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산 쌀값 오를 요인 많지 않아
21년산 쌀값 오를 요인 많지 않아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9.0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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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20년산 못다 판 RPC들 쌀값 하락에 큰 손실
8월 공매로 쌀값 하락 가속...농협들 투매도 한몫
현재도 30만톤 남았는데...올해도 풍작 예감

시세보다 한푼이라도 저렴한 공매곡 받아 쟁여놨더니

수확기 앞두고 구곡이 남는 현상 발생...농협들 상반기 판매 부진 원인

추석 물가안정용 쌀값 하락에 RPC들 산 값보다 싸게 팔아야

'산물벼 인수도' 매해 허용해 물량확보 걱정이라도 덜도록 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오는 수확기(10~12월) 쌀값의 하향 안정세가 전망됨에 따라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 쌀 도매유통 업체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공매로 받아놓고 미처 다 팔지 못한 벼를 내린 시세에 맞춰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데다 전반적인 판매 부진 속에 신곡(2021년산)의 판매 걱정까지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 매장에 20년산 쌀포대가 쌓여 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 매장에 20년산 쌀포대가 쌓여 있다.

31일 RPC 등 산지 쌀 도매유통업계에 따르면 8월 초까지만 해도 7만1~2000원(40kg 조곡)에 거래됐던 산지 벼값은 8월 하순에 이르러선 6만 후반대에서 7만원으로 떨어졌다. 20kg 정곡으로는 주로 5만원, 5만1~2000원에 소비처나 소매유통업체에 납품하고 있지만 RPC가 거래하는 곳에선 4만7~8000원짜리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 가격도 8월 공매 이전 가격에서 2~3000원씩 빠진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월 12일 19년산 5만톤, 20년산 3만톤을 입찰에 부치는 정부양곡 방출을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을 장마로 낙찰 물량 인수 작업이 기한인 27일을 넘겨 9월 첫주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며 “6월 공매로 받은 물량에 이번 추가 공매 물량까지 겹쳐 9~10월까지는 2019년산이 계속 시장을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지난 6월, 8월 공매에선 예년보다 높았던 20년산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19년산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물론 6월 처음 풀린 20년산 5만톤도 평균가격 7만3~4000원에 모두 가져갔다. 하지만 20년산 수요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판매 부담을 느낀 도정업체들은 8월 공매에선 19년산으로 쏠림 현상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평균 낙찰가격은 내린 시세를 반영해 20년산과 19년산이 각각 6만 후반대, 5만 후반대였다. 이 가격 역시 직전 공매보다 5~6000원 정도 빠진 것이다.

쌀 도매업체들이 19년산에 열광하는 이유는 고급진 밥맛을 찾는 가정용 수요 일부 외엔 20년산을 찾는 확실한 수요처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년산을 갖고 있으면 식당이나 급식업체, 식자재 업체 등 구곡을 선호하는 업체들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농협과 민간RPC 모두 판매 부진 속에 19년산과 20년산 재고를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생종(21년산 햅곡)이 첫발부터 약진하고 있지만 작황이나 현재 상황을 볼 때 쌀값이 오를 요인이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주요한 분석이다.

21년산 조생종 가격은 6만8~9000원에서 시작했던 전년과 달리 전국 평균 7만원대에서 시작하고 있다. 강원도와 경기 지역은 8만원(오대, 진광), 8만5~8000원인 곳도 있다. 2020년 수확기 세 차례 태풍으로 중만생종 벼 출하가 더뎌지면서 해를 넘겨 벼값은 7만원, 7만5000원까지 올랐었다. 올해도 수확기 변수가 남아있고 낱알 등숙기에 가을장마가 겹치며 생산량 감소에 대한 얘기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아직까지는 풍작이 예상되고 있으며 공매의 영향으로 21년산 가격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여지가 많다.

쌀값 하락 요인으로 업계가 지목하는 것은 단연 공매지만 농협의 뒤늦은 판매를 지적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벼값의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자 벼가 없다며 판매에 소극적이다가 공매로 쌀값이 떨어지고 수확기가 다가오니 부랴부랴 투매에 나서 시장가격 하락에 불을 붙이고 있다”며 “정부도 산지에서 벼가 부족한 줄 알고 공매를 한 건데 현재 쌀값이 떨어지는 걸 보면 20년산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쌀이 모자랐다면 공매에도 쌀값이 떨어질 리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농협 매입가격 결정이 수확기 쌀값 변수

RPC 등 산지 유통업체들이 산 값과 파는 가격 사이에서 손실을 면하려면 수확기 산지쌀값이 5만5000원(20kg 정곡) 정도로 형성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5만 1000원에서 4만 후반대에도 거래되는 걸 감안하면 수확기 쌀값은 4만 후반대도 바라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RPC 관계자는 “조생종이 나오고 있지만 사서 팔아 손실을 안 볼 수 있는지 여부를 몰라 RPC들 대개 선뜻 사지 않고 있다”며 “비가 계속 오면 5만8000원까지 오르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지만 19년산, 20년산 재고도 남아있고 하니 금새 쉽게 오르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8월 공매의 여파는 급속한 쌀값 하락과 함께 RPC들에게 내년까지 경영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6월 공매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쌀을 다 팔지 못한 상황에서 8월 공매를 하는 바람에 쌀값이 급속히 빠져 6월 참여 업체들은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RPC들은 규모가 큰 만큼 가져가는 물량도 많아 안아야 하는 손실 부담도 크다.

이 관계자는 “쌀이 없다고 하니 수급조절 차원에서 공매를 하는 것은 이해한다”며 “중간에서 손실을 보는 RPC들의 역할이나 기능적인 면을 배려해 산물벼만큼은 RPC가 인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협도 수확기 쌀값에 대한 고민이 깊다.

농협경제지주 양곡부 김옥주 부장은 “현재 수급상황으로 보면 쌀이 20~30만톤 남는 상황이다”며 “물량은 남는데 가격이 올라가면 내년에 RPC들은 더 힘들어진다. 수확기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을 결정하고 사업을 잘해 이윤을 배당이나 장려금으로 돌려주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