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쌀값 조절, 지역농협이 움직이면 간단하다
[데스크 칼럼] 쌀값 조절, 지역농협이 움직이면 간단하다
  • 유은영 부국장 you@newsfarm.co.kr
  • 승인 2021.09.0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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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9월 추석과 수확기(10~12월)가 다가오자 쌀값 가지고 시끄럽다. 물가 인상의 대표적인 주범이 쌀값이라는 해묵은 주제를 들고서다.

논밭에서 흙과 뒹굴었던 농민들 입장에선 80kg 한 가마에 23만원(8월 25일 통계청 산지쌀값 기준)을 넘지 못하는 쌀 가격이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편으론 소비자단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정부도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 찾기가 힘들 것이란 생각도 든다.

산지에선 연이은 공매로 벼값, 쌀값이 쑥쑥 빠지고 있다고 하지만 20kg 정곡의 시중가는 가장 싼 게 6만 초반대다. 5만5000원선이었던 19년산에 비하면 소비자들이 불만을 느낄 수는 있다. 정부도 추석 물가잡기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쌀값 잡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6월 공매로 조금 빠졌던 쌀값은 8월 공매 이후 그 속도를 빨리하고 있다는 게 산지 RPC 등 쌀 도매유통업체들의 얘기다.

생산자도 좋고 소비자도 좋은 쌀값의 균형점은 어디일까. 일단 수확기를 지나면 수매를 마친 후이므로 농민들 대부분은 쌀값에서 떠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다음부터는 유통업계의 마진 싸움이고 소비자들의 물가 싸움일 것이다.

지난 연말 6만 후반대에서 올초 7만원으로 올라서 8월 초까지 7만5000원대로 꾸준히 쌀값 인상을 견인했던 산지 벼값은 현재 최저로는 6만 후반대까지 내려왔다. 8월 이전에는 쌀이 모자라다는 시그널이 도매시장이고 소매시장이고 할 것 없이 온 시장에 팽배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년산 물량 자체가 없어 사지 못한다는 말이 민간RPC 쪽에서 무성할 정도였다.

그러던 게 6월과 8월 공매로 20년산을 받아간 이후로는 다들 판매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없어서 못 팔았다는 20년산이 왜 남아도는 건지, 수요가 없다는 이유가 있지만 본래 20년산 물량 자체가 모자라지 않았다는 말도 설득력 있게 들리고 있다.

수확기에 생산되는 벼는 전국의 지역 농협들이 농가로부터 사들여 창고에 쟁여둔다. 벼를 사라고 정부 지원금도 받으며 농가 출하 희망 물량 전체를 사들인다. 벼를 한번에 쟁여두지 못하는 민간RPC와 임도정업체들은 대체로 농협으로부터 벼를 사 간다. 결국 쌀값을 좌지우지 하는 건 각 지역농협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수확기부터 민간RPC와 임도정업체들은 20년산 벼를 구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을 쳤다. 엄밀히는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가격에 벼를 사기 힘들다는 말일 것이다.

이 말은 곧 농협들이 도매유통업체들과 타협하지 않고 차익을 남기기 위해 일정 가격을 고수하며 시세를 올린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쌀값이 급속도로 빠지고 있는 산지에서는 농협이 진작에 적절한 가격으로 벼를 팔았다면 지금의 하락속도에 급가속이 더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벼값을 내려 팔지 않고 시세를 유지시키고 있다가 수확기 신곡을 받아야 할 때가 다가오자 부랴부랴 판매에 나서 산지에 물량이 많아지고 이는 곧 쌀값 하락의 급가속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쌀값 인상과 하락은 간단해 보인다. 너무 높다 싶으면 지역농협들이 시세를 좀 낮춰 팔면 되고 너무 낮다 싶으면 반대로 좀 올려 팔면 되는 거 아닌가?

심각할 정도로 단순한 계산법이지만 농협의 공적인 역할을 감안하면 쌀 판매에서 이윤 남기기에 골몰하기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균형점 찾기에 몰입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