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벼값 하락…소비지 쌀값은 올라
산지 벼값 하락…소비지 쌀값은 올라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1.09.1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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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리한 쌀 방출, 역효과 일으켜

(한국농업신문 특별취재팀) 산지에서는 조생종 벼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소비지에선 오히려 신곡 쌀값이 구곡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어 물가 안정을 명목으로 정부가 무리하게 쌀을 방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산지에서 조생종 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산지 쌀값은 정곡 20kg 기준 6만5000원에서 7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산지에서는 지난해 평균 조생종 쌀값은 68000원 정도에서 거래됐지만, 2021년산은 6만3000원에서 6만5000원에 형성되고 있다. 반면 소비지인 마트에서는 2021년산 신곡이 구곡보다 2000원에서 3000원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킨다며 쌀 방출을 늘리면서 민간 구곡 재고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말부터 올해까지 총 31만여톤의 쌀을 공매로 방출했다. 방출량이 늘자 민간RPC의 재고량도 늘어나면서 소비지 쌀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

8월말 기준 농협 재고량 15만4000톤, 민간RPC 6만6000톤으로 총 22만톤으로 신곡이 나온 시점이지만 평년에 비해 재고량이 많다. 재고물량이 완전히 소진하는 시기는 10월말로 보고 있다. 즉 신곡과 구곡이 겹치면서 2021년산 벼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

농식품부는 8월에도 8만톤을 방출할 계획을 세웠지만, 2만4000톤만 낙찰됐다. 민간RPC들이 재고 부담으로 정부 양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는 애프터 물량까지 방출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애프터(APTERR)는 한중일 3개국 및 아세안 10개국이 비상상황 발생 시 약정한 쌀을 상호 지원하는 국제공공비축제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정부양곡보관창고에 8월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양곡창고에 인수도증 준비 등 출하할 것으로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출하 준비만 시킨 것이지 출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의 무리한 쌀 방출은 당장 정부 재고량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식품부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산 쌀 재고량은 30만톤 정도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양곡 재고는 7월말 기준 82만톤이고 수입산을 제외하면 약 30만톤의 재고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비축미는 연간소비량의 17~18% 수준(2개월분)으로 현재 정부양곡 적정 재고량은 80만톤 수준이다. 수입산 쌀을 포함해야 80만톤의 정부 적적재고량을 맞출 수 있다.

조생종 가격이 일부 지역에서는 높게 결정됐지만, 조생종 벼가 전체 생산량의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전체 벼값은 내려갈 것으로 전망돼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회장 이은만)는 벼값 보전을 위해 전국에 일제히 벼값 1kg 2000원 보장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