 5개 유통 계열사 가운데 4곳만 통합을 추진하면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유통 계열사 통합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농축산물 유통혁신을 위한 필수 요소다. 하지만 노조와 협의점을 찾지 못하면 통합법인의 연내 출범이 무산되면서 통합 자체가 물 건너갈 가능성도 관측된다.

농협이 농협하나로유통을 제외한 나머지 유통 계열사 4곳만 통합을 추진하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농협이 농협하나로유통을 제외한 나머지 유통 계열사 4곳만 통합을 추진하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4곳 노조연대는 농협하나로유통을 제외한 통합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며 지난 20일 하루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경고성 총파업을 벌였다.

농협은 농협경제지주 아래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대전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5곳을 독립법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주요사업은 국산 농축산물의 유통.판매로 동일하다.

당초 농협은 5개 계열사의 전면통합을 추진했지만 한노총 계열인 하나로유통 노조가 반발하자 민노총 계열인 4곳만 통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구매권을 가진 하나로유통이 통합에서 빠질 경우 판매권만 가진 통합법인이 지역농가의 농산물을 직접 받을 수 없어 지역농가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로 인한 물류비 증가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특히 통합법인 출범 1년차부터 매년 3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3년차에는 자본잠식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조연대는 하나로유통까지 5곳의 계열사 통합을 요구하면서 9월 6일부터 총파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농협은 최원병 회장 시절인 2009년부터 유통 계열사를 1개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조직 통합에 따른 중복인력 재배치 문제와 각 유통 계열사마다 다른 근로조건과 급여 등에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유통 계열사의 ‘반쪽짜리’ 통합 논란은 앞서 김병원 회장 때인 2018년부터 불거졌다. 김 전회장은 취임 2년차에 경영 효율화를 위한 유사.중복사업의 통폐합 계획을 구체화했다. 당시 하나로유통을 본사로, 나머지 4곳은 판매 중심으로 시스템을 전환하기로 유통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논의된 것이 알려지자 4곳 노조연대가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앞에서 통합중단을 요구하며 집회에 나섰다.

사장단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골자는 구매와 발주 및 가격결정, 재고관리 등 주요 업무를 하나로유통에서 진행하고 유통매장에서는 판매에만 주력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사실상 4개 유통 계열사를 하나로유통 밑으로 통합하겠다는 의미다. 유통 계열사들은 구매와 판매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다가 지난 2009년 청과사업을 시작으로 2010년 가공생필품까지 하나로유통이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취임 초부터 농축산물 유통 혁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10월 통합법인의 출범을 목표로 지역농협들이 보유하고 있는 충북유통, 대전유통 등의 지분 인수작업을 마쳤다. 이달엔 4곳의 통합을 위한 업무협약식도 가지면서 통합을 가시화했다.

농협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파업까지는 가지 않도록 노조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연대는 반쪽짜리 통합에 합의할 경우 유통 계열사가 판매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협의 진행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