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가 외면한 권익위원회
[사설] 농가 외면한 권익위원회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1.09.0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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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농가들은 올해 추석, 선물가액 상향만을 기다렸다. 이를 위해 수차례의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농가들의 뜻이 담긴 의견서를 전달했지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 6일 열린 국민권익위원회 전원회의에 선물가액을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는 안건은 아예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지는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추석 명절기간에 상향하는 건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체회의에 참석한 대다수가 부정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운운하면서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학교급식에 납품하던 친환경농산물은 판로가 막혔고, 대규모 소비처인 식당들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소비가 부진해진 상황에서 그나마 추석 명절기간에 선물가액 상향으로 농축산물 소비가 늘기를 원했다.

정부는 지난해 시행령을 일부를 개정해 작년 추석과 올해 설날 각각 한 차례씩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을 20만원으로 일시 상향한 바 있다. 실제 선물 가액 상향으로 올해 설 명절 기간 선물 매출은 과일 25.6%, 축산물 27.2%, 가공식품 2.3%가 각각 증가했다.

특히 과일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명절에 판매됐으며 축산물의 경우 명절 특수로 인해 도축량이 평월 대비 75% 증가하는 등 명절 기간 선물가액 상향이 재난지원금 지급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250만 농업인의 고통 분담을 위해 이번 추석에도 한시적으로나마 선물가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앞선 두 번의 사례를 통해 그 효과가 분명히 입증된 만큼 농가 경영 불안 해소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바람이었지만 권익위원회는 이를 외면했다.

이번 추석은 시행령 개정의 골드타임을 놓쳤다. 앞으로 남은 것은 국회에서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을 통해 농축산물의 선물가액을 상향하도록 하는 것이다.

민심을 전달하는 국회가 선물가액 상향 조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이유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행정부에서만 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후에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국회에서 일정 부분 개정할 수 있도록 원칙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